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 선한 곳간
바리사이들은 율법을 철저히 지키려고 참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율법학자들은 대부분 바리사이였다고 한다. 그들이 거의 병적으로 노력했던 건 정결(淨潔), 즉 자신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거였다. 율법을 연구하고, 일상에서 자신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세부 규정을 만들기도 했을 거다. 율법이 규정한 죄인들과 어울리지 않는 건 당연했고, 손과 가재도구들을 자주 씻었다. 마시는 물에 혹시 부정(不淨)한 어떤 것이 있을까 봐서 고은채로 걸러 마셨다. 참 열심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영혼이 깨끗해질까?
예수님은 그렇지 않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마태 15,11) 음식이 아니라 그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이 그를 더럽힌다는 뜻이다. 언젠가 한 형제가 식탁에서 세상 불의와 부도덕한 정치인들을 심하게 비난했다. 조금 더 하면 욕이 나올 판이었다. 정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좋은 마음에서 그랬을 텐데, 바로 앞에서 그걸 듣고 있는 나는 오물을 뒤집어쓰는 느낌이었다. 내가 험담과 비난하면 그걸 듣는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그때 아주 잘 알게 됐다. 그런데도 험담과 비난을 안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 걸 보면 내 안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뭔가 나쁜 게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나쁜 거만 있는 건 아니다. 내 안에는 좋은 거도 있다. 하느님이 주신 생명이고, 세례받고 수도자로 축성되고 사제품까지 받았는데도 악 또는 악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예수님은 밀과 가라지 비유에서 원수가 그렇게 했다고 하셨고, 그 악을 잡아뽑으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다가 괜히 밀까지, 선한 마음까지 다칠 수 있으니 그냥 두라고 하셨다. 그런 내 모습이 정말 싫지만 어쩌겠나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그놈과 함께 동거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과 맞서 싸워 이기는 게 아니라, 그것이 내 안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입으로 행동으로 나오지 않게 조심하는 것뿐이다.
자신을 깨끗하게 보존하려는 바리사이들의 그런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 노력 자체는 따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정결 하려면 태어나자마자 세례받고 곧장 죽는 게 나을 거다. 나의 죄스러움은 내가 원한 것도, 내가 만든 것도 아니다. 어렸을 때 생존하려고 또 먹고 살려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심긴 것들이다. 나는 물론이고 예수님이 사람으로 다시 오셔도 치료는 해 주셔도 그걸 아예 없애지는 못하실 거다.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에만 희망을 걸고, 내 안 선한 곳간을 열어 선한 말과 행동을 계속 퍼내 선한 영향력을 퍼뜨린다. 악한 곳간에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 선으로 악을 이기는 거다.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겠지만, 그 길밖에 없다. 사회 정의를 위해 싸우다가 자신이 악해지는 거처럼 그 녀석은 아주 영리하고 뛰어나니 그것과 엮이지 말아야 한다. 이게 그리스도 예수님의 제자로서 이리 떼 속 양처럼 지내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고 뱀처럼 슬기롭게 사는 방법일 거다.(마태 10,16)
예수님, 선한 곳간을 열어 주님이 주신 선한 것들을 나누겠습니다. 그렇다고 악한 곳간이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어차피 그건 나중에 다 타서 영원히 없어지게 돼 있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이콘 앞에 머무르는 동안 아드님이 주시는 은총을 전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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