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AFP or licensors)
바티칸
타글레 추기경 “‘국제 카리타스에 관한 교령’은 카리타스를 위한 겸손과 식별의 과정”
국제 카리타스 의장을 역임했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로마에서 열린 카리타스 대표자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국제 카리타스에 관한 교령’을 낭독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이번 교령 반포가 “세심하고 독립적인 조사의 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재정 관리 부실이나 성적인 성향과 관련된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교령이 반포된 게 아니”라고 말했다.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은 새 교령이 “가장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교회의 매우 중요한 임무인 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당신의 협력자들을 향한 교황님의 부성애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국제 카리타스 임시 최고책임자로 임명된 피넬리 박사는 이번 교령의 의의를 두고 “이미 존재하는 최고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일종의 점검”이라고 말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김호열 신부
그동안 국제 카리타스* 의장을 역임했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Luis Antonio Tagle)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국제 카리타스에 관한 교령’ 반포와 관련해 성적 학대나 재정 관리 부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하느님과 동행하라는 부르심”이자 “식별의 과정”을 의미하는 “세심하고 독립적인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11월 21-22일 로마의 아우렐리아 빌라에서 열린 카리타스 대표자 회의에서 교령 전문을 영어로 낭독했다. 참석자들은 교령의 일부 조항이 낭독될 때 박수로 환영했다. 참석자들은 또한 타글레 추기경이 임시 최고책임자인 피에르 프란치스코 피넬리(Pier Francesco Pinelli) 박사와 그의 곁에서 조력하게 될 마리아 암파로 알론소 에스코바르(Maria Amparo Alonso Escobar) 교수를 소개할 때에도 박수로 환영했다. 피넬리 박사는 이미 국제 카리타스의 관리 및 재정 부문에서 자문 역할을 해 왔다. 아프리카와 제네바에서 오랫동안 변호사로 활동한 암파로 교수는 현재 국제 카리타스 변호인단과 캠페인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역주: 국제 카리타스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162개 카리타스 회원기구들의 연합회로,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가 국제 카리타스의 정관에 따라 관할한다. 교황과 주교들이 수행하는 사랑의 직무를 보좌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국제 카리타스는 가장 가난하고 곤궁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인도주의적 긴급 상황에 도움을 주며 복음과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세상에 사랑과 정의를 널리 전하는 데 이바지하여 이 임무를 수행한다.
교령 소개
교령을 소개하는 자리에는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 마이클 체르니(Michael Czerny) 추기경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타글레 추기경은 국제 카리타스가 “임시 최고책임자”를 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 소식은 여러분 중 몇몇에게 다소 불안이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황님의 이번 결정은 국제 카리타스 사무처의 업무 환경과 국제 카리타스 내에서 개인과 기관이 행사하는 운영 행위에 대한 신중하고 독립적인 조사 후에 나온 것임을 확신하셔도 됩니다.”
함께 걸어가기
타글레 추기경은 “성희롱이나 성추행 때문에 교령이 반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세 번에 걸쳐 강조했다. “재정 관리의 부실 때문도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교령은 그 의도를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타글레 추기경은, 로마에서 열린 카리타스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국제 카리타스 사무총장 알로이시오 존에게 감사를 전하는 한편, 집행이사회 이사들을 비롯해 이번 조치로 임기가 끝나는 국제 카리타스의 고위급 임원진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자유의 성령에 따라 우리 자유의 부족함을 마주하고 하느님과의 겸손한 동행과 식별의 과정으로의 부르심”이라며 “동시에 서로 다른 문화와 그들만의 독특한 인류애의 표현 안에서 함께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전 세계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서 카리타스가 계속 직면해야 하는 도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교령은 국제 카리타스 사무처가 회원 기구들을 지원하는 한편, 복음의 가치와 모범 사례에 따라 일관된 방식으로 운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총회
타글레 추기경은 모든 이의 시선이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차기 총회로 쏠려 있다며, 차기 총회가 “위기의 순간에 치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 총회 때에는 아무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아무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으며, 또한 잊힌 다른 많은 전쟁들이 지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카리타스의 자선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타글레 추기경은 확신했다. “우리에게는 차기 총회 때까지 국제 카리타스를 이끌 강인한 임시 책임자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 카리타스의 사무처 업무는 지속될 것입니다.” 타글레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발언을 마무리했다. “우리 회원 기구들이 이 멋진 인고의 시간을 통해 강인하게 변화하는 데 있어 우리가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봅시다.”
체르니 추기경 “사명에 합당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체르니 추기경은 “교황의 결정은 국제 카리타스의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관리 프로세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변화의 과정에 필요한 직원들의 처우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제 카리타스는 당대 세계가 교회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숱한 도전에 대처할 준비를 잘 하고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카리타스는 교회 안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체르니 추기경은 “국제 카리타스는 교황청과 교황의 자선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모든 지역 카리타스를 연결하는 지점”이라며 “따라서 그 사명에 맞갖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음과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세상에 사랑과 정의를 널리 전하는 사명에 합당해야 합니다. 저는 교황님의 결정이 가장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교회의 매우 중요한 임무인 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당신의 협력자들을 향한 교황님의 부성애의 표현이라고 믿습니다.”
피넬리 박사 “신뢰와 협업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체르니 추기경과 타글레 추기경이 있는 연단에 자리한 피넬리 박사와 암파로 교수는 자신들의 소임을 “봉사 정신”으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특히 피넬리 박사는 교령을 소개하는 기자회견 막간에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향한 “교황의 신뢰”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국제 카리타스의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제 카리타스가 장기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화해와 개선의 과정을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 카리타스의 재출범을 뜻하느냐’는 질문에 피넬리 박사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미 존재하는 최고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일종의 점검”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 새로운 임무에 “평온함과 겸손함으로” 다가가야 한다며, 첫 번째 목표는 국제 카리타스 사무처 직원들과 카리타스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여 “신뢰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