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들녘을 걸어
삼월 첫째 금요일이다. 오늘과 내일은 나라의 국운을 결정할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 투표일이다. 나는 누구보다 먼저 이른 시간 국민에게 부여된 신성한 주권을 행사했다. 다음 주 수요일의 본 투표일에는 벗과 산행을 약속해 놓아 홀가분히 떠나기 위해서다. 그보다도 본 투표일에는 투표소가 유권자들로 붐비면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어 사전투표를 하게 된 다른 이유가 되기도 했다.
사전투표 개시 시각에 맞추어 내가 사는 동네 주민지치센터로 갔더니 간발의 차이로 먼저 도착한 이들이 몇몇 있어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투표를 마쳤다. 이후 집으로 돌아갈 일이 없이 창원실내수영장 맞은편에서 창원역 역전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북면 온천장으로 향할지 대산 들녘으로 나갈지는 이동 중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창원역에 닿으니 건너편에 1번 마을버스가 대기했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와 다르게 번호가 부여되는 기준은 몰라도 창원 시내를 벗어난 외곽 운행 노선임은 분명했다. 주남저수지를 둘러 낙동강 강가 대산정수장으로 가는 버스가 1번이고 김해시와 경계를 이룬 유등으로 가는 버스가 2번이었다. 그 사이 번호의 존재 유무는 잘 모르고 동읍 자여마을로 가는 버스는 7번이었다. 7번 마을버스는 다른 노선보다 배차 간격이 잦음은 익히 안다.
무척 이른 시각임에도 대산 산업단지나 요양원으로 출근하는 아낙들이 타고 내렸다. 면소재지 가술을 지나니 남은 승객은 혼자였다. 나는 송등마을 입구에서 내려 길 건너 죽동천 천변을 따라 걸었다. 대산 들녘은 온통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데였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즈음인데 구름이 끼어 햇살은 비치질 않았다. 날씨는 쌀쌀하지 않아도 미세먼지로 대기는 약간 흐린 편이었다.
길고 긴 천변은 산수유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져 꽃망울은 개화를 앞둔 때였다. 보름 정도 지나면 만개할 듯했다. 창원 근교에서 산수유꽃을 맘껏 볼 수 있는 곳이 죽동 천변인데 묘목 식재 후 관리를 재대로 못해 아쉬웠다. 죽동천에 농사용 폐비닐이나 플라스틱 빈병들도 널브러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행정당국에서는 주민을 계도하고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환경을 개선해야 할 듯했다.
산수유 가로수 길을 지난 송정마을에서 신전으로 향했다. 넓은 들녘에는 여전히 비닐하우스농사였다. 모산과 구산 일대는 수박농사이고 신전 일대는 작물이 다양했다. 풋고추는 기본이고 당근이나 감자도 비닐하우스에서 촉성을 키워 싱그럽게 자랐다. 노지에도 이랑을 지어 비닐 멀칭을 해서 봄 감자를 심어 놓았더랬다. 가뭄이 오래도록 지속되어 싹이 트려면 비가 와야 될 듯했다.
옥정마을부터는 동읍으로 경계가 달라졌다. 하옥정에서 상옥정으로 가면서 강둑으로 나가 볕 바른 자리 자라는 쑥을 몇 줌 캐 봤다. 검불 속에는 메마른 땅인데도 쑥이 자라고 있었다. 강둑으로 나가니 4대강 사업 자전거길이 나왔다. 평일이라 그런지 자전거 라이딩 나선 이들은 볼 수 없었다. 60번 지방도 옥정 교차로에서 본포 수변생태공원으로 드니 야위진 물억새 군락을 만났다.
본포교 아래에서 생태보도교를 따라 걸어 신천 샛강으로 향했다. 북면 수변생태공원에서 강둑을 넘어 들녘을 무념무상 걸었다. 넓은 들판에 벼농사는 수익이 적어선지 과수나 밭농사를 짓는 구역이 늘어났다. 동녘에는 백월산이 우뚝하고 온천장 뒤에는 옥녀봉과 마금산이 천마산으로 이어졌다. 들녘에서 온천장으로 향해도 대중탕은 코로나 감염이 염려되어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점심때가 늦어 한우국밥집으로 들어 요기를 하고 나오니 오후의 햇살이 내려앉았다. 시내로 가는 버스는 탔더니 감계 신도시 아파트단지를 거쳐 굴현고개를 넘었다. 시내로 들어와 종합운동장 만남의 광장에서 내렸다. 원이대로를 건너 반송시장 노점에서 참외를 팔아 한 봉지 샀다. 생선가게를 지나다가 선도 좋아 보이는 도다리가 있어 두 마리 샀다. 쑥 향기를 맡을 수 있으려나. 22.03.04
첫댓글 도다리 쑥국 드셨겠군요
봄향기 가득한 성찬이었겠습니다
ㅎ ㅎ
어떻게 답을 드려야 할지?
그 쑥과 도다리는 아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