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모두가 죽어야 하겠소?"
"살리기 위해 이 길을 선택했을 뿐이오나, 방도가 마땅치 않습니다."
그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으나 지재에게 간곡히 청했다.
"내 죄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주게."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는 점차 험악해졌다. 조조군의 진영에서는 당장의 적이 없음에도 일전을 준비하기 위해 병장기들을 손질하고 있었고, 황건의 무리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당장은 살아야 한다."
그들이 줄곧 이야기 해왔던 것들이다. 당장 조조군에 도륙되지 않더라도 지금의 죽음을 앉아서 맞이할 수 없다. 자신들의 고을을 뛰쳐나와 약탈을 일삼은 자들이 자신의 본능으로 움직이게 된 동인이다.
그들은 자신의 우두머리가 허한다면 당장이고 조조군과 다시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다. 날이 갈수록 수장은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으며, 한참 어린 지재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헛된 희망을 품게하고 차례대로 죽음을 기다리게 만드는 지재에 대한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제대로 싸우고 항복했더라도 차라리 그게 나았을 것이라는 말들도 많았다.
"뒷일을 꼭 부탁하고 싶소."
"아니될 말입니다."
"아니, 그리해야 하오."
그는 지재에게 절을 올렸다. 지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조조군은 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원술군과 교전 횟수가 늘었다는 보고를 조조가 들었고, 조조는 본대의 발을 묶여있을 채로 있을 수 없었다. 지금의 자신의 전력으로 황건군들을 모두 통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연주 내로 이주시킨 황건의 무리들과의 충돌도 컸기에 연주 내에서 또다시 봉기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서주의 도겸이 조조군을 기습한다는 말도 돌기 시작했다. 이미 원술과의 긴밀한 관계였던 그들은 서주의 서쪽 고을들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었다. 대외적인 명분은 황건적 잔당에 대한 대비를 하겠다는 것이었으나, 그들이 황건적 토벌에 일조한 사실은 없었다. 서주의 세력은 패군과 노군까지 진출하게 되었고, 그들의 선두에는 진등이 있었다.
"자효, 어쩔수 없다."
"예."
"지재를 마지막으로 내 만나보고, 결정을 내도록 하겠네. 최대한 신속히 정리를 끝낸 뒤에, 내부 단속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이네."
"예."
조조군은 최악의 식량난에 봉착하였다. 동군 일대에 발이 묶인 그들이 원술을 공격하기 위해 회군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으며, 가까운 조조의 근거지보다 장패의 근거지인 태산이 가까웠다. 노국과 패국을 점거한 도겸이 언제고 돌변하여 후미를 공격한다면 곤란해질 수 있었다. 도겸은 조조에게 결코 우호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장패와의 교전에서 조조가 당했던 까닭은 도겸의 비협조에 있었다.
"사태가 끝나는 대로, 풍현 일대에 천명을 끌고 먼저 자리를 잡아라. 도겸의 움직임에 주시하여 그들이 공격한다면 맞서고, 원술과 협공하면 바로 창읍까지 철군하여 여기서 만나는 것으로..."
조조는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연신 눌렀다. 곽가를 불렀다.
"그대같으면 다음 어떻게 하겠나."
"아직 예주 일대가 모두 원술에게 평정된 것은 아니라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그러한가."
"원술이 비범한 군웅이라면 반드시 지금 주공을 공격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씨 형제를 쓰러트리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았고, 예주에서 제대로된 기반을 잡지 못하여 양주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더 약한 적을 쳐서 세를 불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겸은 황건군들이 제북을 넘어갈때까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장패가 도겸을 염려하여 움직이지 못한것데 대해 양해를 한 것을 보면 저 자는 사사로운 이익을 쫓는 소인배입니다. 서주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나도 동의하네."
"진궁이 왔습니다."
"들라 하시오."
진궁이 멀찌감치에서 조조를 향해 읍하고는 조조에게 다가갔다. 조조도 기뻐 진궁을 맞이했다.
"오래간만이군."
"예. 장막이 따로 의논할 것도 있어 찾아왔습니다."
"어떤일인가."
"여기서 지나치게 시일을 지체하는 것에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장 큰 문제가..."
진궁은 말을 하다가 조조와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네. 괴념치 말고 말해보게."
"아직까지는 주공께서는 동군태수일 뿐, 그 이외의 군현들에는 주공의 명이 닿지 않습니다. 하여, 유대를 따르던 자들을 주공의 편으로 돌려세워야 할 것입니다."
조조는 찬동했다.
"연주 일대의 명사들과 순욱은 교분이 있어 주공의 위명이 닿으나, 유대를 따르던 자들은 그렇지 않아 제가 설득토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시오. 정말 고맙소."
첫댓글 말라가는 미네랄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