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시/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항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詩 해설/나태주 시인
세상에는 돌출적인 인물이 더러 있다. 그들을 우리는 ‘천재’라고 부
른다. 이형기 시인도 시인들 나라에서는 천재 가운데 한 분이다. 고
등학교 시절, 17세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1950년, ‘문예’ 추천)했다는
기록이다.
무릇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좋은 시는 우리들 삶에 지침을 준다. 맑지 않은 인생, 고달
프기만 하고 평온하지 않은 인생, 그런 인생의 한가운데서라도 맑
은 인생을 꿈꾸게 하고 평온을 가슴에 안게 한다. 여릿여릿 어지럽
게 걸어온 나의 지난날, 이 한 편의 시가 나와 동행했다는 것을 이
제 와 새삼 가슴에 감사함으로 안는다.
(해설자 약력)
*1945년 충남 서천군에서 태어났다.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71(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50년간 끊임없는 창작 활동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 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국민 시인
시집, 산문집, 동화집, 시화집 등 100여권
공주 문화원장, 소월시 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박용래 문학상.
유심 작품상 등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