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볕은 따스하지만 바람은 찬것이 가을이듯. 마음도 계절을 닮아
어느 상념하나 쉽게 섞어내지 못한댄다. 아니 못한다.
떠난 그 사람이 생각나는가 싶으면 곧장 자신이 떠나 보낸 사람을 떠올리게 마련이고
희망 가득한 현재의 노랑색 착각의 사랑을 얘기하다가도
후회막급한 지난날의 보라색 기정사랑을 곱씹기도 한다. 가울.
왜 안오냐는 전화를. 두번 받고. 열시가 다 되어 꼬깃깃꾸깃 들어간 '섬' 안녕.
나를 패러디했다는. 강원도의 사진을 보고는 피식 웃어버렸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난 안 한가한 도로에서 차 막고 찍은 사진이에요.
하소연이 필요하다고 알콜을 호소하는 그애를. 부서져 버릴것같은 표정의 녀석을.
우리집은 '아가씨 항시대기'라서 오늘은 안돼라는 거짓말과 함께.
도망치듯. 안녕했다. 미안 '다음에 지쳐 쓰러질때까지'. 하지만 다음은 언제나 거짓말. 부서지지 말고 있
어라. 해결은 못해주어도 이야기 들어줄게.
택시를 타고 같이 가자던 무너져 버릴것같은 표정의 녀석을.
난 전철타고 사람구경하면서 가려고 해. 하고 거짓말을 했다. 전제는. 내가 만원낼테니 나머지 오빠가 알아서.
어물쩡 2분이 버티니 옵션이 바뀌었다. 내가 다 낼테니. 혼자 타고 가기 뭐해서 그래요. 에 울컥했지만. 나 집에 안가.
하고 솔직히 말했고. 잘못외운 택시 번호를 문자로 넣어주었다.
남자들은 그렇게들 하길레 나도 그랬다. Are you Gentle? 나는 젠틀. 이상은 어제그제 모임 비슷한 이야기.
녀석들은 '아직' 부서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았다. 라고 결론내리고 편해졌다.
사실 부서지고 무너지는 설정도 내 마음대로다.
결론을 내버리면 편해지고 쉬워진다. 다른생각을 해도 된다.
일잔이잔삼잔이 들어가면 으례히 피곤해져버려.
몸이 아닌 손이 원하는 담배를 쥐어들거나. 구석에 앉아 옛날일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가운데 끼어. 게다가 재롱을 떨어야 하는 자리라서.
담배쥔 손으로 가르마 방향을 바꿔놓고 이마에 '진지'라고 써놓은 다음 내 이야기를 풀어놨다.
'3호선 버터플라이를 타고 홍대에 가려면 그게 가지냐? 하던대로 2호선 타.'
비유가 매우 부적절하여 무슨소리인지 모르겠어서
그가 문창과 출신이 맞는지 은유와 실재는 읽어봤는지 의심스러웠다.
'해봐. 일단 해보고 2단은 아니라는걸 알아야지.'
그는 3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3단은 나도 알고있다. 그것은. 최첨단의 우울이다. 내가 아니라.
모두들 가지 말랜다. 사실 나는 가지 않으려고 이미. 마음먹고 있었고.
이미 열어보지 않은 노랑색 문앞에서 뒤돌아선지 오래다.
'그냥' 이라는 말은 모든걸 쉽게 뭉뚱그려 준다.
대화는 이번주에 결혼식이 두개 있다는 것과 그중 토요일의 그사람은 배를 타는 사람이라서
언제할지도 모르는 내 결혼식에 오지 않을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가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그보다는. 그 사람의 우월감(이유없는)과 초연함. 머리 스타일. 말투. 복장에서만 과시하려는.
미국 갔다온 사람의 특성을 가냘프게 유지하려는 혼자 거만하고 일반적으로 무례한 태도.
그보다는. 그의 면상앞에서. 나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저런 냄새가 날까봐 겁내면서.
다리가 아프다. 오른쪽 무릎. 아퍼. 나 아파.
관심을 구걸하거나 동'정'한닢 받기 참 좋은 소재다.
트라스트를 쓰기엔 아직 젊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트라스트, 케펜텍, 케토톱 어느모든제품도 중년모델을 내세웠다.
하긴 난 주소비자층이 아니다. 아. 2년전. 아버지가 주신 니코틴 패치가 생각났다.
내일 붙여봐야겠다. 유효기간은 살아있니.
갑자기 두툼한 지갑을 꺼내보여주며, 형 선물 줄까요.
증정해도 좋다는 허락을 하기도 전에 녀석이 꺼내든 151회 Lotto 645.
의례히 복권선물은 '잘되면 오십프로' 정도 멘트가 고정 게스트인데.
이 놈은 아무것도 아닌 날의 꽃다발같은 선물을 안기며 잘되거든 투명한 소주 일잔 사달란다.
순수한 눈망울에서 전혀 읽을 수 없었지만. 분명. 번호들을 수첩에 옮겨 적어놓았을 거다.
비난의 여지는 없다. 고마워.
귀가길. 커피를 1.2kg 이나 샀다. 일요일에 놀러왔던 녀석. 나는 동물농장을 보고 다시 자느라 열두시가
다되어 일어났다. 커피를 마시고 있길레. 집에 커피가 있었어? 물었더니 옆집여자한테서 얻어왔댄다.
내가 보낸줄 알겠다. 1.2 킬로그램 사놓았다.
귀가길. 센트럴 시티에 들러 오래만에 이픈 음반을 한장 샀고 기펐다.
테잎하나. CD하나 사서. 테잎은 내가 듣고. CD는 예쁘게 구는 누군가에게 선물해야지 생각했다.
테잎은 없나요. 하고 물었는데 점원은 조금 찾아보는 듯하다 없다해 나는 뻘쭘해졌다.
믿을수가 없어 계산하며 다른 점원에게 테잎은 아예 안나왔어요? 하고 다시 물었는데 정말 무성의한
표정으로 발매 자체가 안됐어요 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무언가 확인해보는 듯한 모습만 보여줬어도
나는수긍했겠지만. 여전히 못믿겠다. CDP는 고장이 나있고 ipod 은 2주전에 잃어버려 카셋트를 들고 다닌다.
앨범의 뒷면에는 '아홉시에, 여자애가 웃었다' 라는 제목의 일러스트가 있는데 나는 그 여자애를 조아하다.
예쁘지만 조금 슬퍼보여 예프다. 그애를 여덟시 오십구분에 길에서 만나지 않은 건 참 다행이다.
음반을 샀으면 노래이야기 해야 하는데 나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느낀건 굉장히도 구체적인것인데.
그것을 말로 만들다 보면 점점 옅어져 '그냥' 좋다 라는 말을 해버릴것 같아서.
시간이 급한 일이 생기면 그만큼 딴짓을 하고싶어진다. 그래서 글이 그저그런 호프집의
만오천원짜리 '아무거나' 안주 모양새다. 푸짐한듯하나 먹을 것 없이 배만 부르다.
그렇지만 나는 1%의 경험에 근거한 99%의 픽션을 쓰는편인데. 종종 판단되어지고 오해를 받는다.
아 . 네. 여기 오해만발 꽃다발.
계절은 서울에 살고 있는 나에게 겨우 제목만을 전하였다.
겨울. 가을이 가기도 전에 내닥친 겨울에서 처음으로 인사 비슷이 기침을 하였다. 콜록.
이제 눈만 오면 된다.
첫댓글 너무좋다-
음주는 골다공증을 유발한데. 응. 트라스트. 케팬택도 있어요.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는 케토톱을 즐겨 쓰셨지.
분명, 안적었을꺼에요.
울컥할꺼까진없잖아-
서울 33 바 2090 . 물망초 운수. 99년식 소나타 II. 아저씨 유노윤호 닮았으며, 식충식물을 좋아함.
눈만 오면.
렌즈를 23시간끼고 있다가 벗으면 오히려 벗은게 더 눈이 따가워요. 저한텐 노랑색이 그래요. 갈색 현실을 망각해.
[아이이런거싫어!!!털털!!!]
우울을 전재한 희망의 글인걸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