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올리는데…… 바캉스 갔다온건 아니구,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하야 나도 좀 쉬어볼라구 그랬다. 별루 하는 짓도 없는데 너무너무 더워 몽뚱이가 축축 늘어지다보니, 키보드 두드리는 것도 힘들더구먼.
음, 오늘은…… 매번 한화 얘기만 하는 것도 짜증날 노릇이니, 그냥 시시껄렁한 주제를 선택해봤는데…… 나 자신도 무슨 소리를 떠들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읽어보셔. 언제나처럼, 속는 셈 치구.
<1> 김영덕의 실체
아직도 이 김영덕이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분이 있더군. 이미 6월10일, '김영덕을 위한 변명(특별부록: 김영덕이 유승안 코치님에게 혼난 사연)'이란 글을 통해서 대충 밝혔는데 말이야.
음, 굳이 다시한번 나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뭐, 딱히 소개할 건덕지도 없어. 그저…… 빙그레 시절부터 팬이었던, 평범한 학생일 뿐이지. 사는 곳은 잠실구장과 코엑스몰 근처. 유감스럽게도 싱싱한 N세대는 아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X세대, 오렌지내지 낑깡족 출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송지만, 백재호, 김장백, 박정진, 이4명중 한명과 나이가 같아. 예전에 신재웅 얘기할 때 언급했듯 95년 8월초에 입대, IMF인가뭐가 터지기 직전에 제대했지. 언젠가 나와 논쟁아닌 논쟁을 벌였던 몇몇분들 말이야, 내가 간첩 잡는답시구 산에 들어가 땅파구 있을 때 중핵교 다니고 있었지? 혹시 그때 국군아저씨께 위문편지 썼었남? 아이구, 이렇게 떠들고보니 엄청 늙은 것 같지만, 올해 34세이신 광주해병대님 같은 분을 생각하면 밥두 안되지, 뭐. 아무튼 나이같구 위세떨 입장은 아니고…… 지금 반말짓거리하는 것도 글의 성격상(?) 일부러 그러는 것이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비록 육신은 좀 삭은 편이지만 얼굴은 아직 귀엽다는 소리는 들을 정도야. 키도 데이비스보다는 조금 크구. 미스리가 괜히 쫓아다니는게 아니거덩, 푸히히. 하지만 놀고먹기 바쁜, 다소 퇴폐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체중관리에 실패, 몸매가 '이영우'화 됐는데…… 까딱하단 두산 씨름단에 입단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겠어. 효과적인 다이어트 비법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길. 한가지 더. 예전에 '이준철'이란 이름도 잠깐 사용했었는데…… 본명이 아니야. 파워이글스 회원분들에겐 죄송.
너무 역겹게 떠들었남? 그렇다고 모니터에 우왝하진 마시고.
<2> 건방을 떠는 이유
야구에 대해서 글을 쓰려면 다음 두가지 조건이 필수 아닐까? 첫째: 야구 이론에 대한 폭넓은 지식. 둘째: 아마든 프로든 선수 혹은 코칭스태프로서의 실전경험. 그러니까 엄격하게 따진다면, 평범한 팬이 야구에 대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지도 모른다. 이론적으로는 쥐뿔도 모르면서, 그리고 타석에 서서 투수가 던지는 140km대의 볼 한번 받아보지도 못했으면서, 거침없이 야구에 대해 나불거리는 김영덕…… 스스로 생각해도 참 웃기는 것 같다.
야구에 대한 여러가지 부류의 글중에서 가장 쓰기 힘든 것을 고른다면 역시 '관전평'일 것.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조건을 갖추었더라도, 첫째: (프리배팅과 수비연습까지 포함해서) 그 경기를 직접 관전한 다음, 둘째: 경기중계가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한 이후에야 제대로 된 관전평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신문에 관전평을 쓰는, 야구도사라 부를만한 '해설위원'들도 시간제약-비디오 분석같은게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다소 엉뚱한 관전평을 쓰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하물며 평범한 팬이라면 오죽하리오. 예를 하나 들자면 투수가 던지는 공의 구질(변화구)같은 것. 구질을 알려면 그 투수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아니면 공을 쥐는 손가락 모양, 실밥 위치같은 걸 비디오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공의 괘적이나 스피드만을 가지고 구질을 정확히 판단해내진 못한다. 중계 해설자, 스포츠신문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을 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소위 관전평을 보면, 슬라이더가 어쩌니, 스플릿핑거패스트볼이 어쩌니 하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물론 그 투수가 평소 자주 구사하는 구질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얘기가 약간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8개 구단 모든 투수들에 대한 구질 분석이 끝난 것은 아닐텐데? 어쨌든 이런 이유 때문에 난 소위 관전평 비슷무레한 걸 떠들 땐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 '몸쪽 높은 직구' 요런 표현만 쓴다. 어디 구질 뿐이랴. 투수교체 타이밍, 대타투입, 강공이냐 작전이냐 등등 헷갈리는게 한두개가 아니다.
이번 올스타전을 봐도 그렇다. 강석천의 전매특허인 불성실한 주루플레이. 하지만 무릎부상이란 변수도 있다. 왕년의 송진우를 연상시킨 구대성의 끝내기 폭투. TV를 보면서 '연장전안할려구 일부러 그랬구먼'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글쎄, 동점이 되더라도 연장전은 하지 않기로 감독들이 합의한 사실을 몰랐을까? 최태원과 이병규가 쪼갠다고 씹었던데, 이영우 쪼개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디. 1차전에서 송지만이 밀어치기로 재미를 봤는데, 팔에 약간 문제가 있어 임팩트에 주력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무 상관 없는 것일까.
아이구 어쨌든, 그럼 나 김영덕이를 포함해 대다수의 '평범한 팬'들은 도데체 어떤 글을 쓸 수 있는 건감? 고작 '누구누구 잘해라', '모모팀 파이팅' 따위의 시시한 문장만 써야하나? 꼭 그렇지는 않다. 일단 글을 쓰는 당사자만의 독특한 경험담 혹은 상상력이 바탕이 된 픽션 비슷무레한 글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전문가보다 특정팀, 특정 선수의 매니아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고. 그럼 전반적인 전력분석, 예상평 따위는 오로지 전문가의 영역?
여기서 너무 뻔한 소리 한마디: 자신이 감독내지 구단주라고 착각하지 않으면 야구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사실! 야구장에 온 사람치구 이래야 된다는 둥 저래야 된다는 둥 코멘트를 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게시판에 글을 올려본 사람치구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타순' 한번 올리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까.
나 김영덕이는 지금 이순간에도 한화이글스, 아니 한국 프로야구가 오로지 나 한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송지만이 홈런치는 것도 어디까지나 나 김영덕이 한사람 기분 업시킬려고 하는 쇼이지, 뭐 송지만 개인기록이나 팀, 혹은 아들을 위해 방망이를 휘두르는게 아닌 것이다. 야구장에 갈 때나, TV 혹은 애니메이션 중계를 볼 때나, 라디오 중계 혹은 700전화쇼를 들을 때나 난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각종 작전은 물론 공 하나하나, 스윙 하나하나에 일일히 지시를 내려야하니까. 꼴에 징크스도 있다. 한화가 수비할 땐 절대 담배를 태우지 않고, 야구장에 갈 때는 상대팀 유니폼과 비슷한 색깔의 옷은 입지 않는다. 95년 8월초에 내가 입대하자 갑자기 연패를 당하며 곤두박질쳤는데, 96년 5월에 내가 휴가를 나와 야구장에 가자 (당시 바닥을 기고 있었는데도) 갑자기 연승을 했다. 97년엔 군생활이 너무 재미있어 야구에 신경을 끊었더니 그만 90년대 들어 최악의 승률을 기록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것도 내가 매경기마다 생수 2컵 떠놓고, 화장실 출입은 금지한 채 TV앞에만 앉아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 선수들이 잘해서 우승한게 아니다.
히히, 내가 미친건감? 글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러분들도 나 김영덕이와 비슷한 심정일거라 사려되는디?
이제 결론은 나왔다. '수준'이 문제가 되는게 아닌 것이다. 팬이라면 누구나 자기 맘대로 전력분석이니 예상평 따위 부류의 글을 찍찍 갈겨도 될 권리가 있다.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 물론 존중해야되니 반론 따위를 리플라이로 달면 안된다는 뜻은 아닌데…… 간혹 '니가 감독이냐'는 류의 엉뚱한 비난이 올라올 수도 있다. 이럴 땐 '그래, 내가 감독이다, 어쩔래' 요렇게 대답해줘야지 뭐. 아무튼 이상이 빈약한 지식을 가진 주제에 김영덕이가 건방을 떠는 이유다. 여러분들도 앞으로 더 많이많이 건방을 떠시길.
<3> '진정한 팬'에 관하여
게시판을 쭉 훑어보다보면 자주 나오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진정한 팬'이란 단어다. 야시꾸리한 게시물을 올린 특정인을 비판하기위해 주로 사용되는데, '진정한 팬이라면 어쩌구 해야 한다', '진정한 팬이라면 저쩌구 하면 안된다', 대충 이런 식. 대표적인 문구를 굳이 꼽자면, 첫째: 진정한 팬은 팀이 잘하든 못하든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둘째: 특정 선수에만 열광하는 건 진정한 팬이 아니다, 세째: 진정한 팬은 욕설을 하면 안된다…… 이 정도가 될 듯.
허허, 왜 이런 얘기를 끄집어냈냐구? 한마디로 말한다면 짜증나서. 과연 '진정한 팬'이란 뭘까…… 하는 의문이 들기 전에 나 김영덕은 '진정한 팬'이란 잣대를 들이대려는 그 의도가 도데체 무엇인지 그저 수상쩍게 느껴질 뿐이다.
잠깐 말머리를 돌려서…… 게시판에 가끔 올라오는 레파토리: 우리 게시판엔 이런 류의 글들만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둥, 게시판에 환멸을 느껴 떠나겠다는 둥. 참으로 독선적인,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누구나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욕구가 다수결이란 미명하에, 혹은 게시판 관리자라는 권력하에 '억압'으로 작용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독선과 억압이 판치는 곳에선 독창적이고 뛰어난 아이디어가 절대 탄생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이치. 요즘 욕설과 상호비방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둥, 음란사이트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둥 떠들고들 있는데,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인터넷 정신을 지키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일뿐이다. 하나의 퀄리티있는 작품을 얻기위해선 9개의 쓰레기가 필요한 것이다.
'허슬러'라는 포르노 잡지를 탄생시킨 레리 플린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있다. 감독 밀로스 포먼은 대충 이런 식의 말을 남겼다…… 나도 레리 플린트가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쓰레기도 미국 헌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럼 어떤 내용의 글이라도 삭제하면 안된다는 얘기냐…… 요렇게 발끈하실 분도 있을텐데, 물론 그런 뜻은 아니지롱. 통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야말로 '최소한의 원칙'에 의해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상업적인 광고나 임수혁 저주같은 누가봐도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되는 글 정도가 삭제 대상이 되어야 할 것. 하지만 작금의 실태를 보면 욕설이 조금 들어갔다는 이유로,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되는 글들이 많이 있다. 심지어 '게시판 관리자님 이 글을 삭제해주세요'라는 식의 글을 함부로 남기는 사람들도 있으니…… 쯧쯧.
그리고 그 게시판의 성격도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닐까? 예를 들어, 내가 활동(?)하는 다음 한화 팬클럽이나 한화 구단 홈페이지라면 아무래도 성격상 다소 폐쇄적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스포츠조선 팬클럽같은 성격의 게시판에선, 자기가 응원하는 구단 게시판에 올려지는 팬의 글보다는 오히려 나머지 7개 구단 팬이 자기가 응원하는 구단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 알 수 있는 글-쉽게 말해서 남의 게시판에 들어가 딴지를 거는 글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웃기지 말라구? 그런 부류의 글들은 다 쓰레기라구? 글쎄, 내가 봤을 땐 건질만한 글이 적어도 이틀에 한편은 있는 것 같던디? 히히, 내 글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구.
'진정한 팬' 문제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우리가 어느 특정 구단의 팬이 된 이유는? 자기가 사는 동네 혹은 고향이 그 구단의 연고지라서, 아무개 선수를 사랑하게 되서, 직업상 연관이 있어서, 구단 관계자나 선수와 친분이 있어서, 그 구단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어서, 그 구단 성적이 좋아서, 친구나 가족이 같이 응원하자고 해서, 야구장에 가서 술쳐먹고 욕하면서 스트레스 해소하기 위해서, 아무 생각없이 그냥…… 등등 뭐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천차만별일 터. 팬이 된 이유가 가지각색이듯, 자기가 응원하는 구단에 어떤 식으로 반응을 보이느냐 하는 문제도 가지각색일 수 밖에 없다. '진정한 팬'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과연 정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넌센스에 불과하다.
앞에서 언급한 세가지 대표적인 문구중 첫째: 진정한 팬은 팀이 잘하든 못하든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둘째: 특정 선수에만 열광하는 건 진정한 팬이 아니다…… 는 굳이 토를 달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오늘은 세째: 진정한 팬은 욕설을 하면 안된다…… 요거에 대해, 멍청한 사이비 심리학자로 변신, 간단하게 떠들어보도록 하겠다.
사랑은 증오의 반대말이 아니다.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앞뒷면같다고 해야 될 것. 어떤 대상에 대해 사랑이 깊어질수록 증오도 함께 자라나게끔 되어 있다. 똑같이 뺨맞고 욕설을 듣더라도 생판 모르던 남에게 당하는 것과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하는 것은 차원이 틀리다. 연인관계가 깨져버리면 일단은 적이 되지 친구가 되긴 힘들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 허영미가 실종됐을 때 진선미가 갑자기 허전해지며 자기정체성에 약간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진선미가 착해서가 아니라 증오를 통해 사랑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3류 드라마-이브의 모든 것중에서)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새디즘과 매저키즘, 조증과 울증, 과식증과 거식증,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극단적인 이타주의…… 이런 것들도 비슷한 케이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전혀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증상이 발생하게된 근본적인 원인은 거의 비슷무레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처럼 이율배반적인 것이 또 있으리오.
야구판도 마찬가지. 무식하게 말해서, 팬이 욕설을 퍼붓지, 야구에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이 특정 구단과 선수에 대해 욕설을 퍼붓는거 보셨어?
어느 구단의 팬이 된다는 것은, 다른 모든 애정관계와 마찬가지로 대상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 누가 자기가 응원하는 구단을 헐뜯으면 자기 자존심이 상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럼 그 구단의 성적이 나쁘거나, 어이없는 플레이를 펼칠 때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자신이 사랑을 베푼만큼 대상도 자신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 또 대상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행위는 더할 나위없이 행복한 경험이기도 하지만, 자체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완전히 '너'가 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드니까.
이렇듯 팬이 되면 필연적으로 분노가 곁가지로 따라다니게 된다. 애정이 강해질수록 증오도 격렬해지듯, 그 구단에 대한 집착이 강할수록 분노도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그럼 이런 분노를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어진다. 첫째: 자기가 응원하는 구단에 대해 직접 욕설을 퍼붓는 방법과 둘째: 애꿎은 다른 구단에 욕설을 퍼붓는 방법, 셋째: 무조건 참는 방법. 무식하게 말해서,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몹시 열받았을 때 나타나는 반응…… '그래, 난 병신인가봐, 제대로 할 줄 아는건 아무것도 없어': 자기 자책형과 'XX,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책임 전가형, 그리고 '……': 분노 억제형, 요렇게 나뉘어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많은 야구팬들은 두번째 방법을 택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되는 방법은 첫번째고. 거침없는 욕쟁이들이 게시판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대리만족. 그럼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은? 세번째. 참는다고 분노가 없어지진 않는다.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해소해줘야 건강에 좋다는건 상식. 그런데 웃기는건 가장 나쁜 '무조건 참기'가 네티켓이란 미명하에 장려되고 있는 현실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팬은 팀이 잘하든 못하든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글을 읽어보면 가까스로 억제되어 있는 분노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욕설이 난무하는 글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혐오감을 느끼는 것도 네티켓 때문이 아니라, 자신은 꾹 참고 있는데 다른 인간들은 잘났다고 까발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되는 것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끗하고 깔끔하며 잘 정돈된 환경을 선호하고, 상대방에게는 항상 잘 다듬어진 모습, 품위(?)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하지만 24시간 이렇게 살다간 십중팔구 미쳐버린다. 때로는 더럽게 한번 뒹굴어보고, 발광하며 크게 소리도 질러대야 균형잡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야구판은 후자의 역할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최소한의 원칙'은 적용되어야 할 것. 특히 팬 상호간의 비방쇼는 백해무익. 그럴 시간 있으면 자신이 사랑하는 바로 그 구단에 돌을 던지는게 나을 듯.
허허, 술김에 오락가락 떠들다보니 쬐께 산만하구먼. 씨잘데기없는 헛소리만 또 늘어놨네. 사랑이 어쩌구 분노가 저쩌구 한 부분에선 일부러 '일상생활의 스트레스가 야구판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 따위는 제외했는디, 짧은 분량으로 소화할만한 내용도 아닌데 왜 떠들었는지도 의문이군. 에라, 모르겠다.
오우, 여러분! 제발 나에게 욕바가지를 퍼부어줘! 참지 말라고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