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가 이끄는 청주병들의 기세는 높았다. 유주의 유우가 조조에게 전주를 보내어 조조를 만나길 청했다.
"어서오시오."
전주는 조조에게 군자금을 내어주고는 말했다.
"하북의 정세가 어지러워 백안께서는 걱정이 많으십니다."
"그렇소이까."
"맹덕공의 덕행은 천하만민들이 익히 들었습니다. 공손찬은 북방의 적과 싸우려 군을 일으킨 상태이고, 백안께서는 혹여나 병주에서 적의 움직임이 있다면 군을 일으키겠다고 하였습니다."
조조는 전주의 두 손을 잡고 고맙다고 수차례 말했다. 조조군은 업군 인근 구릉지에 주둔하여 원소와 접촉하기 시작했으며, 장연군 역시 업군 인근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주공, 이번 전투는 단번에 끝내야 합니다."
"좋소."
"그들의 공세가 집중되도록 한 뒤에, 일거에 소탕하여야 합니다. 저들의 기세가 높고, 조정에서는 이미 장연을 기주목에 임명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필시 싸우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계책은 있는가."
"아군의 진영을 여러 겹으로 형성하고, 물러서며 적을 맞아야 합니다. 적들의 총 공세가 있어야 승기를 한번에 잡을 수 있습니다. 저들은 우리보다 이곳 지형에 밝고, 수가 많습니다."
"그리 하도록 하게."
조조는 주둔지에 대한 방비를 함께 굳히며, 병졸들이 화살을 깎는 것도 함께 도왔다. 흑산적들의 몇차례 도발이 있었으나 대응하지 말라 하였으며, 멀치감치 원소군과의 교전만이 몇차례 있었을 뿐이었다.
원소가 초조하여 조조에게 출진을 제촉하기 위해 허유를 보내왔고, 조조는 허유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찌 이곳까지 왔는가!"
"본초가 보내어 왔다네."
"말해보게."
허유는 조조의 군영을 살펴보여 조조에 물었다.
"저들을 믿을 순 있는건가."
"지금까지 함께 싸우며 산전수전을 겪었다네."
"자네 수완도 대단허이."
허유는 조조에게 원소가 보낸 서신을 전달하며 말했다.
"우리 주공인 본초께서는 맹덕이 유대의 후임자로 인정하셨네."
조조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조정의 명은 동관을 넘지 못하고 있어 나머지 중화는 청류파의 거두인 원소의 의중으로 정당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맙네."
"장연과 싸워 이길 자신이 있는가?"
"글쎄..."
조조는 뜸을 들였다.
"그대의 계책은 무엇인가."
허유가 조조에 묻자, 조조 대신 지재가 대답했다.
"우리 주공은 적이 공격하기를 기다리고 있소."
"그렇군."
허유는 납득이 되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형세를 보아 업군은 쉽게 넘어가지 못합니다. 배후의 우리를 두고 공격할리는 없으니, 저들이 생각하기에 더 약한 우리를 먼저 칠 것입니다. 장연은 성격이 급한 자라 아군의 진영이 갖추어질 때를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
"좋소."
조조는 허유에게 웃으며 물었다.
"본초에게는 기병이 몇이 있는가."
"업군 일대에는 삼천기는 있는 상태일세."
"그럼 됐네, 저들은 무리하게 군을 일으킨 것이 화근일세. 수일이 지나지 않아 저들이 우리를 칠테니, 거록, 한단의 있는 병력까지 동원하여 훗날의 화근을 없애세나."
"우리 주공께 그렇게 고하겠네."
허유는 돌아갔고, 허유가 돌아간 지 이틀이 지나 그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저 자들, 투석기까지 동원하는군."
곳곳에서 흑산적들의 함성소리가 퍼져왔다. 그들은 조조군의 진영을 포위하여 몰려들기 시작하였고, 조조는 화살로 응수하게 하였다.
"지재, 생각보다 저들의 규모가 많군."
"저들은 이곳을 취할 요량입니다."
조조군의 전선은 급박하여 곳곳에서 흑산적들을 맞아 청주병들이 저항했다. 지재는 곳곳의 전황들을 살피며 피해가 많은 방들을 교체하며 전선을 뒤로 물리게 하였다.
"적들을 맞아 싸워라! 아군을 버리는 자는 엄벌에 처하겠다!"
지재는 싸움에 앞서 부대의 낙오자들을 버리는 자들을 이유를 불문하고 참하겠다고 말했으며, 흑산적의 공격이 가장 거센 진영에서는 한 부대의 청주병들이 모두 전사하기도 하였다. 각 방의 수장들은 지재에게 전선의 상황들을 보고하느랴 여념이 없었고, 가장 격렬한 전선에는 조조가 직접 나서 적들의 공격을 맞았다.
"적들이 물러난다!"
흑산적들은 철수하여 돌아가기 시작하였고, 조조는 쫓지 말라 하였다. 그들은 자리를 지키며 부상자들을 후방으로 보내어 치료케 하였다. 지재는 각 방들의 수장들에게 피해상황을 보고받고, 전투에 나서지 않은 방들을 앞 대열로 배치시켰다.
"주공, 저들은 다시 몰려올 것입니다."
"보아하니 저들은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군."
지재는 날랜 부대들을 추려 별도의 예비대로 편성하였으며, 다음 공세에 맞서 방비케 했다. 방비가 다 완비되지 못할 때에, 지축을 울리는 북소리가 나기 시작했으며, 흑색의 옷을 입은 자들이 선두가 되어 달려오기 시작한다.
"본대가 온 모양입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재, 걱정은 안해도 될거같네."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저기를 보게. 원소의 성미도 급한 편이라, 그렇게 참지 못할걸세."
원소에서 군영에서는 말 움직이는 흙먼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지재는 검을 빼들고 전투할 것을 지시했으며, 몰려오는 적들과 힘써 싸우기 시작했다. 곳곳의 진영은 흑산적들의 격렬한 공격으로 무너지기도 했으나, 그 공간에서 맹렬하게 청주병들이 반격했으며, 시체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지재는 물러설 것을 명했고, 그들의 마지막 방어선까지 청주병들은 물러나 응전할 준비를 하였다. 흑산적들은 다수의 기병들을 내보내 돌파하려 하였으나, 밀집된 수비와 마름쇠들에 막혀 쉽사리 돌파하지 못해, 화시를 섞은 화살들로 청주병들을 공격했다.
"엄폐물 뒤에서 자리를 지켜라! 각 부대의 장들만 적들의 동태를 살펴라!"
지재는 곳곳을 돌며 외치다가 적의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팔을 들어막아 팔에 화살을 맞은 채 낙마했다. 조조는 놀라 달려나갔다.
"주공, 저는 괜찮습니다."
땅에 쓰러져 지재는 조조를 안심시켰으나, 지재의 주변에는 선혈이 낭자했고, 주변도 웅성거리는 우려가 가득했다. 흑산적의 공세가 다시 거세져서 청주병들은 맞아 싸우며 열보 이상 밀리며 적과 싸우고 있었다.
"지재!"
"주공, 아직 예비대를 출전시키면 아니됩니다. 저들을 믿으십시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조조군에 차례대로 번갈아가면서 공격을 가했고, 북소리가 크게 울리자 일제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제군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모든 지휘는 각 방의 장들에게 맡기고, 적들을 도륙할 어떠한 수단도 허하겠다! 맹덕은 이곳에서 그대들과 함께 죽겠다!"
조조의 이러한 지시에 곳곳에서 백병전이 벌어졌다. 무장의 질에서는 흑산적들이 앞섰으나, 조직력에서 청주병들이 더 나았기에 밀리지 않았다. 조조군의 기세가 밀리지 않자 흑산적들은 점차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공..."
쓰러져 있는 지재가 조조를 찾았다. 조조는 무릎을 꿇어 지재에게 무슨 말인지 물었다.
"말 발굽 소리가 울리고 있습니다."
"옳거니!"
"예비대를 이제 보내십시오."
지재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공격할 것을 명했고, 그들이 달려나감과 동시에 흑산적들은 뒤돌아 퇴각하기 시작했다.
첫댓글 흑산vs황건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