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란 ‘스파이선’ 공격, 美-이란 핵협상 시작일에 맞췄다
기사입력 2021.04.08. 오후 2:44 최종수정 2021.04.08. 오후 2:49 기사원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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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6일 오전6시(현지시간) 홍해에 정박 중인 이란의 ‘스파이선’을 기뢰 공격한 것은 미국과 이란이 이날부터 폐기된 핵동결 합의(JCPOA)의 재개를 위한 협상을 비엔나에서 시작하기 직전에 이뤄진 것이라고, 이란 타스님 통신과 워싱턴 포스트 등이 7일 보도했다. 이란의 테헤란 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이스라엘 특수부대원들이 림펫 기뢰(limpet mine)를 이란 선박의 밑부분에 부착해 공격한 것으로, 최근 이스라엘이 지중해에서 이란 선박들을 공격한 유형과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 홀로코스트 순교자와 영웅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에서 "우리는 결코 이란이 미국-서방과 맺는 핵 합의에 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네타냐후 “우리는 미·이의 핵합의에 매이지 않는다”
물론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선박 ‘사비즈’를 공격한 주체가 자국(自國)인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7일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우리는 결코 핵합의 계획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며, 이 지역에서 이란의 공격을 계속 억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를 전멸하려고 위협하는 이란과의 딜(deal)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오직 우리를 파괴하려는 자들의 공격을 막는 의무만 지고 있음을 가장 가까운 우방국들에 전한다”고 말했다.
◇2018년 트럼프가 폐기한 핵합의의 재가동 논의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은 이란 측과 이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지난 2015년 이란 정부와 맺은 이른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재가동하기 위한 일정을 논의하는 대화를 시작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이 2025년까지 우라늄 농축의 수준과 비축량을 제한하는 대신에, 미국은 검증을 거쳐 경제·금융제재를 해제하는 핵합의를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 의회 일부에선 이란의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을 논의하지 않고 이란의 기존 핵시설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 합의에 반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했으며, 이후 이란도 애초 합의된 수준 이상으로 우라늄을 농축해왔다. 미국과 이란은 이날 양측의 간접 대화가 “건설적이었다”고 평했다.
◇이스라엘, 2019년말 이래 이란 유조선 10여 척 공격
이번에 공격을 받은 이란 선박 ‘사비즈’는 홍해의 지부티와 에리트리아 사이에 지난 4년간 머물고 있었으며, 이란 정부는 사비즈가 홍해 인근의 해적소탕 작전의 일환으로 배치됐다고 주장한다. 174m 길이의 사비즈엔 수 척의 고속정과 레이더 장비, 무기 등이 탑재돼 있다. 그러나 사우디의 알 아라비야 방송과 더 타임스는 “이 선박이 사우디가 개입한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에 맞서는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예멘 내 특수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모선(母船) 또는 스파이선의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4일 “이스라엘은 2019년말 이래 시리아로 이란산(産) 석유를 수송하는 10여 척의 이란 유조선박을 공격했으며, 지난 2월에도 레바논 인근에 정박한 이란 선박에 림펫 기뢰를 부착해 폭파했다”고 전했다. 이란도 보복에 나서, 지난달 25일 아라비아해에서 차량을 적재한 이스라엘 화물선 ‘로리’가 이란의 미사일 또는 기뢰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 ‘이란의 ‘로리’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사비즈’를 공격했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