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학명: Ginkgo biloba L.]는 은행나무과의 낙엽침엽교목이다. 열매가 살구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살구 행(杏)자와 중과피가 희다 하여 은빛의 은(銀)자를 합하여 은행(銀杏)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은행은 열매처럼 보이지만 씨앗의 일부가 변형된 종자다. 크게 3개 껍질층으로 돼 있는데, 가장 바깥에 물렁물렁하고 과육처럼 보이는 겉껍질, 안쪽에 희고 단단한 중간 껍질, 얇은 갈색을 띠는 속껍질이다. 이 속껍질을 벗겨내면 비로소 우리가 먹는 연한 노란색의 조직, 배젖이 나온다.
싹이 튼 지 20년 이상이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씨를 심어 손자를 볼 나이에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하여 공손수(公孫樹), 행자목(杏子木)이라 하며 잎의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한다. Ginkgo라는 영어 이름은 중국과 일본의 은색 견과, 은살구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은행나무는 현재 지구상에 살아있는 화석이라 할 만큼 가장 오래된 식물중 하나이다. 관상용, 가로수용, 약용, 식용이다. 꽃말은 '진혼, 정적, 장엄, 장수, 정숙'이다.
은행은 곡물과 콩 역시 식용 씨앗 이지만 견과(nut)류와는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 대체로 크기가 크고, 기름이 풍부하며, 먹어서 영양분을 얻기 위해 굳이 조리할 필요가 거의 없다. 이러한 성질 덕분에 견과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중요한 영양 공급원으로 역할하고 있다. 호두·헤이즐넛(개암)·아몬드·땅콩·캐슈너트·밤·잣 등이 대표적이며, 은행 역시 견과에 속한다. 모든 견과가 그렇듯이 씨앗이라는 속성상 단단한 껍데기라는 보호장치를 갖고 있다.
오랜 세월 지구에서 버텨온 은행은 그 보호 장치가 특히 견고하다. 고약한 냄새와 독성을 가진 외과피를 벗기면, 흰색의 단단한 중과피를 만난다. 이것을 은행이라고한다. 단단한 중과피를 벗기면 다시 갈색 피막의 내종피를 만나는데, 이것을 벗겨야 비로소 한알의 은행을 먹을 수 있다. 무려 3중의 보호막을가진 셈이다. 이처럼 견고하게 보호되는 씨앗은 그만큼 풍부한 영양분을 갖고 있다.
서울 문묘(文廟) 은행나무
인천대공원 수령 800년의 은행나무.
중국에서는 은행나무를 공자의 행단(杏壇)에 많이 심었는데 이를 본 따서 우리나라에서도 문묘(文廟)나 향교, 서원, 사찰의 경내에 많이 심었고, 관가의 뜰에 심기도 했다.
은행나무는 고생대 이첩기(2억 8,600만~2억 4,500만 년 전)에 나타난 15속(屬)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긴크고이테스속(Ginkgoites)과 바이에라속(Baiera)은 모두 멸종했는데, 현생하는 은행나무 잎과 비슷한 잎이 화석으로 남아 있다. 중국이 원산지인 은행나무를 종종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사람이 심지 않고 야생으로 자라는 은행나무가 있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절의 뜰에 심어왔으나 지금은 곰팡이와 벌레에 강하고 아름다운 관상수로서 세계 여러 곳에서 귀중하게 쓰고 있다.
대부분의 겉씨식물과는 달리 도심의 탁한 대기 속에서도 살 수 있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터 심어왔는지 확실하지 않은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용문사에 있는 은행나무의 나이가 1,100년이 넘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에 승려들이 중국에서 씨를 가져와 절 근처에 심은 것이 전국으로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것을 비롯하여 19그루의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은행나무는 불에 잘 타지 않고, 병충해에 강해 오래 살며, 흔히 정자나무로 많이 심고 있다.
일본, 중국, 한국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한국에는 중국에서 불교와 유교가 전해질 때 같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국 각처에 널리 심고 있다. 높이는 5~10m이나 50m에 달하는 것도 있다. 나무껍질은 회색 또는 회갈색으로 두꺼운 코르크질이 생겨 세로로 깊게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짧은 가지에서 모여난 것처럼 보인다. 잎몸은 부채 모양으로 흔히 2개로 갈라진다. 잎 끝에 미세하게 물결 모양의 무늬가 보이지만 양쪽은 밋밋하다.
꽃은 4월에 잎과 함께 피고 2가화(二家花)이며 수꽃은 가늘고 긴 주축에 다수의 단성화가 밀집하여 달리고, 마치 동물 꼬리처럼 아래로 늘어진 미상꽃차례(尾狀꽃次例)로 달리고 연한 황록색이며 꽃잎이 없고 2~6개의 수술이 있다. 암꽃은 녹색이고 끝에 2개의 밑씨가 있으며 그 중 1개가 종자로 발육한다. 화분실(花粉室)에 들어간 꽃가루는 발육하여 가을에 열매가 성숙하기 전 정자(精子)를 생산하여 장란기(藏卵器)에 들어가서 수정한다. 열매는 핵과(核果)로 공 모양같이 생기고 10월에 황색으로 익는다. 중과피는 달걀 모양의 원형이며 2∼3개의 능(稜)이 있고 백색이다. 이 종자를 백자(白子)라고 한다. 바깥껍질에서는 악취가 나고 피부에 닿으면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는 열매의 껍질에 은행산(ginkgoic acid)과 점액질의 빌로볼(bilobol)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생약명(生藥銘)은 은행엽(銀杏葉), 백과(白果)이다. 한의학에서 은행은 백과(白果)라고 해서 오래 약재로 써 왔다. 은행의 효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천지해(定喘止咳)라는 효능이 있다. 천식을 다스리고 기침을 멈춘다는 뜻이다. 은행 속의 펙틴, 히스티딘 같은 성분들이 면역력을 높이면서 진해거담 작용을 한다. 둘째, 은행은 방광의 수축이완 작용을 조절해 야뇨증과 요실금을 다스릴 수 있다. 옛날에는 이불에 쉬하는 아이들에게 은행 열매를 볶아 주었다. 셋째, 여성의 경우 분비물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대하증이 있을 때 좋다.
은행, 가을 식재료를 대표하다. 은행은 풍부한 칼로리와 베타카로틴, 비타민B와 C, 신경조직 성분인 레시틴 그리고 아연, 철, 칼륨, 칼슘, 인 등의 다양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덕분에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노화를 예방하며 레시틴이콜레스테롤 조절을 돕는다. 치매 예방, 숙취제거, 피로 해소, 뼈 조직 강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의 대표적 식재료인 은행은 살짝 볶아 소금을 뿌리는 것만으로 고소하고 농축된 향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
은행잎 추출물은 혈액순환 개선제로 활용된다. 은행잎에 있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성분이 혈행과 뇌 혈류를 개선한다. 은행 속 징코라이드 성분은 콜레스테롤 및 혈전 제거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수술 전에는 수술 후 출혈이 멎지 않을 것을 대비해 은행잎 추출물 약이나 영양제 복용을 피한다. 은행잎에 있는 레시틴 성분은 칼슘 흡수를 돕는다.
하지만 은행 종자에는 MPN(Methiopyridoxine)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다. 체내에서 비타민 B6 대사를 방해하고 위장관과 신경계에서 중독 증상을 일으켜 구토, 설사, 간질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독성 물질은 겉껍질과 속껍질에도 다 있어 은행을 먹을 때에는 반드시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한다. 은행 독은 열에 강해 굽거나 삶아도 없어지지 않는다.
은행 손질 과정에서도 사고가 생길 수 있다. 2021년 가톨릭대 안과 논문에 따르면 81세, 73세 여성이 내원했는데 눈에 염증이 심했다. 바이러스 감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모두 은행을 다량 손질한 뒤 그 손으로 눈을 비벼서 염증이 난 것이었다. 안독성뿐 아니라 전신 부종이나 심한 관절염을 보였다는 보고도 있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은행을 손질할 때는 반드시 고무장갑을 끼고 해야 한다. 길에 떨어진 은행은 만지지 말아야 한다.
껍질을 다 깐 배젖 상태로 먹더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병원에 실려 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식약처는 성인 하루 10알 미만, 어린이는 2∼3알 이내로 섭취량을 제한하고 있다. 사람마다 독성 반응에 이르는 함량이 다를 수 있어 노약자라면 가급적 은행을 먹지 말고, 건강한 성인도 하루 10알씩 꾸준히 먹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은행잎에는 MPN이 없다. 그러나 접촉성 피부염과 알레르기 피부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은행산이 함유돼 있다. 만약 은행잎을 구해 집에서 차를 끓여 마신다면 주의해야 한다.
신선로나 찜 등의 단골 고명으로도 사용되고 은행주악이나 은행단자 등 품격 있는 한국음식의 재료로 활용돼 왔다. 특히 불린 은행과 햅쌀을 곱게갈아서 정성껏 끓여 낸 은행죽은 색도 곱고 맛도 순하여 이 가을의 햇살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음식이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이달의 월간 문화재 2018년 11월호(박상현. 맛칼럼니스트),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 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가을 색이 짙게 베였네요♡
상쾌한 목요일 아침이 밝았네요☆
오늘은 다시 오지 않아요.
최선을 다해서 오늘도
숙제하 듯 살지마시고
축제하 듯이 즐겁게 살아보시게요☆
오늘 하루도 미소 가득하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