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과 어린이날이 3일 간격이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이 다시 떠오르는 즈음이다.
대선 후보들은 내리사랑, 치사랑 따질 계제가 아니다.
어린이들에겐 아동수당, 어른들에겐 기초연금 인상을 경쟁적으로 약속한다.
무차별 사랑이다.
나아가 '저소득층.장애인은 국가가 부양을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친다.
부모.아들.딸은 부양 책임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른바 부양의무제 폐지다.
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제는 부모.아들.딸이 소득.재산 또는 일할 능력을 갖고 있으면
빈민.장애인이라 해도 1인 가구 50만원 정도인 기초생활 생계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실제로는 아들딸 도움을 받지 못하는데도 이 제도 탓에 복지 사각지대로 밀려난 저소득층이 10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아들딸이 부양을 거부.기피하는 사실이 확인되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 포함된다.
그런 사람이 2010년 12만명에서 2015년에는 28만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생계가 곤란한 아들딸을 대신해 어쩔 수 없이 국가가 나서는 것이라면 그나마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부양의무제도를 없애면 부모를 직접 부양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
부모와 자식 관계가 급속히 해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거나 은닉한 뒤 국가에 기대는 도덕덕 해이까지 생기면
매년 추가되는 예산이 8조~10조원에 달 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퍼주기 경쟁과 별도로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민법 개정안)이 몇 년 전부터 추진되고 있는데 별 진전이 없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고도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먹튀 자녀'에게 증여 재산을 반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법률이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줬다가 곤궁해진 노인들을 보호하게 되면 '죽을 때까지 움켜쥐고 있겠다'는 풍조를 완화시킬 수도 있다.
부모.자식 사이에 소통이 확대될 수도 있다.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67%에 이르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아낌없이 '내리사랑'을 베풀고 그 부모에 대한 '치사랑'은 모조리 국가 몫으로 돌린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최경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