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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 월에....
寶海/ 유 희 민
(제1장)
* 코피리 연가 *
* 코피리 연가 *
올림픽이 몇일 남지 않는 1988년 8월의 마지막 날도 역시 축제 분위기 였다.
시끄럽던 대한민국의 재야 운동권과 야당 까지도 진정으로
국제적인 행사를 축하 하고 즐기는 분위기였다.
80년도에 일어난 광주사태는 여전히 정권이 바뀐 노태우 정권에서도
그 앙금이 풀리지 않았던지 끈덕지게 전두환의 처벌을 요구 했고
정권을 잡은 노태우 마저 그런 문제로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런 정치적 일정 까지도 모두 뒤로 미루는 그런 상황이 대한민국 이였다.
1988년의 대한민국 신문계를 살펴보면 첫째 신문의 등록이 자유로워졌으며
그 동안의 언론탄압과 규제의 실상을 밝히고자한 국회 문공위원회의 언론청문회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언론노조의 결성도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편집권논쟁 또한 표면화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일간지의 창간러시로
이는 87년 11월 10일 새로운 '정기간행물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정부가 1월 30일 동법률시행령을 마련하고 정기간행물 등록신청을 수리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법적인 시행들은 노태우 정부가 전임 대통령인 전두환 정권을
시대의 흐름에 방치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그러나 그와는 상반된 알려지지 않는 정치권의 긴박함과 다르게 올림픽의 열기는
서서히 그리고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각국의 선수들이 하나둘 선수촌에 입촌 하기 시작 하면서 그 열기는 날이 갈수록
더욱 고조 되었고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연일 언론에 부각 되면서
차량 2부제의 발표와 거리 정비에 관한 국민의식을 일깨우는
여러 가지 일련의 보도 지침이 언론에 전달되는 그런 시기여서
시끄럽고 좀 잡스러운 시국과 관련된 사건은 일체 보도가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몽유도원도가 전시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연락이 왔다.
전시가 끝나는 8월 31일 밤에 모든 전시물을 공항으로 운송 할 수 있게 준비를 하라는 지시 였다.
그러나 그 일정이 좀 이상 했다.
그렇게 급하게 물건을 일본으로 보내는 것도 그렇고 처음 물품들이 들어 올 때는
부산의 김해 공항 이였지만 물건이 나갈 때는 부산이 아닌
서울의 김포 공항을 통해서 나가는 것 이였다.
오히려 충무팀 직원들 입장에서 보면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더 좋을 수 있었다.
모두들 다음날인 9월 1일에 호송을 할 것으로 알고 있던 직원들을 불러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하고 모든 일정을 다시 조정하기 시작 했다.
“아따 그 쌍놈의 새끼들....
들어 올 때도 상당히 시끄럽게 지랄을 하드만 나갈 때도 사람 정신없게 만들어 븐다이?
오늘 밤에 처리 해블믄 좋기는 헌디....”
쌍식이 형님이 그렇게 이야기 하고 내 눈치를 살폈다.
“호송 하는 것이사 늘상 하는것인께 뻔한디.... 우상아이....
내 파트너 한티는 연락을 해 줘야 안 쓰겄냐? 아 달중이 말다-.”
“......”
“차말로 깝깝하다이... 오기로 했다고 그랑께 기다려 보기는 하자...
근디 여기서 밤 6시에는 무조건 출발인께.... 그때 까지 안오믄 할수 없는 것이다이.”
“예. 연락은 한번 해 보죠.
그리고 차량은 탑차 석대를 포함해서 총 다섯 대 움직이게 일단 준비를 해 주세요.
사람이 나타나든 그렇지 않든 6시 되면 출발해야 합니다.
전시관이 5시에 폐관을 하고 전시물이 포장되면서 바로 차에 옮겨지게 되니까.”
“그라믄 몇 시 비행기 인지 그것은 나왔어?”
“아닙니다. 공항에 도착 하면 바로 실을 수 있게 한다고만 연락이 와서...
포장이 끝나면 곧바로 공항으로 움직이면 됩니다.”
“씨발 새끼들.... 뭔 대단한 물건들이라고 007작전 하데끼 그 지랄을 하는지 모르겄다.
그라믄 정확하게 몇시 까지 공항에 도착 하는 것도 없네?”
“그렇습니다. 박물관 측에서도 알 수가 없다고 하네요.”
“좆같은 거... 그라믄 언제 끝날지도 모르겄네?”
“예. 그리고 이번에는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그랄래? 그라믄 선두에서 호송하는 승용차에 대가리하고 같이 타고 움직이믄 쓰겄다.
오늘은 선두차를 대가리한테 운전 하라고 그랄랑께.”
“예. 그렇게 하죠. 탑차에 쌍식이 형님께서 직접 들어가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그것이사 내가 알아서 할랑께 됐고....
탑차가 움직이기 전에 사람이 안에 있어도 밖에서 쇠통을 채워븐께
안에 들어가 있으믄 답답하기는 한디.... ”
간단하게 회의를 마치고 사장실 안으로 들어와 조용히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기삼이 에게 삐삐로 연락을 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마치 폭풍전야 같은 적막감이 주위를 휘감았다.
나는 조용히 중얼 거려 봤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그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 뒷부분을 알지 못하는 난 그 부분만을 몇 번 흥얼거리듯 외워볼 뿐이었다.
왜 그 기도문이 문득문득 생각나는지 몰랐다.
나는 수지에게 청혼했을 때 선물로 받아서 한 번도
내 몸에서 벗겨 내 보지 않았던 십자가 목걸이를 손으로 만져 봤다.
그리고 그걸 목에서 풀어내어 마치 스님들이 염주를 굴리듯 천천히 그걸 몇 번 손안에서 굴려 보았다.
그러는 동안 함께 식사를 하자는 쌍식이 형님과 김대석 부장의 제의도 거절하고
혹시 기삼이의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한 발짝도 사무실을 벗어나지 않고
그렇게 그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수십 번 십자가 목걸이를 염주 굴리듯 돌리며 끝까지
외우지도 못하는 주문 같은 그 기도문의 첫 부분을 외우고 있었지만
끝내 기삼이는 아무런 연락도 취해 오지 않았다.
그리고 호송 차량들이 움직여야 하는 6시가 되고 말았다.
시계를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밖에서 웅성거리는 직원들의 소리는
이미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다 되었음을 이야기 했다.
참담한 심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십자가 목걸이를 목에 다시 차지도 않은 채
그냥 양복 주머니에 넣고 사장실을 나왔다.
쌍식이 형님과 김대석 부장은 나의 거동을 기다렸다는 듯 앞장서서 길을 안내 했다.
그리고 나는 김대석 부장을 따라 가장 선두에서 출발 하는 승용차 앞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김대석 부장이 시동을 걸고 차가 움직이려는 순간 놀라운 현상을 목격했다.
우리 차량을 가로 막는 두 사람이 있었다.
달중이와 기삼이 였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운 김대석 부장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 나왔다.
“이 씨발 새끼들이 누구야?”
그는 안전벨트가 ‘찰칵’ 소리가 나게 힘차게 풀며 차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와 동시에 나도 차문을 열고 밖으로 튕기듯 튀어 나갔다.
거기에는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피골이 상접한 달중이와 술에 취해
자세마저 흐트러져 쓰러질듯 휘청거리고 있는 기삼이가 서 있었다.
달중이의 모습은 흡사 괴물 같았다.
대부분의 난장이들이 그렇듯 모든 관절이 짧고 통통해 보이는 게
일반적인 모습 이였지만 머리마저 짧게 깎고 그리고 체격은 언젠가 다방에서,
그리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옆에서 슬쩍 보았을 때 보다 훨씬 왜소한 체격으로
어린아이의 몸통에 큰 머리만 올려놓은 듯한 기형의 괴물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서류를 담을 수 있는 봉투 한 장이 들려져 있었다.
처참한 모습이다. 불현듯, 언젠가 내가 달중이의 동정을 물었을 때 금식 기도를 한다고 했었다.
아마 그때의 그 금식 기도는 지금의 순간 까지도 계속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난장이 라는 천형의 체격을 가지고 태어났다 해도
이렇게 왜소한 체격으로 변할 수 있단 말인가.
금방이라도 욕을 할 것 같은 김대석 부장도 그런 달중이의 모습이 이상 했던지
큰 소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야-. 달중아이. 여그서 뭐하냐.
내-참.... 쌍식이 형님이 아그들 풀어서 이잡듯 뒤져도 안나오드만 여그서 뭐하냐고?
응? 그라고 그 꼬라지는 또 뭐냐?”
“김 부장님. 지금 여기서 이럴 시간 없습니다.
빨리 탑차 문 따고 쌍식이 형님 좀 모시고 오세요. 급합니다. 빨리요- 빨리-!”
평소에 내가 큰소리로 이야기 한 적이 없었던 탓에 김 부장의 행동도 빨랐다.
그는 허리에 차고 있던 탑차의 열쇠를 빼내면서 뒤편에 있는 탑차의 문을 열기 위해 뛰어 갔다.
호송중인 탑차는 안에 사람이 있어도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게 관행 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고 뛰어온 쌍식이 형님도 달중이, 기삼이,
그리고 나와 말없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달중이와 기삼이는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깊은 포옹을 했다.
기삼이는 키가 작은 달중이의 키 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그리고 술이 많이 취한 듯 해 보이는 그는 꺼이꺼이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남자가 그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도 드믄 일이거니와 사지가 멀쩡한 사내가
어린아이처럼 키가 작은 난장이를 잡고 서럽게 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키 작은 난장이 달중이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기삼이의 어깨를 잡아서 물리치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 조용히 쌍식이 형님의 손을 잡고 세대의 탑차중
쌍식이 형님이 금방 내렸던 두 번째 차량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떨결에 달중이의 손에 끌려 따라간 쌍식이 형님은 그를 따라 두 번째 탑차 뒤에 까지 따라 갔다.
그리고 달중이의 작은 속삭임으로 달중이를 덜렁 들어 탑차 안에 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기삼이가 나에게 한마디 했다.
“쌍식이도 같이 타라고 해라.”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지시한걸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두 번째 탑차의 후미로 가서 쌍식이 형님께 이야기 했다.
“형님.... 작전 개시입니다.
함께 타고 가세요.
혹시 달중이가 뭘 시키면 그대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쪽발이 새끼들 땜시 정신이 하나도 없그만 달중이 까지 지랄을 하네...
그래도 왔응께 다행이다. 알았다.
들어 갈랑께 인자 밖에서 문 잠가 브러라.”
“아- 그리고 이거....”
나는 사무실에서 염주를 굴리듯 오후에 내손 안에서 굴렸던 십자가 목걸이를 쌍식이 형님께 주었다.
내가 왜 그 순간에 수지가 주었던 그 십자가를 꺼내 들었는지 몰랐다.
“형님. 이거 달중이 목에 걸어 주세요.”
“그래 알았다.”
간단히 대답하고 날렵하게 탑차 안으로 들어갔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대석 부장은 잽싸게 문을 자물쇠로 채워 버렸다.
그리고 내 눈치를 봤다.
나는 조용히 몸을 돌려 기삼이가 서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 왔다.
“우상이 너도 따라 갈 거냐?”
“그래. 이번에는 나도 따라가 봐야 할 것 같다.”
“그래라. 그리고 공항에 도착 하면 군인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어떠한 상황이 와도 그들과 충돌 하면 안 된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그대로 하면 된다.
명심해라.
일이 진행 되는 동안 어떠한 상황이 와도 놀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 하고 그냥 구경만 하면 된다.”
“군인들?”
“그래 군인들.... 개새끼들.... 군인들 이다.”
“그래 빨리 끝내고 오마.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오늘은 아니고.... 나중에... 내가 연락 하마.”
그리고 그는 휘청 거리며 몸을 돌렸다.
항상 그랬듯 그는 나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어둠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는 것도 잠시 뿐이었다.
달중이의 출현으로 출발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현실을 나는 간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말없이 김대석 부장이 운전하는 선두차량에 올라타고 국
립 중앙박물관으로 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가는 동안에도 심상치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김대석 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가 국립 중앙박물관에 도착 했을 때 이미 일본인들은 전시 했던
고미술품들을 정해진 나무상자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지휘에 따라 전시실 가장 가까운 곳에 탑차 세대를 나란히 배차하기 시작 했다.
그리고 물건을 실기 위해 탑차의 문을 열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잠시 머리를 둔기로 맞은 듯 휘청거렸다.
그리고 쌍식이 형님이 타고 있던 그 두 번째 탑차 쪽으로 뛰어 갔다.
그곳에 달중이가 있기 때문 이였다.
그러나 탑차의 문을 열었을 때 안에서는 쌍식이 형님 혼자 훌쩍 뛰어 내릴 뿐이었다.
나는 탑차의 뒷문을 완전 개방하는 일본인들을 피해 탑차의 내부를 보기 위해
바짝 다가서서 그 내부를 봤다.
역시 어디 에도 달중이는 없었다. 과연 그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는 고개를 돌려 쌍식이 형님을 찾았다.
그리고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쌍식이 형님이 손으로 나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좀 빠른 걸음으로 쌍식이 형님에게 다가가 급하게 물었다.
“형님-. 어떻게...”
그러나 쌍식이 형님이 내 입을 막았다.
첫댓글 창문으로 들어오는 완연한 찬 바람이 살갖을 스치네요. 환절기 건강 조심하구요.. 오늘도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세요.....*^^*
스릴물 영화 단편을 보는것같습니다..과연 달중이 역활의 후미는 어떻게 될지..긴장 그 자체입니다만..짧아 아쉽습니다 ㅎㅎ ..내일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