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1
나의 여행의 시작은 이렇게 된다.
쥐똥나무와 사철나무 그리고 닦나무 둘러진 곳으로 고목의 감나무와 커다란 돌배나무 마주보고 서 있는 하늘 높은 마류나무와 바깥 마당을 덮는 플라타너스 그 옆에 작은 개복숭아 나무가 구부정 서있고,
서쪽으로 기울어진 오래된 검은 기와집과 퇴색한 나무 마루가 있는 장독대 주변에 달래무지와 포도나무한그루 그 아래에 꽃피는 분홍색 상사화 그리고 도라지밭이 있다.
언덕 위에는 깨진 사금파리 버리는 곳으로 시우나무가 서 있는.
동리 모든 아이들 모임의 시작은 항상 시우나무 아래에서 부터였다.
겨울이면 조그만 작은 검은 유리구술 꾸러미 더미처럼 열매가 매달리고 저녁때가 되면 콩새가 가득히 머문다.
나무에 올라 영웅전을 읽던 곳으로 동리의 모든 곳이 보이는 언덕이 있는 곳으로 치통 약으로 군데군데 껍질이 벗겨져 맨 속살이 드러나 있으며, 이사온 옆집 빨간기와집 쌍둥이 형제와 그의 키큰 누나가 머물러 있는 방이 바라 보인다.
바깥 마당에 짚누리가 쌓여 있고 앞 들에는 너른 논이 펼쳐 있어 마을을 휘도는 개울가에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용오름을 한 십수개가 둘러져 소리개가 주변을 날고 있다.
풍뎅이와 사슴벌레 매달린 고목 상수리나무와 커다란 소나무숲이 뒷산에 있고 양지바른 언덕에 매화꽃이 이른 봄이면 가득히 핀다.
푸른 뽕나무 밭이 펼쳐진 긴 개울 냇뚝에 아지랑이 오르고 하얀냉이 꽃무지가 깔리면 펄럭이는 아가씨 치마 물결 따라 봄바람은 흙먼지 날리면서 동리를 떠난다.
거치른 자갈이 굴러다니는 성도로 끝 마을에 측백나무 둘러진 작은 마을 학교와 돌계단 오르면 좁은 언덕위에 빨간 뾰족지붕 역리 교회가 서있다.
피라미 뛰노는 성도로 냇가를 따라 위로 따라 오르면 충의사를 지나 덕숭산 수덕사가 있고 아래로 흘러 내려가면 삽교천 검은 바다흙이 보이며 갑옷을 입은 능정게가 가득히 걸어 다닌다.
꽃산이라 부르고 진달래 가득한 앞산과 봄소풍 자주가는 곳으로 동무산이라 부르는 초등학교앞 동산으로 부터 여행기의 서론이 시작 된다.
까까머리에 깡마르고 유난히 피부가 흰 독고리 입기를 좋아 하는 시골뜨기가 친구들과 삽교천에서 밤새 어울리다 선배가 경영하는 읍내 한 음악 칫집 몽마르트에 게슴츠래 드른다.
소파는 아늑하고 작은 정물화들이 걸려 있어 고즈넉하게 흐르는 불빛들과 묵색 나무로 꾸며진 창틀이 아름답고 바텐더의 유리크라스와 두툼한 찻잔에 잔잔히 흘러내리는 음악이 분위기를 감싸고 휘돌며 고소한 커피 향내음이 피어 오르는 밝은 창가에 커다란 두눈이 유난히 깊어 보이는 위이브 머리결이 어깨까지 내려온 청색 치마가 잘 어울리는 아가씨가 다소 곳이 앉아 있다.
오래 전부터 어머니께 억지부린 작은 누이 아가씨로 어머니가 꼭 나가봐야 한다는 것으로 손님들이 별로 없어 눈에 띈 그녀, 쌍꺼플과 깊은눈이 이국적인 그녀에게 다가가 털썩 주저 않아 쓸데 없는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아주 쓸데없는 이야기를 가득 늘어 놓았다
참으로
작은 숨소리에도 까르르 까르르 웃어 주는 아가씨 왠지 신이 나서 아무 예기나 막 더 늘어 놓는 시골뜨기
그렇게 잘 웃어주는 어여쁜 키작은 누나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친숙 해지자 하얀손을 붙들고 수석동 냇가의 섬마을 마당가에 오디나무 한그루가 웅장하게 서있는 푸른색 가옥으로 데려 간다.
쟁기질과 써래질로 지친 육신을 쉬어 가기 좋은곳 가옥에 셋째 아가씨로 아버지는 술을 좋아 하시며 친절하고 어머니는 검소하시며 농부들이 자주 들러서 쉬어 머무는 논 한가운데 서있는 섬마을 집이다.
모든 딸들이 정말 잘 웃어주는 딸 부자집 .
대추가 검붉고 감들이 달처럼 붉으면 천수만 물오리때들이 노을과 놀며 앞뜰에 가득하다.
하얀 고니는 냇가 물위에서 헤염을 치고 벼 베어진 믿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서서 바라보며 새로운 집누리가 쌓일때 청춘의 만남들은 축복이 되어 온마을에 축가들이 가득피어 풍장속으로 동행은 시작된다.
시골 친구들이 유난히 많아 모임이 끊이지 않아 검은밤을 세으며 놀다가 동료들과 같이 어울리며 세상을 취해 쓰러져 지내는 장소가 되었다.
서서히 육체는 피폐해져 깡마른 체구에 두눈만 껌뻑이며 정신은 허수아비로 변하여 결국 작은 바람에도 쉽사리 쓰러진다.
아름다운 누이의 커다란 눈망울에 슬픔이 맺히기 시작 한다
어리숙한 동반 여행자를 위해 항상 곁을 머물며 철없는 자를 돌보고 또한 위로 하고자 착한 마음 애쓰며 어여쁜 희망도 선물해 주었다.
작은 누이의 어두운 등뒤엔 항해의 불빛이 맑고 순수하게 출렁인다.
사랑의 나룻배에 희망 셋을 싣고 누이와 항해를 떠난다.
휴양지를 찾아 수암산 아래 작은 별장집으로 산속에는 홀로 앉아 기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예배당도 있다
뽀로스 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샘물이 흐르며 작은 호수가 있는 곳 철쭉이 피어나고 커다란 낙엽송들이 둘러져 있는 기도원 아래집으로
바람이 휘돌아 구부러진 소나무와 탱자나무 울타리 싸리꽃 흐드러지고, 산목련이 나플거리며 아름드리 아카시아 나무와 노랑꽃 줄기의 예쁜 화단이 있고 붓꽃무지와 석류 나무가 창가에 서 있는 밭 끝자락에 노란 측백나무와 죽나무가 둘러 서있다.
앞집의 쌍 과부집에 막걸리 좋아 하시는 할머니와 북쪽 옆집에 허리가 경화되어 누운 아들과 함께 사는 노인 두분내외 남쪽 옆집에 시내에서 옷가게 하는 이장댁 내외분과 시어머니와 두딸 그리고 아들이 살고 있는 작은 산골 마을이다.
이사온
마을분들은 향기로운 삶을 축하해 주었고
기쁨 많은 하나님께서도 아들같이 든실하고 영면한 딸을 선물로 내려 보내 주셨다.
해가 진 후에는
대치리 가든을 운영하는 동창내에서 주로 지냈는데 아들 하나에 딸둘로 우리 식구들과 너무 잘 어울렸다
낮설은 산골 생활에 기쁨 이었다
근심없이 뛰 노는 아이들를 바라보는 즐거움은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충의사 기념비 귀부에 올라가 노는 어린아이들과 하얀 가로등 아래서 수박을 가르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밤하늘의 대화는 잊지 못할 아름다운 여행의 한 장면이다.
작은 누이의 검소함은 어머니를 닮았다.
헤진 옷 입고 머리손질하러 갈때 긴웨이브 머리가 그렇게 좋다고 해도 짧게 깎고 전원일기 아주머니 처럼 볶은 머리와 밑창이 덜렁이던 운동화를 신어서 어느해 백화점에 고운 신발을 신고서는 좋아 하던 모습을 기억하는데,
집에 돌아 와서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며 신문에 싸서 신발장 깊숙히 쌓아 두고 탑새기 작은 공장 일터에 새벽부터 서둘러 나가면서 식탁에 써놓은 조그만 손글씨가 지금 와서야 천사의 편지임을 알았다.
'미안해요
상 차려주지 못해서
끓여놓은 찌개와 무침 해놨어
맛있게 먹구
사랑해
아참! 건강식품 꺼내논거 꼭 먹구'
작은 손편지들이 얼마나 소중한 여행의 길표가 되는지 알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