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정애리(46)씨. 연예인들의 선행이 소개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착한’ 연기자. 최근 노원구 중계본동의 달동네에서 연탄 리어카를 끄는 정씨의 사진이 보도된 후,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가녀린 몸으로 쌀 20㎏짜리 20개 무게의 리어카를 직접 끄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참 곱고 단아한 분인데, 현장에서 몸 아끼지 않고 봉사하시네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정씨를 만났다. 문을 열자, 그가 보였다. 옅은 화장에 곱게 빗어내린 단발머리. 니트에 청바지를 입은 그가 화면 속보다 훨씬 ‘어려’ 보여 당황했다. “사람들이 저보고 갈수록 젊어진다고 해요. 아마 받는 게 너무 많아 행복해서 그런가 봐요.”
기자가 명함을 건네며 인사하자, 그가 웃는다. “저는 명함이 없어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는 품새에서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고집 센 ‘태수 엄마’ 이미지가 살포시 포개졌다. “드라마에서는 깐깐하고 올곧게 나오는데, 사실 제 성격이 참 물러요. 눈물도 많고.”
그 리어카 사진 얘기를 꺼냈더니, “아유, 그날 무겁고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라며 또 웃는다.
정씨는 지금 월드비전, 연탄은행, 생명의 전화, 독거노인 주치의맺기 운동본부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북한 동포 돕기, 한국 희귀난치성질환 연합회 연예인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모두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이에요. 봉사가 절대로 노동이 되면 안 되죠. 그러면 받는 분들이 먼저 아시거든요.”
그가 나눔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1989년. 드라마 촬영차 성로원 아기의 집을 찾았을 때부터다. “'드라마게임'이라는 단막극을 찍었는데, 제 역할이 잃어버린 아기를 찾아 다니는 엄마였어요.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데 아이들의 얼굴이 자꾸 눈에 밟혔죠.”
창문에 한 줄로 서서 바라보는 아이, 느닷없이 품에 안기는 아이, 가지 말라고 양팔에 매달리는 아이들까지…. 그 아이들을 떼어놓고 나오면서 말했다. “꼭 다시 올게요.”
그리고 몇 주 뒤 다시 성로원을 찾아갔다. 당시 나이 스물아홉.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씨는 매주 성로원에 간다. 아기들 밥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목욕도 시킨다. 일요일이 되면, 중학교 1학년인 딸과 함께 찾아가 하루를 보내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올해로 18년째. 하지만 그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정씨는 “편안하게 봉사하고 싶어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2002년 ‘밝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대통령 표창 수상자로 뽑히고도 지방 공연을 이유로 시상식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자연스레 생각이 바뀌더라고 했다. “모든 사랑은 표현이 돼야 사랑이고, 수고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닌 것 같아요. 생각은 많은데, 방법을 몰라서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이제 알리는 것도 제 임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는 “많은 분들이 정애리라는 사람에게 신뢰를 가져 주셔서, 저는 참 행복한 심부름꾼”이라며 “그냥 그 삶을 살아내는 게 최고의 홍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씨의 나눔 영역은 그래서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의 고통 받는 이웃들의 현장에 그가 있다. 몽골의 빈민 지역을 찾아갔고, 쓰나미(지진해일)로 피해를 입은 인도의 아이들을 방문하기도 했다.
‘사랑과 야망’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방글라데시와 필리핀에 다녀왔다. 몽골, 모잠비크, 에티오피아,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베트남…. 전 세계 오지(奧地)에서 굶주리는 해외 아동 10명을 매달 후원하기도 한다.
“저에겐 나눔이 아니라 채움이에요.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내가 채워지는 걸 느끼거든요.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많죠.” 그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저는 봉사를 안 하고 살았던 시간보다 봉사를 하면서 보낸 시간들이 더 행복했어요. 나눔은 절대 어려운 게 아닙니다. 폼나게 한다고, 더 크게 하려고 생각하면 끝까지 못해요. 지금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됩니다. 그 행복한 현장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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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 가라사대 다 이루었다 하시고 - 요한복음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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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