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은 봄 들녘의 어떤 새싹보다 먼저 눈에 띈다. 솜털 같은 쑥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난다. 옛 어른들은 ‘쑥은 음력으로 3월 3일에 캔다’라고 했는데 올해는 양력으로 4월11일이 그날이다. 아직 날짜가 남았으니 기다렸다가 쑥을 캐보자. 쑥은 싹이 짧을수록 좋다고 한다. 쑥은 국화과의 다년생 초본이다. 주위에 보면 쑥과 비슷한 인진쑥(사철쑥, 더위지기), 제비쑥, 개똥쑥 등이 있는데 생김새는 비슷해도 서로 다른 약초이기 때문에 구별해야 한다. 모두 쑥 속(Artemisia L.)에 속하지만 약성도 다르고 효능도 다르다. 우리가 보통 쑥이라고 해서 식품이자 약으로 사용하는 약쑥은 보통 참쑥, 산쑥, 사자발쑥, 황해쑥 등이다. 약쑥은 한자로는 보통 ‘애엽(艾葉)’이라고 한다. [본초강목]에는 ‘쑥은 질병을 벨 수 있고 오래되면 더욱 좋아지므로 어질다는 의미를 따랐다’고 했다. 쑥을 의미하는 예(乂)에는 질병을 치료하고 몸을 어질게 한다는 뜻이 있다. 이에 약으로 사용하는 약쑥을 ‘의초(醫草)’라고도 부른다.
봄철에 나는 쑥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쑥을 약으로 사용하려면 말려서 묵힐수록 좋다. 3년 이상 묵힌 것이 좋다는 말이 있지만 단지 말려 두고 사용하면 된다. 오랫동안 묵힌 것을 진애엽(陣艾葉)이라고 한다. 말려서 오래 묵힌 귤피(橘皮)를 진피(陳皮)라고 하는데 이때 진(陣) 자 또한 ‘묵힌다’는 의미다. 어린 쑥은 생 쑥으로 먹어도 좋다. 생쑥을 즙 내 마시기도 하고 국을 끓이거나 떡을 만들어서 먹는다. 쑥으로 만두피를 만들기도 했다. 묵은 쑥은 그 자체로도 사용했지만 쌀가루를 넣어 짓찧어 쑥가루를 내 탕(湯)에 넣어 달여 먹거나 환(丸)을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쑥은 다양한 요리 재료이자 약용돼 왔다.
쑥은 전통적으로 뜸치료에도 많이 활용돼 왔다. 약성이 따뜻하고 다른 약초에 비해 향이 좋기 때문이다. 쑥은 뜸치료에 다용되기 때문에 구초(灸草)라고도 부른다. 보통 뜸을 한 번 뜨면 한 장(壯), 두 번 뜨면 두 장(壯)이라고 하는데 이때 장(壯) 자는 건강함을 의미해서 뜸을 뜰수록 건강한 장인(壯人)이 된다는 의미다. 참고로 종이를 세는 단위로는 장(張) 자를 사용한다. 쑥은 성질이 따뜻하다. 한의서를 보면 생쑥은 기운이 따뜻하고 익히면 기운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함부로 쑥을 끊임없이 복용하여 매운 맛과 뜨거운 성질을 돕는다면 약의 성질이 오랫동안 한쪽으로 치우쳐 화(火)가 조급해지니 이것을 누구에게 허물을 돌리겠는가’라는 의미심장한 글이 기록돼 있다. 냉증(冷症)이 있거나 평소 몸이 냉한 체질에게는 적합하지만 열이 많은 체질은 장복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러한 점에서 쑥은 냉증을 치료한다. <식료본초>에는 ‘심한 냉증을 잘 치료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속을 따뜻하게 하여 냉기를 몰아내고 습을 제거한다’고 했다. 쑥을 넣은 복대로 복부의 냉증을 치료하기도 했다. <본초정화>에는 ‘배꼽과 배가 차서 고통스러울 때, 말린 쑥을 포대에 넣고 배꼽과 배 부위에 차면 그 효과의 오묘함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쑥 복대는 노인이나 여성들의 복부 냉증에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쑥은 특히 여성 자궁건강에 좋다. <식료본초>에는 ‘마른 것을 달여 먹으면 자궁출혈에 주로 쓰고 태루(胎漏)를 멎게 한다’고 했다. 태루(胎漏)는 임신 초기 가벼운 출혈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과거 어머니들이 유산기가 있을 때 ‘이슬 보인다’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자궁출혈을 말한다. 쑥은 안태작용이 있어서 임신 초기에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쑥은 여성들의 생리불순, 생리통, 대하증에도 도움이 된다. 여성건강에 익모초(益母草)가 좋다고 많이들 알고 있는데 차이라면 익모초는 꿀풀과이면서 성질이 서늘하고 쑥은 국화과이면서 성질이 따뜻하다. 냉체질이라면 쑥을, 열체질이라면 익모초를 선택하면 좋겠다. 쑥은 지혈작용이 강하다. <의방합부>에는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경우 묵은 쑥을 진하게 달여 마신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치질로 인한 출혈을 멎게 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토혈(吐血), 육혈(衄血, 코피), 변혈(便血), 요혈(尿血) 등 모든 출혈을 치료한다. 찧어서 즙을 내어 마시고 말린 것은 달여 먹는다’고 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놀다 상처가 생기면 쑥을 찧어서 붙이곤 했다. 또 코피가 나면 쑥을 찧어서 작은 뭉치로 만들어 콧속에 넣었다. 그럼 바로 코피가 멎었다. 실제로 쑥에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이 포함돼 있어 항균 및 상처보호작용과 함께 출혈을 쉽게 멎게 한다. 쑥 추출물이 응고시간을 단축한다는 연구논문들이 많고 현재 쑥 성분을 활용한 지혈제도 개발 중에 있다. 쑥은 위장과 대장건강에도 좋다. <식료본초>에는 ‘초봄에 채취하여 건병(乾餅, 말린 떡)으로 만들어 생강을 넣어 달여 복용하면 설사를 멎게 한다’고 했다. 쑥은 말려서 달여 먹어도 좋고 쑥떡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쑥은 식이섬유가 많아 설사뿐 아니라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 쑥은 소염작용이 강해 자체로 위장과 대장을 건강하게 한다. 최근 쑥을 이용한 스틸〇이라는 위염치료제가 천연물 신약으로 개발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쑥에 함유된 베타카로틴성분은 눈을 밝게 한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돼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 쑥에는 시네올이라는 정유성분이 풍부해 독특한 향을 뽐낸다. 이는 정서적인 안정을 돕고 면역력을 높인다. <맹자> 이루편에는 ‘7년 묵은 병에는 3년 묵은 쑥을 구한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내용은 오래 묵힌 쑥이 약효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시에 당시 식자(識者)들은 오랜 병에 당장 3년 된 쑥을 구하려고 한다면 이미 늦은 것이지만 지금이라고 쑥을 말려 비축하지 않는다면 3년 후라도 늦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경각심을 일깨웠다. 건강할 때 미리미리 쑥을 챙겨 먹는다면 3년 된 쑥을 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것이다. 쑥은 우리 몸이 병들지 않게 건강을 쑥쑥 높여줄 것이다. 쑥은 의사를 대신할 수 있는 의초(醫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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