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한 판은 컸다. 2대2 상황에서 맞이한 최종국에서 신안의 다크호스 이호범이 정관장의 핵심 안성준을 꺾고 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를 결정지었다. |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신안 바다의 거친 폭풍이 '타이타닉' 정관장을 침몰시켰다. '기세의 팀' 신안천일염이 강력한 우승후보 정관장을 2대0으로 완파하고 대망의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12일1일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둘째날, 신안천일염이 전날 2대1 리드의 여세를 몰아 정관장을 3대2로 격파했다. 1차전 3대1 승리에 이어 2차전에서도 이겨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신안천일염은 정규시즌 우승팀인 티브로드와 3번기로 패권을 다툰다.
신안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단판 승부인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년도 챔피언 한게임을 3대0으로 일축했고 정규시즌 내내 막강한 위용을 자랑했던 정관장마저 침몰시켰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팀의 1~3지명이 3승을 합작한 신안은 2차전에서는 김정현 강유택 이호범이 주장 이세돌이 진 공백을 메우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시즌 내내 부진했던 강유택이 감독의 믿음으로 살아난 것이다. 여기에 주전 5명이 역대 대회에서 전부 우승컵을 들어본 경험이 큰 승부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제4국. 홍성지가 좋은 흐름으로 국면을 이끌다가 온소진의 보가인 우하귀에서 한 수 늘어진 패까지 만들어 내면서 결정적 승기를 잡았다. "홍성지 선수가 단 한 번도 불리한 적 없이 판을 잘 이끌었다."고 박정상 바둑TV해설위원이 총평했다.
▲ 제5국. 객관적 전력에서 우세한 안성준이 중반 들어 이호범의 귀에서 크게 수를 내면서 승리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던 판. 하지만 이후 우하귀 패를 하는 과정에서 크게 흔들리면서 자멸하다시피 승리를 헌납하고 말았다.
신안의 파죽지세 배경에는 4년째 팀을 이끌어 오고 있는 이상훈 감독의 오더와 배짱도 단단히 한몫했다. 전문가 대다수가 8대2 정도로 정관장의 우세를 예상했으나 오더에서 대등한 승부를 만들어냈고, 1, 2차전 모두 3대0을 목표로 밀어붙인 것이 주효했다.
이상훈 감독은 "정관장 선수들이 모두 뛰어나지만 큰 승부 경험이 적어 우리가 유리했던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피력한 다음 "현재 선수들이 서로 나가겠다고 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 충분히 우승을 자신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5국을 안 두고 이겼으면 했다. 하지만 자신이 있었다. 부담은 저보다 상대가 많을 것 같아 편하게 둘 수 있었다."(이호범)
"이세돌 선수가 챔피언결정전에 앞서 큰 승부를 많이 하는데, 그 결과가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강유택 선수 등 나머지 주전들의 기세와 컨디션이 모두 좋아 충분히 우승을 자신한다." (이상훈 감독)
신안천일염은 정규시즌 우승팀인 티브로드와 3번기로 진정한 챔피언을 가린다. 티브로드는 주전과 락스타 선수 간 고른 조화로 창단 6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이어 첫 우승까지 겨냥하고 있는 팀. 정규시즌 두 차례의 대결에선 전반기는 신안이, 후반기엔 티브로드가 각각 3대2로 승리한 바 있다.
티브로드와 신안천일염의 챔피언결정전은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6일 연속해서 벌어진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네 팀의 순위에 따라 수여되는 2013KB바둑리그의 상금은 1위 3억원, 2위 2억원, 3위 1억원, 4위 5000만원이다.
▲ 홍성지는 이번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내년 1월 온소진과 함께 입대한다.
▲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신안천일염 소속으로 세번 째 포스트시즌에 출전하고 있는 이호범. 이 경험이 결정적일 때 한방을 날리는 원동력이 됐다.
▲ 정규시즌 다승 5위(9승1무4패)로 맹활약 했던 안성준은 포스트시즌에서 2패를 기록하며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신안의 이상훈 감독은 "같은 큰 승부라도 단체전과 개인전은 부담의 정도가 다르다"면서 "모르긴 몰라도 안성준의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안천일염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이번이 세번 째다. 그중 2010년은 이번 시즌처럼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다음 포스트시즌에서 하이트진로, 충북&건국우유,한게임을 차례로 꺾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 지난해 6위에서 올해 3위로 시즌을 마감한 정관장 팀. 대학동아리 방처럼 늘 시끌벅적했던 풍경을 이제는 보기 어렵게 됐다.
▲ 플레이오프가 2차전으로 끝나면서 일정에 여유가 생긴 이세돌. 특히 삼성화재배 결승(10일~12일)을 앞두고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돼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사진ㆍ기사 협조 ㅣ 바둑리그운영본부(안성문 KB한국바둑리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