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안다는 것과 익힌다는 것(4)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 내리자 장염의 마음이 도리어 편안해 졌다. 이미 모든
것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세상도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
게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일들도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이제는 자기의 의지나 예상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알 듯 말 듯한 전이의 수련
에 집착하여, 어쩌면 평생동안 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는 길로 무작정 갈 수 만
은 없었다.
'결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혼자서 중얼거리던 장염은 마치 도박을 하는 심정이 되어 기천검의
검결(劍訣)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서검자가 전수해준 기천검은 인체의 기를 유형
화하여 외부로 발산하는 기검이었다. 그래서 서검자는 검결의 전수에 앞서 기천
검의 기론을 먼저 읖었던 것이다. 그날 서검자는 '맑고 가벼운 것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탁하고 무거운 것은 아래로 내려가 땅이 되며, 조화로운 기운은 사
람이 된다(淸輕者上爲天, 濁重者下爲地, 和氣者爲人)'고 했다.
장염은 자기의 몸안에 있는 조화로운 기운을 느끼기 위해 의념을 집중하기 시
작했다. 기천검은 조화로운 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므로, 오랫동안 정좌하고 앉아
자기 몸 안에 가득한 기운을 느껴 보고자 했다. 장염의 내부는 많이 상해 있었지
만, 그래도 미약하나마 다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장염은 우선 기천검의 검결에 따라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의 경락대로 진기를
흐르게 했다. 수태음폐경은 신궐혈(神闕穴) 위쪽 사촌(四寸) 되는 지점부터 시작
하여 쇄골 밑을 지나 엄지손가락의 내측 방향을 따라 내려가다가 엄지손가락 손
톱의 내측에서 끝난다. 장염은 먼저 의념으로 복부의 중완혈(中脘穴)에 형성한
진기를 배꼽 위의 수분혈(水分穴)까지 내렸다가 다시 아랫배 하완(下脘穴)을 지
나 운문혈(雲門穴) 아래의 일촌(一村) 지점인 중부혈(中府穴)까지 끌어올렸다.
그 뒤 빗장뼈 아래의 운문혈, 어깨의 천부혈(天府穴), 팔 안쪽의
척택혈(尺澤穴), 팔뚝의 공최혈(孔最穴), 손목안쪽의 태연혈(太淵穴), 엄지손가
락 뿌리의 어제혈(魚際穴), 그리고 마침내 엄지손가락 끝의 소상혈(少商穴)까지
진기를 유통시켰다. 그렇게 복부에서 형성된 진기는 아랫배를 거쳐 어깨를 타고
엄지손가락의 끝까지 일사천리로 흘렀으나 그뿐이었다.
장염은 의외로 진기의 소통으로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자 이번에는 두 번째
검결인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의 경락을 따라 진기를 소통시키기 시작했다.
검지 손가락 끝에서 시작하여 엄지와의 교차점을 지나 엄지손가락의 외측을 타고
어깨부위를 넘어 올라와 쇄골까지 거꾸로 진기를 유통시켰다. 역시나 아무런 변
화가 없었다.
장염은 기천검의 마지막 검결대로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의 경락을 따라 겨드
랑이 밑의 극천혈(極泉穴)에서 끌어올린 진기를 팔 부분의 내측을 돌아
소해혈(少海穴)을 거처 손목관절, 새끼손가락을 지나 새끼손가락 끝의 소충혈(少
衝穴)까지 유통시켰다.
세 번의 시도를 다 해보았지만, 진기가 잘 유통될 뿐 어디에서도 기천검이라고
부를만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줄기 진기는 그저 복부에서 어깨를 타고 엄
지손가락을 따라 돌았고, 다른 한줄기는 검지손가락에서 시작하여 어깨까지 거꾸
로 돌았으며, 마지막 진기는 겨드랑이에서 시작하여 새끼손가락 끝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이상하다, 이렇게 검결에 따라 진기를 소통시키면 한줄기 오묘한 기운이 일어
나 기천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건만, 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걸
까?'
장염이 기천검의 검결에 따라 진기를 일으키고 다스리기를 수없이 했으나, 진
기는 그저 몸 안에서 일어나서 손끝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서검자가 엉터리로 전수해 줬을 리가 없으니, 기천검이란 것은 과연 허구의 검이
었단 말인가?
화산파에서조차 이 백년 전 검성 무검자(武劍子) 이후로 기천검을 일으킨 사람
이 없었다고 하니 어쩌면 장염은 실패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검결만은 오묘한
것이어서 수십 차례 운용하자 장염의 단전에는 서서히 진기가 차오르기 시작했
다. 일말의 가능성을 발견한 장염이 다시 기천검을 운용했으나 이전보다 강한 진
기가 노도처럼 손끝을 향해 몰겨갔다가 되돌아 오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만약에 기천검이 익히기 쉬운 것이었다면, 화산파에서 이미 몇 사람이나 익혔
을 것이다. 그러나 검선이라던 서검자 마저도 익히지 못하였다고 하니, 이렇게
쉽게 얻어질 수는 없는 것이리라. 기천검의 검결이 오묘해서 이미 내력이 다시
모이기 시작하니, 기천검의 검결과 무량검의 검결을 운용해서 지금은 내력을 회
복하는 것에 목표를 두자.'
장염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이번에는 무량검의 검결을 암송하기 시작했
다. 그렇게 몇 번이나 기천검과 무량검의 검결을 수련하자 단전에 그윽하게 고여
가는 내력이 느껴졌다.
한동안 기천검과 무량검을 연마하던 장염은 문득, 자신이 내력을 회복하기 위
해 기천검을 극성까지 익히려고 했다는 것이 얼마나 주제넘은 생각이었던가를 깨
닫게 되었다. 무엇인가를 익힌다는 것은 그것을 안다는 것 이상의 의미였던 것이
다.
장염이 그처럼 조금씩 내공을 회복해 가고 있을 때, 향이는 격공점혈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짐승같은 두 남자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 자기에게 기
대를 걸고있는 장염을 위해서라도 향이는 필사적으로 격공점혈에 매달렸다. 그러
나 깊이 생각할수록 검기점혈의 경지는 그녀가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것이었다.
대륙전장에서 이틀 간의 묵상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불가능이었다.
결국 향이는 자신에게 일어난 검기점혈은 하늘이 자기를 불쌍하게 여겨 얻게
한 은총이라고 믿기로 했다. 하늘이 겁탈 당할 뻔한 자신에게 두 사람을 점혈하
라고 했으니, 이제 두 사람의 운명은 전적으로 하늘에 달려있는 것이다.
향이가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문밖에서 추료의 음성이 들렸다.
'향소저, 안에 계시오?'
자리에서 일어난 향이가 서둘러 밖으로 나가자 추료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제자를 시켜 장소협도 오시라고 했으
니, 다시 한번 두 녀석의 혈도를 풀러 가보려고 합니다. 소저께서도 함께 가시겠
소?'
'두 분이 가보신다니 어찌 제가 모른척하고 있겠습니다.'
'하하하, 함께 가주신다니 감사하오이다. 모든 것은 인과응보이니, 소저께서는
너무 기력을 소모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래도 하늘이 저 두 녀석에게 고생을
단단히 시키시려고 작정하신 모양입니다.'
향이가 조용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 추사부는 제자들의 그릇된 행동으
로 그동안 몇 차례나 향이에게 찾아와 허리를 숙이고 용서를 구했던 것이다. 가
히 명문 정파의 사람으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런 스승에게서 어찌 저런
제자들이 나왔을까 싶을 만큼 추료는 강직한 사람이었다.
향이가 잠시 추료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벽운산장의 제자 한사람
이 장염을 데리고 나왔다. 세 사람은 잠시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벽운산장의 두
제자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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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ㅈㄷㄳ..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 보고 있습니다
즐감
즐독요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