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도 하지 않고 화보 촬영을 했다고 들었어요. 여배우가 메이크업을 안 하고 촬영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좀 신기했습니다. 제 외모를 조롱하는 악플을 볼 때마다 답답했어요. 미적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맞추면서 살아요. 그러니 본연의 모습을 잘 아는 게 오히려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남들이 추구하는 걸 따라가다 보면 정작 본인 스스로가 훼손되고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이 될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배우이기 전에 나라는 사람의 포지션은 어디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목소리를 높여서 주장하는 캐릭터는 아닌 거 같지만, 솔직한 모습을 표현하는 것 정도는 괜찮을 거 같더라고요. 누구에게나 본연의 매력이 있고 그 어떤 것도 그 매력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마음을 화보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화보는 말하는 게 아니니까, 그냥 보여주면 되니까요.
외모를 지적하는 악플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나요? 크게 신경 쓰는 건 아닌데 여배우들에게 외모의 잣대를 너무 자주 들이미는 거 같아요. 살이 빠지면 빠졌다, 찌면 쪘다. 관리하면 했다, 안 하면 안 했다. 이런 잣대가 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물론 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요.
개개인마다 기준이 다를 테니 그런 기준에 일일이 맞출 수도 없을 거예요. 그래서 예쁘지 않다는 말을 의식해서 예뻐지려고 하면 비극적일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어차피 아무리 애써도 그들 기준대로 예뻐질 수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예쁜 외모는 일시적이지만 내면에서 나오는 매력은 장기적인 거잖아요. 결국 이 사람이 나이가 들건 뭘 했건 이 사람으로 남아 있는 거니까.
<변산>에서 연기한 선미는 유년 시절부터 좋아했던 학수(박정민)에 대한 감정을 오롯이 갖고 있는 인물이에요. 극 중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갖게 된 적은 있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을 연모하는 일관된 감정으로 연기한 건 처음인 거 같은데요. 그래서 오히려 더 간단했던 것 같아요. 계속 좋아하는 거니까. 대신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가 좋아했던 모습이 아닌 거 같아서 실망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그 아이의 본질이 달라진 게 아니라 세월과 사연들이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친구에게 그걸 좀 깨우쳐주고 싶은 감정선을 유지하는 거니까, 기본적은 애정을 계속 깔고 있는 거죠.
변질되거나 부패한 게 아니라 잘못된 옷이나 포장지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걸 바꿔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셈이죠. 맞아요. 마주하기 싫은 부분이 있을 때 마주하는 건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외면하는 건 쉽죠. 하지만 어떤 일에서는 꼭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걸 자꾸 외면하는 학수를 어르고 달래고 화도 내보면서 마주하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캐릭터의 외형부터 그려보는 편인가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캐릭터의 외형이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은교>도 처음에 정지우 감독님은 긴 머리를 생각하셨지만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저는 은교 머리가 단발일 거 같은 거예요. 막연하더라도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변산>의 선미도 막연하지만 마른 몸매는 아닐 거 같았어요. 그런 느낌이 딱 떠오르면 이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자신감이 생기는 거 같아요.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연기할수록 관객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서 그게 신경 쓴 부분인지 알아채지 못할 때도 있을 거예요. 어쩌면 그게 진짜 성공한 연기라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그런 부분까지 알아봐주는 관객이 있다면 고마운 마음도 들 거 같아요. 캐릭터를 맡을 때는 이유도 많고, 정말 이런 것까지 생각하나 싶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서 연기하기도 하죠. 어쨌든 내가 이 사람은 아니니까 이 사람에게 어울리는 내면을 축적하기 위해 이것저것 넣어보고 풀어보는 단계가 있기 때문에 이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런 노력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느끼면 속상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모르냐고 질문하는 것도 웃기는 일일 거예요. 결국 내가 스스로 제대로 못했다고 말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죠. 내가 입체적으로 고민하고 열심히 했다고 해도 입체적이지 않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면 답은 하나죠. 내가 소화하지 못한 거죠.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걸 다 해보는 게 맞고, 그걸 관객들이 잘 모른다 해도 이 인물을 불편해하지 않고 공감했다면 된 거라고 생각해요.
<은교>부터 <몬스터> <차이나타운>까지 초기 작이 죄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였어요. 신인 배우에게는 조금 가혹한 경력이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당시에는 딱 하나만 생각했어요. 신인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 할 수 있는 걸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 누구나 이건 내가 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저도 분명 있고요. 그런데 잘할 수 있는 것만 할 수는 없잖아요. 처음에는 너무 갑작스럽게 데뷔를 해서 주연이 됐고, 그만큼 해보지 않은 것도 많았고, 너무 어렸어요. 그래서 단기간에 많은 걸 경험하면서 저를 몰아넣고 싶었죠. 그래야 신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쯤 제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져 있을 테니까.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빨리 첫 주연을 맡았으니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걸 빨리 해내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좋은 선배님들과 같이 촬영하면서 관찰하고 배우고. 그러다 보니 외면하고 싶은 순간들도 정말 많았어요.(웃음) 하지만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몰아넣었죠. <은교>부터 <계춘할망>까지 그런 과정이었던 거 같아요.
배우가 되고 싶었고 결국 배우가 됐는데 실제로 배우로 살아보면서 느끼는 시행착오도 있었을 거 같아요. 그게 제일 컸어요. 연기를 하고 싶어서 배우가 되고 싶었고, 배우가 됐는데 연기만 하는 게 배우가 아니더라고요. 연기 외에도 부수적으로 감당해내야 하는 것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시행착오를 더 많이 겪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겪을 거 같아요. 요즘에는 프로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돼요. 결국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계속 만들어나가야 되는 일 같아요.
배우로서 잘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잃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거 같아요. 사실 잘하는 연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잖아요. 물론 기본적인 기준은 있겠죠. 대사를 못하면 안 되는 거니까. 그 외에는 연기를 잘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반대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정답도 없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나라는 사람을 지켜내면 괜찮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고요. 그런데 그게 제일 어렵잖아요. 나를 지킨다는 게.
첫댓글 인터뷰가 너무 좋아!
김꼬니 사랑해..
사람이 진짜 건강한게 느껴진다
고은 사랑혀
고은 언니 실물 깡패라는데 사진도 넘 매력적이고 좋다 내면도 단단하구 넘 매력작이야 사랑해요 온니!!
화보느낌 넘 좋다 ㅋㅋ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아름다울까
멘탈이 좋아보여 멋지다
김고은 인터뷰도 그렇고 찾아보면 볼수록 인간자체가 존나매력있는거 같음
사진 느낌 너무 좋다
인터뷰 볼때마다 사람이 깊어보임
단단하고 멋진 사람 고은 응원해
생각을 들으면 더 좋아지는 배우들이 있는데 김고은도 그렇구나.. 연기자라는 게 진짜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어려운 게 너무 많은 직업이기도 한데 오래오래 잘 할 것 같아 진짜
사진도 매력적이고 인터뷰가 존나 진국.. 심지가 단단한 사람으로 보여서 더 좋아지더라
김고은 너무 좋아....연기 존나잘해...
진짜 자연스러워 사람이
인터뷰 너무 멋있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