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중인 어두컴컴한 동물원은 좁은 전시장만 밝은 조명을 비추고 있었다. ‘콜로세움’이란 팻말이 붙은 전시장 한 칸에서 유황앵무 한 마리가 3.3㎡도 안 되는 공간을 쉴 새 없이 오가며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유리창 밖에 사람이 나타나면 행동은 더 심해졌다. 깃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털이 듬성듬성 빠져있었고,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는 듯 머리를 빠른 속도로 흔들었다. 전시장 내에는 횃대나 물그릇, 먹이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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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부터 경영난으로 휴업하고 있는 이 동물원에는 현재 백사자, 사막여우, 긴팔원숭이, 대머리황새, 앵무 등 220여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동물원 사업주는 이곳 외에도 부경동물원을 함께 운영했으나, 지난해 두 곳 모두 운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았다. 부경동물원의 경우 열악한 환경이 논란이 된 뒤 사자 ‘바람이’가 청주동물원으로 구조됐으나 동물원에 남아있던 백호랑이, 표범이 최근 잇따라 사망해 동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후 부경동물원의 동물 대다수가 이곳으로 이동했다.
복합쇼핑몰 지하에 있는 이 동물원은 입구에서부터 동물의 분변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수의사회 수의사들과 수의대생 봉사자들과 현장에 들어가자, 관리인 1명이 분주히 동물의 먹이를 챙기고 있었다. 관람객이 끊긴 실내는 전시장 내부 조명만 유지하고 있었다. 이날 함께 동물원을 찾은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현재 이곳은 임대료, 전기·수도요금을 제대로 못 내서 최소한의 전력만 공급받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빈 전시장도 많지만 약 4300㎡(1300평) 규모의 실내전시장 곳곳에는 여전히 다양한 동물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수의사회는 이날 동물원 사업주가 진료를 허락한 동물을 우선하여 건강을 살폈다. 첫 진료 대상은 부리가 부러진 코뿔새와 안과 질환을 앓고 있는 올빼미 등이었다.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한 코뿔새는 부리 사이의 염증으로 내과 진료가 필요했다. 한쪽 눈을 실명한 올빼미도 안과 수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두 동물 이외에도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외상이 눈에 띄는 동물들이 여럿이었다. 두 마리의 백사자 중 수컷 사자는 복부와 다리에 붉은 상처가 드러나 있었고, 걸을 때 왼쪽 다리를 절룩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5월부터 휴업 중인 대구 수성구 실내 테마파크동물원에는 현재 220여 마리 동물이 사육되고 있다. 전시장 한 칸에는 개 2마리가 지내고 있었다. 김지숙 기자
23일 대구 수성구 실내 테마파크동물원에서 전시 중인 유황앵무. 이 앵무는 좁은 전시장을 맴돌거나 머리를 계속 흔들면서 울음소리를 내는 등 심각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김지숙 기자
첫댓글 진짜 너무 슬프다
허.......동물들 다 어떡하냐...
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