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건강
감동의 순간에 사람의 몸은 놀라운 변화를 한다고 합니다. 사라 함마르크란스와 카드린 산드베리는 저서 <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캠퍼스 교정에 높이가 대략 60미터 가량 되는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에 한 그룹의 학생들이 서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한편, 다른 그룹의 학생들은 나무를 등지고 칙칙한 학교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두 그룹의 학생들은 모종의 실험에 참여하고 있으며 1분 동안 각각 나무와 건물을 관찰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 때 누군가가 설문지와 펜을 한 아름 안고 학생들 쪽으로 걸어오다가 발을 헛디뎌 펜을 떨어뜨렸습니다. 실험 참가자 여럿이 달려가서 그 사람을 도와주지만 이 역시 실험의 일부라는 사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과연 어떤 그룹의 학생들이 더 많이 도와주러 달려갔을까? 라는 실험이었습니다. 결과는 아름다운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던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전에 감동을 경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감동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을 작은 존재라고 여기며 자신에게 덜 집중했습니다. 또한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어떤 일에 대해 자신에게 그만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특권 의식도 내려놓을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건물을 보고 있던 실험 그룹보다도 더 낮은 액수의 보상을 원했습니다.
연구자들은 감동과 친사회적 행동 사이에 뚜렷한 연결 고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1분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감동은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저자는 말하기를 다른 사람들보다 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은 “더 건강하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주의 깊다.? 더 현명하다. 더 창의적이다. 더 이타적이다. 더 친절하다. 더 관대하다. 더 친환경적이다.”라고 말합니다.
감동은 염증을 완화해 준다고 합니다. 강렬한 빛깔의 저녁노을과 반짝이는 무지개에 몸의 염증을 치료하는 치유력이 있다고 합니다. 제니퍼 스텔라 심리학과 부교수와 네하 존헨더슨 신경과학과 부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감동이 사람의 웰빙 생활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실험 참가자 200명을 대상으로 기쁨, 경이로움, 공감, 만족감, 느긋함, 사랑, 긍정적 감정을 하루에 몇 번이나 경험하는지 조사했다고 합니다. 타액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긍정적인 감정, 특히 감동을 자주 경험한 사람일수록 세균에 맞서 싸우는 단백질인 인터류킨 수치가 낮았습니다.
인터류킨은 백혈구에서 발견된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인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체내에 염증이 더 많고 적을수록 염증이 더 작답니다. 사이토카인은 신체에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라고 지시하는 호르몬 전달자인데 신체가 스트레스 받을 때 더욱 활성화되며 공격 받는 부위로 세포를 보낸답니다.
사이토카인은 감염과 질병을 막고 생명을 구하는데 사이토카인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으면 체네 염증과 관련된 2형 당뇨, 심장 질환, 퇴행성관절염, 치매와 같은 많은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자연 속에서 거닐기, 음악에 푹 빠져들기, 그림에 취하기, 예술 감상하기가 우리의 건강과 기대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감동을 경험하면 전율을 느끼고 소름이 돋는데 커 켈트너 교수는 이 느낌 이 미주신경이 활성화되었다는 신호라고 말합니다.
미주신경은 인간 몸에서 가장 긴 신경이자 실질적으로 뇌와 여러 중요한 장기를 한데 묶어주는 8만 개로 이루어진 하나의 신경망 뭉치라고 합니다. 미주신경은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정보를 수집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이며 맥박과 호흡, 소화 등의 기능을 관장한다고 합니다.
미주신경이 활성화되면 체내 염증 수준이 대폭 낮아지고. 신체의 긴장은 풀어지면서 스트레스 수준도 감소한다고 합니다. 감동이 되면 스트레스를 주는 코르티솔이 낮아지고 이완과 평온을 주는 도파민이 활성화 된다고 합니다.
감동의 순간 교감신경의 흥분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편안한 부교감신경 우위가 연출된다고 합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글 한 줄에 가슴 뭉클하고 길가에 핀 작은 꽃 한 송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며 빨갛게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에 황홀해하고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가슴이 벅차오른다면 건강하게 살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자녀가, 손자가 고사리 손으로 비뚤배뚤 쓴 글씨를 보며 눈시울이 시큰거린다면 아직 살날이 남아 있다는 징조입니다. 감동은 웃음 치료보다 무려 6배의 치유 효과가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을 충분히 바꿀만한 힘이 '감동'에 있다고 합니다.
나이 들수록 모든 것이 시큰둥해지고 감동은 병이 듭니다. 건강하게 살려면 어린아이같이 감동해야 합니다. '감정은 홍수인데 감동은 메마른 시대입니다.' 오늘도 작은 일에 감동하며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