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쟁터 ‘배달앱’과 김봉진

경영하는 디자이너, 대한민국 벤처 1위 기업
2010년 3천만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현재는 기업가치 3조 원을 넘는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배달음식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의 이야기다. 이 회사의 국내 대표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지금위치로 일군 인물은 ‘경영하는 디자이너’로 정의할 수 있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하 직함 생략)다. 그는 창업 실패를 딛고 일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어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디자인에서의 강점을 살려 앱을 성공시킨 의지의 인물로 평가된다.
공부보다는 미술에 관심이 있던 인물
우아한형제들을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창업자, 1976년 10월 10일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난 김봉진의 유년기는 그다지 유복하지 않았다. 공부에도 취미가 없어, 공업고등학교에 재학 시절 성적은 꼴찌 수준이었고 학업이 맞지 않아 학교에 안 나가기도 했다. 대신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가고 싶었던 미술학원에도 다니지 못했으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본래 뜻을 두고 있던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부친을 설득해 디자인학원을 다니며 입시를 준비했고, 다른 대학들보다 실기의 비중이 높은 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그는 주로 광고, IT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모션, 네오위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커리어를 쌓은 그는 2008년에 이르러 처음으로 창업에 도전하게 된다. 처음 도전한 분야는 ‘가구’였다. 수제 디자인 가구 사업으로 창업에 도전하면서,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매체에도 몇 차례 소개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첫 번째 사업은 결과적으로 실패를 거두고 만다. 첫 번째 사업이 김봉진에게 안겨준 것은 2억 원이라는 막대한 빚이었다.
실패를 극복, 재창업 후 다시 퇴사
배달의민족은 특유의 B급 정서 기반 디자인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폐업 후 그는 낮에는 디자이너로 일했고, 밤에는 다른 디자인 시안 일감을 수주해 일하며 빚을 갚아갔다. 그리고 빚을 채 다 갚기도 전인 2010년, 다시금 그는 창업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커리어를 쌓은 IT 분야에 친화적인 사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IT 분야의 전문 디자이너 5명과 세운 회사는 UX 컨설팅 에이전시인 ‘플러스엑스’였다. 회사의 처음 시작은 IT 전문가였던 친형들과의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형들이 앱을 만들면 플러스엑스가 디자인을 입히는 형태였다.
하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보다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고자 했다. 플러스엑스를 공동창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김봉진은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국민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다시 한 번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시각디자인 석사과정을 밟던 와중에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혁명이 찾아오고, 김봉진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해 나가게 된다.
전단지를 앱으로 만들어 성공
스마트폰 디바이스 못지않게 앱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때를 노려서, 그는 다양한 앱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성을 테스트했다. 그는 개인사업자로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찍으면 자동으로 입력이 되는 서비스, 오픈마켓 셀러를 겨냥한 주문량 파악 서비스 등 다양한 앱 서비스를 시도했다. 그 와중에 김봉진이 주목한 분야는 ‘전화번호’였다. 스마트폰용 전화번호부 앱을 만들고자 했으나, 수익성과 확장성, DB 구축에 어려움을 느끼고, 전화번호를 제공하는 다른 형태의 앱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다른 곳은 배달음식 전화번호, 즉 ‘전단지(찌라시)’였다.
때를 잘 탄 대규모의 마케팅으로 폭발적으로 성공하다
그는 배달의민족의 초창기 버전에 해당하는 전단지 앱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앱 디자인은 김봉진이, 클라이언트 개발은 그의 셋째 형이 담당했다. 당시 배달의민족은 최초의 전단지, 배달 앱은 아니었는데, 이미 앱이 출시된 시점에 배달통, 배달114 등의 경쟁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가 직접 길거리를 다니며 모은 5만 개의 전단지 DB, 그리고 매력적인 B급 정서의 디자인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은 그가 내놓은 다른 어떤 앱보다도 큰 성공을 거뒀다.
직접 주문이 가능한 앱으로 발전
배달의민족에 대한 점주들과의 상생에 관한 비판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양대 앱 마켓 다운로드 순위에 자신의 앱 이름이 올라갔고, 가능성을 본 투자자들이 몰렸다. 그리고 김봉진은 여기에 배팅했다. 두 형제들이 운영하던 개인사업체 ‘우아한형제들’을 2011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확장하기로 마음먹었다. 최초에는 전단지라는 기존 방식을 유지했으나, 직접 주문할 수 있는 형태로 방향을 다시 설정하여 고성장할 수 있었다.
서비스 초기에는 배달의민족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앱으로 주문하면 직원들이 해당 가게로 전화를 대리해서 거는 시스템으로 운영됐기에, 이를 두고 기술적 진보가 모자란 서비스라는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골목상권의 파이를 나눠먹는 ‘기생 서비스’라는 비난도 빗발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배달의민족은 모든 비판을 딛고 성장해, 경쟁이 치열해진 배달앱 시장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흑자전환 성공, 이어지는 성장
갈수록 거세지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처하기 위해,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의 바로결제 수수료를 2015년 8월 전면적으로 폐지했다. 바로결제 수수료는 당시 회사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사업모델이었으며, 결제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지속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이었다. 수수료 폐지 후 실적은 오히려 더 나아졌다. 2015년 495억 원을 기록했던 회사의 매출액은 이듬해 848억 원으로 71%가 증가했다. 수수료 폐지 발표 이후 주문량과 가맹업소의 수가 크게 급증한 덕이었다. 창업 이후 줄곧 적자였던 회사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작년에 이르러서는 매출 3,192억 원, 영업이익 585억 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100억 원의 사재를 3년 내 기부하겠다는 공약을 철저하게 이행 중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배달의민족을 가게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각 자영업자들이 올린 매출은 총 5조 2천억 원으로 집계된다. 막대한 수익만큼 김봉진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경영자로 유명한데, 지난 2017년 10월 그는 3년 동안 사재 100억 원의 기부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실제로 지금까지 거액의 기부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유니콘 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은 지금 모든 스타트업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김봉진은 많은 기업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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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김봉진이 나가면 이 딜은 없다.”
니클라스 외스트베리 딜리버리히어로 최고경영자(CEO·39)가 우아한형제들을 4조8000억 원에 인수하기 위한 막판 협상에서 제1 조건으로 내건 것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43)가 경영진에 남는 것이었다. 10년 가까이 만나며 교감을 쌓은 두 젊은 대표의 ‘빅딜’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 코리안 유니콘 빅딜, 국경 넘은 두 대표 피를 섞다
김 대표와 외스트베리 대표는 2010년과 2011년, 1년 간격으로 각각 한국과 독일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기업을 창업했다. 2011년 우아한형제들 임직원 수가 10명이 채 안됐을 때 김 대표가 독일에 가서 외스트베리 대표를 만났다. 당시에도 투자와 인수합병(M&A) 논의가 있었지만 결실을 맺진 못했다. 하지만 둘은 이후에도 해마다 만나 배달업계 현안을 논의해 왔다.
올 한 해가 김 대표에겐 분수령이었다. 해외 자본의 공세가 거셌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인수한 2, 3위 업체 요기요와 배달통, 그리고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 투자금을 업은 쿠팡이츠가 쿠폰 마케팅, 점주 포섭을 강화하며 목을 조여 왔다. 출혈 경쟁에서도 시장점유율은 지켜냈지만 실적표가 좋지 않았다.
문제는 글로벌 배달앱 시장 규모 4위인 한국 시장을 놓고 해외 자본과의 싸움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란 전망이었다. 김 대표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①국내 증시 상장 ②국내 업체와의 M&A ③해외 업체와의 M&A 중 결국 외스트베리 대표를 택했다. 우아한형제들 핵심 관계자는 “지금 잘못하면 회사가 먼지가 돼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싸워 이길 수 없다면 적진 심장 깊숙이 들어가 차라리 서로 배신할 수 없는 계약을 맺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수조 원대의 유니콘을 선뜻 인수해줄 대기업이나 금융자본이 부재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아한형제들 경영진 지분을 제외한 87%의 지분 중 75%는 해외 투자사들이다. 최근에야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해왔다. 지난달 28일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열린 K스타트업 행사 기조연설에서 김 대표는 “국내에 유니콘 기업이 많아진 건 좋지만, 이젠 한국이 투자한 유니콘 기업이 나와야 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 350조 원 글로벌 배달앱 시장, 3강 구도로 재편 중
글로벌 배달앱 시장 규모는 최대 35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시장이 크게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라 불리는 투자사 내스퍼스 계열과 손 회장의 비전펀드 계열, 저스트잇 계열 등 3강 구도로 재편 중이다.
내스퍼스는 중국 텐센트의 초기 투자사이자 최대 주주로도 유명하다. 이번 인수로 글로벌 1위인 딜리버리히어로와 중국 1위인 메이퇀뎬핑(美團點評)과 동남아 1위 푸드판다, 한국 1위인 배달의민족을 포트폴리오에 담게 된다. 김 대표에게 양사 합작사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직을 맡기면서 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스퍼스의 큰 그림인 셈이다.
쿠팡이츠와 우버이츠에 투자한 비전펀드는 북미 지역과 대만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이를 견제하고 있다. 유럽에선 1위 기업인 저스트잇과 2위 기업 테이크어웨이의 합병이 유력시된다. 우아한형제들 핵심 관계자는 “텐센트도, 딜리버리히어로도 내스퍼스의 적극 지원으로 공격적인 사업을 잘 펼쳐 나갈 수 있었다”며 “배달의민족도 그 팀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진 대표에게 남은 숙제는 국내 시장 독점 이슈다. 딜리버리히어로 계열 기업이 점유율 99%를 가져가게 된 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합병을 통과시킬지가 미지수로 남아있다. 벌써 외식업계에서는 광고 수수료 인상 등 독점 횡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민의 수수료 최저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향후 공정위와의 협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안을 찾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