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안다는것과익힌다는것(2)
장경선이라고 생각하고 유심히 보니 과연 그는 장태수의 아들 섬전수 장경선이
었다.
'한달 전 무림맹의 총순찰이신 일기검 유선재 어른이 와서 장대협과 가족 분들
을 모시고 가셨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더냐?'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유선재 어른께서 혹시 섬전수께서 돌아오시면 맹으로
들러주십사 당부까지 하고 모셔갔습니다.'
장경선의 마음에 의혹이 일었지만 어차피 이곳에 계시지 않는다면 무림맹이 아
니라 그보다 더한 곳이라고 해도 찾아가 봐야 했다.
눈 밑에 큰 점이 있는 사내를 바라보던 장경선이 돌연 신형을 솟구쳐 사라져
버렸다.
사내는 장경선이 사라지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네놈의 식솔들은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지 오래이니 무림맹에 가봤자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가주께서는 저런 무시무시한 놈을 왜 무림맹으로 보내라
고 하신 것일까?'
그의 머릿속으로 한달 쯤 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장태수 일가는 탈출을 시
도했다가 천하제일가의 외곽에 은신(隱身)하고 있던 궁수들에게 발견되어 고슴도
치처럼 되었다. 그날 장태수의 몸에 박힌 화살을 뽑은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뒤늦게 장태수 일가의 참사(慘死)를 듣게된 가주는 한달음에 달려와서 시신을
확인한 후에 경비무사들에게 지시했다.
'혹시 그의 아들이 가족을 찾으러 오면 무림맹으로 보냈다고 말하도록 해라.'
비록 사내가 그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몇 마디 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모
든 것은 가주가 바라던 대로 된 것이다.
'아 씨블, 일기검 유선재의 이야기는 괜히 했나?'
공적인 일로 거짓말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뻔히 내막을 알면서
동참하기란 더욱 어렵다. 사내는 장경선의 살기에 놀라 제 딴에는 사실적으로 설
명을 한답시고 괜한 사람의 이름까지 거론한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 * *
사천성의 삼도회는 이곳저곳에서 몰려든 사파인들로 가득 찼다. 삼도회가 마교
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떨치고 일어섰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몰락한
사파와 사파의 은거기인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회주님, 오늘까지 손등에 삼도인(三刀印)을 찍은 사람은 모두 칠 백명이나 됩
니다. 전대 거마(巨魔)들도 상당수 가입을 해서 삼도회의 설립이후 가장 성공적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비검 남궁척은 총관의 말을 듣고 잠시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다지 밝은 표정
이 아니었다.
'비록 일시적으로 삼도회의 세력이 확장되었다고는 하나, 마교의 고수들이 몰
려오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으니 좋아할 일만도 아니오. 게다가 저들은 우
리가 마교에 반대한다고 하니 모인 자들이 아니오. 이제 와서 마교와 손이라도
잡는다고 하면 전보다 더 초라해질 것이니, 정말 우리는 마교와 싸울 일만 남은
셈이오.'
삼목혈검 양제는 남궁척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기운이 쑥 빠져나가고 말았다.
'회주님, 그렇다고 하여도 우리가 이번 일로 사천성 뿐만 아니라 천하 무림에
이름을 드높이게 되었으니, 이번 위기만 잘 넘기면 삼도회는 무림의 사파제일이
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천하제일의 사파라...'
남궁척이 중얼거렸다. 천하제일의 사파! 지금까지는 겨우 사천성 제일의 사파
자리에 만족했지만, 오늘날의 삼도회를 볼 때 그런 기대는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마교대전(魔敎對戰)만 요리조리 잘 넘기면 천하의 사파림인들은 마음
속으로 삼도회를 우러르게 될 것이다. 비록 일순간 문파의 힘은 약화될지라도,
명예가 따르면 부흥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삼도회가 천하제일의 사파를 꿈꾸며 전의(戰意)를 다지고 있을 때, 수라마검은
천마대를 이끌고 삼도회의 외곽에 진을 치고 있었다.
'대주님, 삼도회에 의외의 인물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어 약간의 경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수라마검은 자기 앞에 자리한 부대주 사혼검(死魂劍) 고명(高明)을 바라보았
다.
'쯧쯧, 네놈의 담력이 고작 그 정도 밖에 안되느냐? 우리 천마대는 지난 몇 달
간 단 한차례의 실패도 없었다. 겨우 사천성의 문파 하나를 앞에 두고 그런 소리
를 해서야 어찌 천마대 부대주의 자격이 있겠느냐?'
수라마검이 다시 고명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니, 감히 삼도회의 떨거지가 찾아와서 손을 잡자느니 하는 쉰소리를 하는
게 아니냐. 본래 네게 이번 삼도회의 일을 맡기려 했으나, 그처럼 걱정이 많으니
이번 일은 아무래도 본좌가 친히 나서야겠다.'
수라마검이 저처럼 삼도회의 일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으니, 이미 전날 백건당
당주와 약조한 일들은 무위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고명은 이충식과의 일을 떠올
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삼도회를 접수하러 가겠다. 천마대의 각 소대장(小隊長)들에게 알리고
출전을 준비하라고 일러라.'
'존명!'
사혼검 고명이 조용히 물러나자 수라마검은 자신의 애검(愛劍) 아수라를 뽑아
들고 검날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파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검신에서 서서히 한
기(寒氣)가 날리기 시작했다.
'아수라야, 내일이면 또다시 따뜻한 피로 네 목을 축이게 되겠구나.'
다음날 날이 밝자 삼도회는 마교의 고수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급보를 받아야
했다.
삼도회 회주 남궁척이 삼도회의 마두들 앞에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형제들, 드디어 마졸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천성 제일의 삼도
회, 아니 무림 제일의 삼도회다!'
남궁척의 말이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괴성을 지르며 호응
했다.
'이제, 지난 며칠 간 준비했던 대로 절반은 몸을 숨기고, 나머지 형제들은 대
전 앞으로 모두 모이도록 하라!'
잠시 후 삼도회의 고수들의 반은 곳곳에 몸을 숨기고 나머지 삼백 오십 여명이
대전 앞에 길게 늘어섰다.
한동안 부산하게 삼도회의 고수들이 자리를 잡고 나자,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
가 크게 들려왔다.
쾅! 쾅! 쾅!
대전 앞에 도열했던 삼도회 고수들은 모두 입을 꽉 다물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
았다. 무림 최강이라는 마교의 고수들이 저 문 앞에 찾아온 것이다. 저들이 문턱
을 넘는 순간부터 두 무리 중의 하나는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고꾸라지게 될 것
이다.
오극렬은 제일 우측에 배치된 십이 당의 앞에 서서 검자루를 굳게 움켜쥐었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어찌나 세차게 뛰던지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가 되자 오극렬은
이를 악물었다. 십이 당의 수하들 삼십 여명이 등뒤에 서있는데, 그 앞에서 떨리
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오극렬의 좌측으로 나머지 십일 당과 외당(外黨) 삼당(三黨)의 당주(黨主)들이
서있었다. 백건당의 당주 파면불권 이충식의 얼굴도 보였다. 그는 태연자약(泰然
自若)한 모습으로 서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오극렬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저 빌어먹을 자식은 무공도 낮은 녀석이 의외로 대범하구나. 이번 마교대전이
끝나는 대로 녀석과 화해를 해봐야겠다.'
대전에 가득한 삼 백 오십 여명은 모두 십 오 개 당주와 그 휘하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머지 삼도회의 별동대는 다른 삼백 오십 여명의 고수들과 함
께 전각의 지붕이나 담벼락 밑에 은신하고 있을 것이다.
밖에 도착해 있던 수라마검은 안에서 문을 여는 기미가 없자 피식웃으며 소리
쳤다.
'문을 잠그고 모두 도망이라도 갔나보구먼, 누가 가서 문을 부수도록 해라.'
그는 어차피 사파끼리의 세력전에 강호의 도의(道義)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
각했다. 상대가 강하다면 작전을 세우고, 염탐이라도 해보겠지만, 대마교 앞에
삼도회는 그저 작은 입가심 거리도 되지 못했다.
마교의 수하 한사람이 뛰어가서 등에 매고있던 도끼로 대문을 내리치니 한번의
도끼질로 문짝은 박살이 나버리고 말았다.
수라마검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수하들을 이끌고 문턱을 넘어 섰다가 그만
우뚝 서고 말았다. 거대한 안뜰에 쥐죽은듯이 서있는 삼백 여명의 사람들이 두
눈에 가득 찼다.
'이런, 이 많은 놈들이 서있는데 어찌 그토록 인기척 하나 없었단 말인가?'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방파를 상대해 왔지만 이렇게 특이한 경험은 처음이었
다. 마치 무수히 많은 시체 사이에 서있는 듯한 이 적막감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
인가!
재짤리 마음을 가라앉힌 수라마검이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크하하핫! 이렇게 많은 영웅들이 어찌 쥐새끼처럼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있
었단 말인가!'
수라마검이 이끌고 온 천마대가 이백 명이었으니 삼백 오십 여명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였다. 그러나 마교의 수하들은 모두가 고수의 반열이었으니, 숫자만으
로는 열세라고 말할 수 없었다. 듣기로 삼도회의 무리는 삼백 명이라고 했으니,
저 중에 오십 여명은 외부에서 가입한 무리들일 것이다. 수라마검은 그 짧은 기
간동안 마교대전을 앞둔 삼도회에 오십 여명이 늘었으니 그것만해도 대단한 일이
라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까지의 삼도회 회주가 누구냐?'
수라마검의 질문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삼도회 고수들이 술렁 거리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까지라니, 이것은 현재의 삼도회주를 농락하는 발언임과 동시에 자신감
의 표현이었다.
'이 개자식아, 그렇다면 네놈은 오늘 아침까지의 천마대 대주로구나! 우리 회
주님께서는 오늘 아침부로 삼도회의 회장(會長)님이 되셨으니, 네놈 말이 틀린
바는 아니다!'
수라마검이 감히 자신의 말에 당차게 대꾸하는 놈을 찾아보려 했으나 워낙 비
슷비슷한 몰골의 얼굴이 많은지라 일순간에 찾지를 못했다.
재미있는 무협 소설방 ☜클릭
첫댓글 즐감~~~~~~~~~~~~~````````````````````````
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ㅈㄷㄳ..
올려주심에 감사하고 즐독 합니다^^
감사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 보고 있습니다
즐감
즐독요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