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히 보았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도 더된 어느 여름날 의 일이다. 필자는 그때 경기도 안성지역에 잠시 머물고 있었다. 그때 자동차로 어디를 가다가 라디오를 켜는 순간 뉴스를 진행하는 남성 앵커의 숨 넘어갈 듯한 긴박한 호소가 흘러 나왔다. 나는 혹시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도로 한쪽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긴급뉴스를 전하는 앵커의 호소를 자세히 들어보았다. 서울 강남지역의 대형백화점이 갑자기 붕괴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매몰되어 있다는 긴급 뉴스였다. “전국에 이 방송을 듣는 계신 청취자들 중에서 혹시 산소를 이용하여 금속절단 작업을 할 수 있는 분이 계시면 붕괴된 삼풍백화점 쪽으로 속히 오셔서 구조 활동을 해 주십시오.” 국민들을 향하여 응급 구조대원들을 모집하는 대 국민 호소였다. 필자는 평소 자비량으로 중국 선교 활동을 해오고 있었기에 항상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던 그 무렵에는 안성에서 기계 제작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 뉴스를 듣자 나는 곧 자동차에 관련 장비들을 싣고 아내에게 어디로 간다는 연락도(당시 핸드폰이 너무 비싸서 나에겐 없었다) 미처 하지 못한 채 강남의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현장으로 차를 몰고 달려갔다. 당시 나는 큰 백화점이 무너져 내린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내가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고 지체 없이 달려서 그 붕괴 현장에 도착하였다. 거대하던 백화점이 아득히 땅 밑으로 무너져 내린 참상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한 필자는 마치 온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 것 같은 충격에 사로 잡혔다.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고가 난 첫날밤에는 119 구조대원들이나 정부 측 구조 요원들이 나서서 현장 장악을 하지도 않아서 사고 현장은 그야말로 무질서와 혼돈의 상태였다.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시민 구조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구조 활동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워낙 수많은 사람들이 무너져 내린 시멘트 더미에 깔려 있어서 그들이 한꺼번에 토해 내는 비명 소리는 귀청이 터질 정도였다.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데시벨의 소음 상태는 소리의 내용을 구별할 수 없었고 단지 연속적으로 ‘웅~~~’ 하는 고음으로만 들렸다. 비명 소리로는 사람이 어디쯤에 깔려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응급 구조대원들은 건물의 단열재 등으로 사용된 유리솜 가루나 석면 가루 같은 분진이 무너진 시멘트 더미에서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가운데로 들어가 구조 활동을 시작하였다. 마스크나 그 어떤 보호 장구도 착용하지 않고 이곳저곳의 시멘트 더미들을 들추어가며 한 사람씩 구조하여 나갔다. 산소가 가득 충전된 산소통은 그 무게가 60킬로그램은 족히 넘을 것이다. 수백 명이 동시에 울부짖는 그 절체절명의 비명 소리가 바로 우리의 발밑에서 들려오고 있음을 아는 구조대원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아무 보조 장치 없이 60킬로그램이 넘는 산소통과 가스통을 각기 하나씩 어깨에 둘러메었다. 그리고 10미터가 넘어 보이는 건물 지하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 수직 절벽 쪽으로 갔다. 띄엄띄엄 돌출된 철근 나부랭이를 겨우 부여잡고 가스 배관이 파열되어 가스와 먼지가 자욱이 피어오르는 바닥을 향해 한발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차하면 둘러맨 산소통이나 가스통과 함께 바닥에 떨어져 중상을 입거나 아니면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위험하기 그지없는 무모한 시도였다. 하지만 아무도 겁을 내거나 움츠리고 몸을 사리지는 않았다. 이를 악물고 절벽 난간을 위태하게 한참을 내려가는데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새어 나오던 가스에 불이 붙으면서 갑자기 불길이 확 치밀어 올라 왔다. 구조대원들은 어쩔 수 없이 황급히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고 그때부터 불을 끄느라 여러 대의 소방차가 물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토해내던 비명 소리는 차츰 잦아들고 있었다. 아마 비명 소리조차 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꼬박 밤을 지새우며 정신없이 구조 활동을 하다 보니 날이 훤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현장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매몰되었을 것 같은 백화점의 매장 바닥 부분이 보이는 곳도 있었다. 구조에 투입된 사람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신속히 살려내기 위하여 온갖 위험을 무릅쓰며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때 이상한 행동을 보이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몇 명 눈에 들어왔다. 삼풍백화점은 강남에서도 주로 부자들이 자주 이용하던 백화점이었다. 붕괴된 현장에는 귀금속은 물론 여성들이 소지했던 명품 핸드백들에는 돈을 비롯한 여러 가지 값나가는 귀중품이 건물더미와 함께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시멘트 덩어리 밑에 깔려서 살려달라던 비명 소리조차 점차 잦아들어가는 그 절박한 상황에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을 구조하는 척 하면서 발로 무언가를 툭툭 차고 다니며 핸드백이나 지갑들을 뒤지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시멘트 더미에 깔려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찾아 살려내는 일은 뒷전이고 그들의 시선과 관심은 오직 땅바닥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핸드백이랑 지갑을 찾기에 여념이 없고 더러는 핸드백을 열어서 무언가를 끄집어내어 주머니에 넣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오, 주님! 도대체 저들이 사람들입니까? 사람들이 어찌 저럴 수가 있는 겁니까?” 자기들 발밑에서 사람들이 지르던 비명조차 잦아드는 이 절박한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니. 비명을 지르는 이들이 흘린 핸드백과 지갑을 뒤지는 행동들을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서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당시 그들의 행위를 지켜본 나는 정말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인간이 악해지면 도대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를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악마를 보았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이는 말일 것이다.” 이런 장면들에서 문득 ‘오버랩’ ....? 어쩌면 저 죽어가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고 단지 그들이 흘린 귀중품에 눈이 어두워, 땅에 떨어진 핸드백에 눈독을 들이는 저들의 모습은 어쩌면 이시대를 살아가는 거의 대부분 현대인들의 자화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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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백화점 붕괴 현장에서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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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중동 표준 개돼지들이 더욱더 그런습성이 있죠. 먼저 줍는게 임자다. 뭐 스스로 노예 인생을 살기로 작정했으니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똘똘히 모인 도시가 있죠. 주인정신이 있는 사람은 남을 살리는데 앞장서는거고. 그런 주인정신이 없으면 맨날 비판하기에 몰두하죠. 준비족은 주인정신이 가득한 사람들입니다.
주위를 보세요. 지금도 돈 천원, 돈 만원에 벌벌 떠는/떨어야 하는 이들에 참 많습니다.
사람이 없이 오래 살다보면 뇌 구조가 바뀌는지 체면/염치/준법정신 없어지죠.
이는 국가적인 대재난시에도 동일합니다. 내 집에 식량 떨어지고, 현금 떨어지고 1주일 지나면... 약탈 강도 급증하겠지요.
좋은 덕을 쌓으셧네요^^
다행히 저는 그곳 붕괴 한달전 그만둬서
목숨을 연명하고 있네요
살면서 좋은 덕 많이 쌓아야 하는데.....^^
망할 놈들이 저지른 일을 ... 관계없는 사람이 추르려야 하는 ....
그때 어린 나이였지만 충격적이었어요...백화점 붕괴와 다리붕괴등등 제가 느낀건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세상은 안전하지 않다입니다
지금은 국가가 그나마 정상적이어서 다행입니다
영웅이십니다...
멋지네요~
저 그날 신촌 그레이스백화점 지하에 있었어요 서울사람도 아니었는데 놀러왔었거든요 무척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