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무애(事事無碍)의 법계연기는 상즉(相卽)과 상입(相入)의 도리가 바탕이 되어 전개된다. 이 상즉과 상입의 근거를 밝힌 것이 삼성동이(三性同異)와 연기인문육의(緣起因門六義)이다. 삼성동이는 법계연기의 과법(果法)에서 파악한 것이고, 연기인문육의는 인(因)의 입장에서 파악한 것이다.
삼성동이(三性同異)란 삼성(三性)이 체상에서 보면 동일하지만 의리상에서 보면 다른 것을 말한다. 여기서 삼성(三性)은 진여원성(眞如圓性), 의타(依他), 소집성(所執性)으로 유식에서 설하는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을 차용한 것이다. 법장에 의하면 삼성에는 각각 두 가지 뜻이 있다. 진여(眞如)에는 불변(不變)과 수연(隨緣)이 있고, 의타(依他)에는 사유(似有)와 무성(無性)이 있고, 소집(所執)에 정유(情有)와 이무(理無)가 있다. 진여는 변하지 않는 것이지만 연(緣)에 따라 다르게 이루진다. 의타성은 다른 연에 의해 화합된 것이므로 연이 다하면 없어진다. 그래서 거짓으로 있는 것이며 자성이 없는 것이다. 소집성은 망정(妄情)으로만 생기는 것이르모 정(情)만 있고 이치상으로는 없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진여의 불변(不變), 의타성의 무성(無性), 소집성의 이무(理無)는 의미에 의해서 동일한 범주에 속하며 서로 어긋나지 않는데 이를 본삼성(本三性)이라고 한다. 이것은 현상을 파괴하지 않고 언제나 진실 그 자체로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또 진여의 수연, (隨緣) 의타성의 사유(似有), 소집성의 정유(情有)는 의미에 의해서 동일한 범주에 속하며 서로 어긋나지 않는데 이를 말삼성(末三性)이라고 한다. 이것은 본질을 움직이지 않고 항상 현상으로 나타남을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본삼성도 다르지 않고 말삼성도 다르지 않으므로 불이문(不異門)이며, 본말 삼성이 하나가 아니므로 불일문(不一門)이다. 결국 본말삼성은 불일불이(不一不異)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로써 진(眞)의 본은 망의 말(末)을 포섭하고 망의 말(末)에는 진(眞)의 본이 두루 미쳐있으므로, 진망은 서로 동일체로 걸림이 없는 것이다.
법계연기의 원인이 인(因)의 여섯 가지 뜻을 밝힌 것이 연기인문육의(緣起因門六義)이다. 모든 법이 생기하는 원인에는 반드시 공유력부대연(空有力不待緣), 공유력대연(空有力待緣), 공무력대연(空無力待緣), 유유력부대연(有有力不待緣), 유유력대연(有有力待緣), 유무력대연(有無力待緣)의 여섯 가지 뜻을 갖추어야 한다.
모든 법은 인(因)과 연(緣)이 화합해서 과보(果報)가 발생한다. 여기서 인(因)의 체(體)가 공(空)하고 유(有)한 2문 상에 각각 인(因)에 힘이 있어 연(緣)을 기다리지 않는 경우와, 인(因)에 힘이 있어도 연(緣)과 함께 만나 일어나는 경우와, 인(因)에 힘이 없어 언제나 연(緣)을 만나야만 제법(諸法)이 생기하는 경우를 총칭해서 인(因)에 육의(六義)를 설정한 것이다.
이 육의(六義) 또한 유식에서 설하는 종자(種子)의 육의(六義)를 수용하여 전개한 것이다. 종자는 여섯 가지 조건을 갖추여야 하는데, 즉 유위법(有爲法)은 찰나에 생멸하므로 인(因)인 종자도 찰나에 생멸해야 한다는 찰나멸(刹那滅), 발생할 현상과 반드시 동시에 존재하여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과구유(果俱有), 끊이지 않고 항상 상속해야 한다는 항수전(恒隨轉), 선악에 대한 공능(功能)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성결정(性決定), 반드시 여러 가지 인연이 화합할 때 현상이 발생해야 한다는 대중연(對衆緣), 자신의 과(果)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인자과(引自果)이다.
공유력부대연(空有力不待緣)은 찰나멸(刹那滅)의 뜻으로, 제법이 찰나에 생멸하여 과거는 이미 멸했으며 미래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며 현재는 머무르지 않아 자성(自性)이 없으므로 무자성공(無自性空)이다. 그런데 이 멸함에 의하여 다시 과법(果法)이 생기므로 인(因)에 힘이 있어 유력(有力)이며, 사라져 멸함은 인(因)이 되는 종자의 속성이므로 연(緣)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부대연(不待緣)이다. 공유력대연(空有力待緣)은 구유(俱有)의 뜻으로, 인(因) 자체는 공(空)이고 인과(因果)가 모두 함께 갖추어 있으므로 유력(有力)이고, 인(因)은 독존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대연(待緣)이다. 공무력대연(空無力待緣)은 대중연(對衆緣)의 뜻으로, 여러 인(因)이 화합한 제법은 자성이 없으며 그 인(因)의 체는 공이다. 인(因)만으로는 과(果)가 생할 수 없고 반드시 연(緣)을 기다려 과(果)가 생하므로 인(因)에 작용력이 없으므로 대연(待緣)이다.
유유력부대연(有有力不待緣)은 성결정(性決定)의 뜻으로, 성품이 본래부터 결정되어 있어 유(有)이며, 자성을 고치지 않고서 과법을 생성할 수 있으므로 유력(有力)이고, 연(緣)이 없어도 인(因)이 과(果)를 발생하므로 부대연(不待緣)이다. 유유력대연(有有力待緣)은 인자과(引自果)의 뜻으로, 인(因)이 스스로 자체와 동류인 결과를 초래하므로 유(有)이고, 인(因)이 자체와 동류인 과(果)를 내는데는 인(因)에 힘이 있는 것이므로 유력(有力)이고, 인(因)이 자과(自果)를 생하는데는 증상연을 필요로 하므로 대연(待緣)이다. 유무력대연(有無力待緣)은 항수전(恒隨轉)의 뜻으로, 제법은 항상 다른 연(緣)에 의해 전변 상속하므로 유(有)이고, 인(因)은 항상 다른 연을 따라 작용하므로 인(因) 자체에는 작용력이 없으므로 무력(無力)이고, 연을 따르므로 대연(待緣)이다.
연기인문육의(緣起因門六義)에서는 공유(空有)의 대립은 상즉(相卽)의 원리로, 유력무력(有力無力)의 대립은 상입(相入)의 원리로, 대연부대연(待緣不待緣)은 동체(同體)와 이체(異體)의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근거로 하여 십현연기와 육상원융과 같은 화엄의 무진연기(無盡緣起)가 성립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