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체벌과 학교폭력을 연관짓는 게시물이 있어서 씁니다.
사실 예전에 한번 썼다가 지웠습니다.
저는 2000년도 중반부터 교사를 했습니다.
당시 노무현 정권이었는데, 그때 학생인권조례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체벌이 줄어드는 추세였죠.
하지면 체벌은 여전히 있었고,
2010년 초반까지는 이어졌고,
2015년 이후로는 자취를 감춥니다.
감정적으로 폭발하던 20대에 교사를 하면서, 체벌이 허용되는 분위기였기에, 저도 체벌을 많이 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후회되죠. 되돌아보면 체벌을 하지 않아도 하는 애들은 하고 하지 않는 애들은 하지 않습니다.
체벌이 사라진 후에, 학생들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논의는 많이 있었고, 지금은 꽤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 3년정도는 체벌 없이 학생 지도하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요.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시대탓 환경탓도 핑계고, 그냥 학생들과 공감하는 방법을 고민하지 못한 미숙한 교사였습니다.
그럼에도 '왜 그때는 체벌을 했는가'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결국 '책임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체벌을 무기로 악질적인 교사들도 많았지만,
여러분 기억속에도 '그 선생님은 참 좋았다' 라는 분들이 한두분은 떠오르실텐데, 그분들도 아마 체벌은 조금씩은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90년대는 극히 일부(특히 전교조쪽)의 교사를 제외하면 거의 체벌은 당연한 분위기였으니 말이죠.
당시에 학생의 모든 것은 결국 담임의 책임이었습니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도, 담배피고 술마시는 것도,
심지어 가출학생 잡아오는 것도 교사의 일이었고,
학폭 터지면 수습하고 해결하는 것도 교사의 일이었죠.
한명 한명 잡고 설득하고 공감하면 좋겠지만, 심하면 40명이나 한 반에 몰려있으니, 누구 하나 잡고 설득하면 그 시간동안 다른 학생들은 방치됩니다.
결국 방법은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부적 강화를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주기 위해 체벌을 사용하게 되지요.
최근 학교는 교실당 20명 초반으로 줄었기 때문에 굳이 체벌을 하지 않아도 통솔이 가능하고
학교 상담사, 학폭전담기구, 지역상담센터 등 다양한 연계시설이 있어서 지원을 받아 학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문제를 다른 곳에 떠넘길 방법이 많아졌죠.
숙제를 안해? 성적이 안 올라? 그럼 보충학습 담당자에게로.
지각을 해? 가출을 해? 학부모에게 통보하고 출석부에 기록하면 되고
학폭이 터져? 학폭전담기구를 거쳐 교육청 학폭위로 보내면 되고
진로가 고민이야? 미래가 걱정되? 상담선생님, 위센터, 진로교육센터 전화번호와 주소 알려주면 되고.
이렇게 하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편합니다.
화낼 일도 없고 대처방법도 명확하니까요.
하지만 확실히 '책임감'은.. 제가 알던 책임감과는 좀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저는 옛날교사라 여전히 학부모들에게 저의 개인 전화번호를 모두 공개합니다.
9시 10시에 전화가 와도 받고, 상담해 줍니다. (애초에 그 시간에 전화하는 사람은 진짜 극소수거나, 진짜 급한 일이기에..)
하지만 요즘 20대 교사들은
폰을 2개를 쓰거나(사실 이게 맞긴 한데)
자기 전화번호를 일체 알려주지 않고 교무실을 통해 연락하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그 선생님들이 사명감이나 책임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저,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이 제가 알던 시대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서, 저도 그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P.S
체벌 관련 게시물에 꼭 싸이코같은 선생들에게 당한 기억들을 올리시곤 하는데,
그런 선생님들은 체벌이 사라진 시대에도 여전히 싸이코입니다.
학생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무시하거나 등등 여전히 학생들에게 나쁜 기억을들 열심히 심어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많이 줄긴 했습니다.
체벌이 사라진 것은 좋은 일이며, 체벌이 있던 시대가 딱히 그립거나 체벌이 아쉽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첫댓글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책임감 이란게 참 당연한거같으면서도 어렵죠
답글을 쓰다가 길어졌네요. 저도 같은 고민을 계속 안고 있는 교사입니다.
조만간 계시글로 답글 달아야겠어요.
어떤형태로든 폭력은 정당화 될수 없습니다
222222
저도 저 10살때 엎드려뻗쳐시키고 손발로 밟고 종이 준비 안했다고 싸대기 10대 때렸던 쓰레기가 가장 기억에 나네요. 다시보면 똑같이 해주고 싶네요.
말씀하신거 보니 참 고민 많으셨겠네요..
학폭관련해서는 저도 들은바가 있어서 첨언하자면, 글쓴분이 쓰신대로 전에는 학교에서 학폭위를 관장하는 바람에 쉬쉬하며 묻어두는게 많았죠..그래서 외부로 알려지는게 별로 없을 정도였고, 경찰이 관여한 사건이라야 언론에 타서 일반사람들이 알았으니까요..
그러나 작년부터 학폭위가 신설되고 운영되면서 교사들의 부담도 줄어들게 됩니다. 글쓴 것처럼 초기 조사만 하고, 학폭위에 넘기면 되거든요..거기엔 심의기구가 있어 변호사, 경찰, 거기에 학부모, 장학사등이 있어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물론 학부모는 경험적인 측면에서 말하는 거라 예전과 별반 다를게 없어서 담당자인 아내 입장에선 싫어했습니다..라떼를 시전하니 말이죠..)
체벌이 만연했던 건 교사 집단이 문제 있는 집단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그런 사회였죠. 거시적으로 보면 일제 군국주의와 군사 독재의 후유증라고 보고요, 한창 경제 발전에 치중하면서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중함에 따라 사회가 인권이라는 가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든 누구든 때리지 않는 게 맞고, 대신 의무와 책임도 강하게 물어야죠. 저는 미국처럼 학교에 경찰관이 상주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가 학폭위원회 따위에 참여해서 왜 판검사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교사로서 많은 고민과 한계를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로써 많은 생각이 나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저도 학생때 몇번 맞아본적이 있었는데 맞아서 기분이 나빴던 적은 없네요. 아프기만 했지..ㅋㅋㅋㅋㅋㅋ
저도 책임감에 대한 부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이 옛날이랑 바뀌었다는것도 맞는 말인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