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불변하는 대상, 영원히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실 주님 한분 뿐입니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며 지난 시절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 경제의 어려움으로, 안 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여름 방학이 되면 나이를 속여가며 공사 현장에 나가 육체 노동을 했습니다.
까까머리 고등학생에게 뭔 대단한 일을 시키겠습니까? 제가 주로 했던 일은 도목수의 먹줄을 잡아드리는 일, 지상에서 삼층까지 커다란 나무를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이었습니다.
한겨울에는 건설 경기가 안좋다 보니 구두 만드는 공장에서 조수로도 일을 했습니다.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그야말로 단순 작업이 전부였습니다.
재봉틀에 앉으신 사수가 넓디넓은 가죽에 구두본을 그려주면 죽으라고 가위로 잘라댔습니다. 접합 부위에 본드를 칠하고 망치로 두드리고 완제품에 도달해서는 또다시 가위를 들고 마무리 작업에 전념했습니다.
때로 강한 본드 냄새를 하루 온 종일 맡다 보니, 오후가 되면 정신이 혼미해질 때도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삶의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온몸으로 체험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극한 고통의 체험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좁디 좁은 제 삶의 지평을 넓혀주었고, 그저 하루하루 생존하느라 각고의 고통을 겪고 있는 동료 인간들을 향해 연민의 정을 지니게 했습니다.
구두 공장 조수로 있을 때, 재봉틀 옆에 붙어있던 '북'이 기억났습니다. 잔뜩 감켜 있던 북의 실은 재봉틀이 돌아가면서 순식간에 줄어들었습니다. 실이 바닥나면 저는 재빠른 동작으로 북을 갈아주곤 했습니다.
오늘 솔로몬의 한탄 어린 하소연 가운데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나의 나날은 베틀의 북보다 빠르게 희망도 없이 사라져 가는구려. 기억해 주십시오. 제 목숨이 한낱 입김일 뿐임을.”
그렇습니다. 우리네 인생, 뭐 대단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별것 없습니다. 그야말로 베틀의 북 같습니다. 서른 살이 어제 같은데, 순식간에 세월이 흘러 곱절이 넘었습니다.
그토록 목숨 걸던 인연도 세월 흐르며 다 지나갑니다. 그토록 중요시 여겼던 가치관이나 사상도 세월 앞에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불변하는 대상, 영원히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실 주님 한분 뿐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첫댓글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
불변하는 대상은 오직 하느님 뿐!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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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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