요즘 들어 이종격투기라는 단어가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듯 대답하기 힘들만큼 이종격투기는 어느새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왔습니다.
이종격투기란 서로 다른 종류의 무술간의 대결 구도로 이루어집니다.
영어단어로는 MMA(Mixed Martial Arts)가 제일 가까운데,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혼합 격투기보다는 종합격투기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 싶습니다.
이종격투기가 우리 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2003년 K-1과 PRIDE FC가 TV를 통해 방영되면서부터 입니다. 그 이전의 이종격투기에 대한 관심은 일부 마니아 층에 국한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93년 이후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시던 분들의 입소문에서 시작되어 97년부터 서서히 불어온 인터넷 열풍의 결과물인 웹 커뮤니티, 그리고 2002년 말부터 시작된 국내의 한 스포츠 전문채널의 본격적인 이종격투기 중계로 인해 일반인들까지 이종격투기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잠깐 개념 정리를 하고 넘어가면 이종격투기는 서서 싸우는 K-1과 누운 상태에서도 싸울 수 있는 프라이드 FC, UFC등을 포함할 수 있는 전체적인 의미로, 종합격투기는 프라이드 FC와 UFC등 그라운드 공방이 허용된 것만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종합격투기를 가끔 "싸움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룰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스포츠라고 보셔야 합니다. 룰이 없다면 당연히 싸움이 되겠죠.
간단하게나마 앞으로 다루게 되는 이종격투기 대회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상 최대의 격투 이벤트 "K-1"
K-1은 93년 4월 일본에서 태어난 대회로 극진회관의 분파인 정도회관의 '이시이 카즈요시' 관장이 일본의 민영 방송사인 후지TV와 손잡고 탄생시킨 이종 격투스포츠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후 열리게 되는 UFC는 93년 11월에, PRIDE FC는 97년 10월에 첫 대회가 개최됐습니다)
대회의 명칭은 후지TV가 방영하고 있었던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인 "F-1(포뮬러 원)" 그랑프리에서 착안한 했다는 설이 유력하며, 가라테(Karate), 킥복싱(Kickboxing), 권법(Kenpo), 쿵푸(Kung Fu), 태권도(Tae Kwon Do), 격투기(Kakutoki)등 K를 머릿글자로 하는 무술의 격투가 중에서 최강의 한 명을 가린다는 의미가 포함되었습니다.
킥복싱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킥복싱 경기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각 무술간의 최대한 공통분모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입니다.(킥복싱 경기룰과 다른 점은 팔꿈치 공격 금지와 채점 방식, 그리고 무릎 공격에 대해 염격한 룰을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K-1은 PRIDE FC, UFC와 함께 세계 3대 이종격투기로 불리는데, K-1이 역사나 규모 면에서 현재까지는 가장 우위에 서 있습니다.
세계 최강의 자존심 대결 "PRIDE FC"
프라이드는 1997년 일본 최고의 프로레슬러로 손꼽히던 '다카다 노부히코'와 브라질 그레이시 가문의 최고 실력자였던 400전 무패의 유술가 '힉슨 그레이시'가 세계 최강을 가리는 자존심 대결을 벌이면서 시작됩니다. 대회의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가 되었지요.
10월 11일 도쿄돔에서 열렸던 제 1회 대회는 4만 7천 여명의 관중을 동원하면서, 일회성 이벤트(다카다의 단순한 은퇴 경기로 개최된 대회)로 끝내려던 애초 계획을 변경하여, 정기적인 대회로 키워나가기로 결정합니다.
경기는 K-1과 같은 사각의 링에서 행해지며, 그라운드 파이팅이 가능한 MMA룰의 적용을 받습니다.
최강을 향한 진실된 무한격투 "UFC"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는 스포츠보다는 무규칙 격투기(No hold barred)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대회입니다. 옥타곤이라 불리는 독특한 8각형 모양의 철조망 안에서 한 선수가 기권할 때까지 경기가 치뤄집니다. 눈 찌르기, 물어뜯기, 급소 공격을 제외한 어떠한 공격도 허용이 되는 관계로 선수들의 많은 담력이 요구됩니다.
93년 11월 브라질의 유술가 '호리온 그레이시'가 미국에서 현지 프로모터와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가진 대회가 첫 시작 이였으며, 대회 팜플렛에는 '일단 철조망에 들어가면 단 한 명만 살아 나올 수 있다' 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혀져 있었습니다.
1회 대회 이후 브라질에서 자주 행해졌던 발리 투도(Vale Tudo;'뭐든지 된다' 라는 뜻의 포르투갈 어)방식의 대회에서 탈피하여, 시간 제한, 체급 구분, 규칙 제정 등 현지 정서에 맞게 개선되면서 점차 흥행 대회로써 자리를 잡아가게 됩니다.
3개의 메이저 이종격투 대회를 간략하게 살펴봤는데, 격투기의 역사를 보면 단일 종목으로서 7만 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했던 격투기 대회는 세계적으로 K-1이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93년 1만 2천명의 관중으로 첫 그랑프리 대회를 시작한 후 2000년의 12월 대회에서 7만 명을 넘었고 그 뒤 2002년 월드그랑프리에서 7만 4천 여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2003년 대회에서는 6만 7천 여명으로 약간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그 뒤를 프라이드가 바싹 추격하고 있는데, 위기감을 느낀 K-1도 특단의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단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의의 경쟁자가 꼭 필요한데요, K-1이 점점 거대해지고 있는 프라이드를 어떻게 상대할 것 인가도 이종격투기 팬들에게는 하나의 큰 관심거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K-1을 응원하고 있습니다만 2004년 두 단체간의 경쟁, 과연 승리자는 누가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