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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관하고 언론노조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선정위원으로 참여하는 '좋은 나쁜 방송보도ㆍ신문보도 선정위원회'에서 4월 한달 동안 방송과 신문의 모니터링 내용을 심의한 결과 2015년 4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ㆍ신문보도’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 < TV조선 > 폭력 부각시키는 보도화면 갈무리
시민-경찰 간 충돌 관련 기본적 사실관계 조차 외면
18일 오후 1시 30분, 경찰이 광화문 앞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 16명을 강제 연행하자 시청광장에 있던 유가족 및 집회 참가자들이 급히 광화문 광장 쪽으로 이동했고 경찰은 그 이전에 미리 차벽을 설치해 놓았다. 농성 중인 유가족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은 묵살되었고 곧장 물대포가 쏟아졌다. 충돌이 본격화된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 이는 JTBC 등 타 언론이 보도한 사실이다. 하지만 TV조선은 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시위대-경찰 ‘충돌’…시민 불편>(4/18, 14번째)는 집회 당시 상황을 “유가족과 시민들이 광화문 쪽으로 행진합니다.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고 막아 선 가운데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집니다”라고만 설명했다. 이어서 “경찰은 최루액까지 뿌리며 참가자들의 행진 시도를 막았습니다”라고도 하는데 행진을 시작한 후 경찰이 차벽을 설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단지 행진을 막기 위해 최루액을 뿌렸다는 말은 기본적 상식에도 어긋난다. <태극기 불태우고…경찰버스 부숴>(4/19, 7번째)도 “일부 시위대가 서울광장에서 나와 광화문으로 달려나간 것”이 “과격 양상”의 시작이라고만 보도할 뿐 경찰의 선제적 대응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 보도는 “곳곳에서 충돌로 시위대 2명이 다치고 경찰 74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경찰의 인명 피해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유가족 연행 과정에서 단원고 희생 학생 어머니 한 명이 다쳤고 물대포에 의해 40대 남성의 무릎뼈가 부러지는 등 시민 두 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다른 시민 수십명도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외부세력”, “불법 폭력 시위”… 추모 시민 전체에 대한 모독
추모 집회 자체의 의미를 왜곡하는 보도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집회의 본질적 의미는 물론 당일 시민-경찰 간 충돌의 배경조차 설명하지 않은 TV조선은 집회를 무조건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근거도 없이 그 배후에 “외부세력”이 있다고 전제했다. <태극기 불태우고…경찰버스 부숴>(4/19)는 경찰의 피해 내역을 나열하더니 추모 집회를 주도한 국민대책회의에 대해 “이적단체인 범민련, 이적판결 후 이름을 바꾼 민권연대 등이 참여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어제 시위에서 입건된 사람만 100명, 이 가운데 21명은 유가족이었지만 나머지는 학생이나 일반이었습니다”라고 덧붙였는데 국민대책회의에 속한 일부 단체를 이 보도에서 굳이 왜 언급했는지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태극기 방화범 추적…5명 구속영장>(4/20)도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경찰은 외부 세력의 개입 여부도 조사 중”이라며 경찰의 입장을 받아 적었고
△ < TV조선 >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무리하게 추모집회 배후에 있는 “외부세력”을 강조하다보니 보도의 자막과 화면 내용이 다른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시각 광화문] 또 대규모 집회…‘朴 퇴진’ 유인물 등장>(4/25, 톱보도)은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유인물이 등장하여 집회가 변질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정작 화면에는 “온전한 선체인양, 실종자 9명을 가족 품으로”라고 쓰인 피켓을 담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경찰의 불법 행위와 시민 인권은 나 몰라라 하면서 지극한 태극기 사랑만
TV조선의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 관련 보도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한 청년은 단연 주인공이다. 13건의 보도 중 8건에 언급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이다. <태극기 방화범 추적…5명 구속영장>(4/20, 13번째)는 집회에 참가한 한 청년이 태극기를 태운 상황에 대해 “과열 폭력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태극기를 꺼내 불을 붙이는 집회 참가자도 있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청년은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태극기를 주워” 불을 붙였다고 해명했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화가나 우발적으로 일을 저질렀다”며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TV조선은 별다른 확인 절차도 없이 그 청년이 태극기를 불태우려 미리 준비하는 “폭력 시위대”의 일원이라고 보도한 셈이다. 청년의 해명을 <‘국기 모독’ 처벌…보수단체 고발>(4/22)에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 보도는 “남성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국기모독죄로 처벌할 방침”이라는 경찰의 입장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태극기 방화범 추적…5명 구속영장>(4/20)에서는 “경찰은 현장 채증 자료와 CCTV 분석 등을 통해 태극기를 태운 20대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는데 경찰의 현장 채증은 지속적으로 불법과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CCTV를 활용한 시위대 감시 역시 JTBC가 단독으로 보도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공권력 남용에 해당하는 행위임을 꼬집은 바 있다. 태극기는 국가의 상징으로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TV조선처럼 태극기를 앞세워 사실을 왜곡하고 시민 인권을 무시하며 경찰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 줄 수는 없다.
“세월호 가족이 다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실종자 가족 요청은 TV조선을 향한 것
4월 23일, 실종자 조은화 양의 아버지 조남성 씨는 ‘세월호 인양 발표에 대한 미수습자 가족들의 입장’이라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의 인양 결정을 환영하는 한편 “세월호 가족들이 거리에서 다치지 않도록,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어머니인 이금희 씨 역시 “가족들이 폭도로 될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고 국민대책회의에 부탁했다. 그동안 선체인양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희생자 가족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던 TV조선은 이번만큼은 실종자 가족의 발언을 보도에 실었다. TV조선은 <주말 세월호 집회…혼잡‧충돌 우려>(4/24)에서 “단원고 실종 학생 부모들은 악에 받친 싸움을 멈춰달라고 세월호 대책 회의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25일 예정된 집회가 불법 폭력 시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참가자 확 줄어…폭력 대신 막말>(4/26)에서는 “유족 일부가 ‘더 이상 과격한 정치투쟁으로 세월호 가족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낸 것도 영향을 줬다”며 25일 집회의 참가자 수가 18일에 비해 줄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 두 보도는 모두 조은화 양 부모님의 발언을 맥락도 없이 인용하여 그동안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와 많은 시민들이 주도한 집회가 과격한 정치투쟁이었고 그로인해 희생자 가족들이 다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남성 씨의 기자회견문 발표 이후 따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이금희 씨는 언론들이 세월호 유족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것이 두렵다고 분명히 밝혔다. “언론이 한 번 그렇게 (폭도라고 규정하기) 시작하면 번지고 번질 거 아니예요?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요. 가족 뒤에서 도와주는 국민대책위, 정말 부모들 그렇게 욕먹게 하지 말고 바로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요.(…) 잘 이끌어달라고요, 가족들 그런 욕 먹지 않게요”라고 말한 것이다. 결국 이금희 씨는 언론이 희생자 가족들을 폭도로 매도해 여론이 돌아서기 전에 과격한 싸움을 멈춰달라고 부탁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1년 전부터 겹겹이 누적되어 온 언론들에 대한 원망이 우회적으로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폭력시위로 인한 심리적, 육체적 고통이 이 발언의 이유가 아니다. 그동안 희생자 가족의 요청을 외면하고 세월호 관련 집회를 불법 폭력 시위라 매도해 온 보도 행태를 고려할 때, 오히려 TV조선이야말로 이금희 씨의 부탁을 경청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탄생한 특조위는 정부․여당의 끊임없는 무력화 시도와 누더기가 된 시행령으로 인해 정식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1년 전부터 인양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올해 4월 22일이 되어서야 인양을 결정한 정부는 “어떻게 실종자야, '미수습자'지. 자기들이 안 찾아주는 거잖아”라는 조은화 양 어머니의 절규 앞에 죄인일 뿐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TV조선은 합법적이고 평화롭게 추모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차벽설치와 유가족 연행 등 과격한 대응으로 자극한 경찰의 행태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저항한 일부 시민들의 폭력적 행위만 부각시켜 추모집회의 의미를 왜곡시켰다.
민언련은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에 대한 무보도, 사실 왜곡, 일방적 정부 편들기로 일관한 TV조선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시민-경찰 충돌’ 관련보도 13건을 2015년 4월 ‘이 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신문보도, 조선일보
‘성완종 게이트’의 새누리당 불법 대선자금에 감추려고 '물타기 궤변' 집중 보도
조선일보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와 인터뷰가 박근혜 정부 실세들의 비리 및 불법 대선자금을 지목함에도 불구, 성 전 회장 사망 직후부터 줄기차게 야당 대선자금 수사와 노무현 정부의 성 전 회장 특사만 부각시켜 보도했다. 야당의 비리나 노무현 정권 특사의 특혜에 대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계속 공허한 의혹을 되풀이 했으며 급기야 성 전 회장의 비밀 ‘로비장부’를 발견했다는 오보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자 ‘성완종 게이트’ 정국을 ‘친노 대 친이’의 진실공방 게임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행태를 보였다. 현존하는 증거들이 지시하는 박근혜 정권 불법 대선자금에는 철저히 침묵하면서 이런 ‘물타기 궤변’에 치중하는 모습은 현 정권에 대한 무리한 충성 과시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 ‘성완종 게이트 물타기 궤변’ 관련기사 39건을 4월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박근혜 정권의 불법 대선자금과 친박 인사들의 개인적 비리 의혹이 드러난 지 1달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언론 취재와 검찰의 기초 조사를 통해 불법 대선자금은 물론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불법 비밀 대선캠프 운영 정황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의 조사는 이상하리만치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두 사람만의 개인 비리에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를 운운하며 별 다른 증거나 정황이 없는 야당 대선자금과 노무현 정권의 성 전 회장 특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검찰의 이런 행보는 청와대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부터 이완구 전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의 ‘부패척결’ 선언 직후 이뤄진 것이었고 성 전 회장 사망 후에도 검찰의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4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비리를 밝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일, “리스트에 국한해서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이어 박 대통령은 22일에 ‘정치 개혁’을 위한 수사 확대를 검찰에 요구했으며 급기야 28일, “성 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를 훼손해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오늘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성완종 게이트’ 국면 초기부터 여당과 보수언론이 꾸준히 강화해온 이른바 ‘물타기’, 즉 ‘노무현 정권이 성 전 회장을 사면하여 자원개발 사업 비리와 불법 대선자금 사건이 터졌다’는 식의 궤변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집중적으로 ‘물타기 궤변’에 지면 할애한 조선일보
대통령과 여당은 물론 수사 당국인 검찰까지 입을 모아 야당 수사와 사면 특혜 의혹 수사를 강조하는 데에는 조선일보의 여론몰이가 큰 역할을 했다. 조선일보의 야당 수사 및 노무현 정부의 특사 특혜 의혹 관련 보도량은 4월 1달 간 총 39건으로 타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불법 대선자금 관련 기사는 단 2건에 그쳤다. 박근혜 정권 불법 대선자금 언급을 피하고 야당 수사와 특사 특혜 의혹에 집중하는 경향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서도 두드러지지만 조선일보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경우 야당 수사와 특사 의혹을 언급하는 기사는 모두 그런 논리를 ‘물귀신 작전’이나 ‘수사 지침’으로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조중동에 비해 박근혜 정권 불법 대선자금에 큰 비중을 두었다.
‘물타기 궤변’의 시작은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성 전 회장 사망 직후인 4월 11일부터 ‘물타기’를 예고했다. <성완종 마당발 인맥 여야 안가려… 추가 리스트 있을 가능성>(4/11, 4면, 김봉기 기자)는 “정치권 ‘성 리스트’ 친박뿐?”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현재의 야권도 여권을 공격만 하기는 편치가 않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는 “성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각각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와 행담도 개발 비리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모두 사면을 받아 특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며 역시 사면 특혜 의혹을 꼽았다. 더불어 “성 전 회장의 인맥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며 정체불명의 ‘충청권 정치인 리스트’의 존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맞장구 치듯 13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야당도 대선 자금 수사를 같이 받아야 한다”며 공식적으로 ‘물귀신 작전’을 선언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성 전 회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은 것과 관련해 “다소 이례적 사면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물타기 궤변’의 시작이었다.
야권 인맥부터 정체불명의 비밀 장부까지, 야당 끌어들이려는 몸부림
‘물타기 궤변’의 한 축인 야당 대선자금 수사 촉구는 성 전 회장의 야권 인맥 강조에서 시작된다. 조선일보는 <이완구 “野 의원도 내게 성 구명 요청”>(4/14, 4면, 김아진 기자)에서 이완구 전 총리의 입을 빌려 야권의 ‘성완종 게이트’ 관련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성 전 회장의 구명 요청 전화를 받은 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은 이완구 전 총리가 “여야(의원들이), 전화로도 그렇고, 구두(口頭)로도 그렇고…”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완구 전 총리는 구두로 구명 요청을 받은 야권 의원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기사는 성 전 회장이 “DJP연합 당시 JP의 측근으로” 성 전 회장을 소개받았다는 김한길 새정치연합 의원과 자살 전날인 8일 저녁 식사를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김한길 의원과 성 전 회장의 인맥을 부각시키는 기사는 4월 21일에도 이어진다. <成, 작년 추석 김한길과 ‘랜드마크72’ 다녀와…金 “내 경비 내가 냈다”>(4/21, 4면, 김은정 기자)는 “성완종의 野 인맥”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성 전 회장이 김한길 의원과 여행을 가 자신이 지은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72’에 묵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실이 “성 전 회장의 ‘여야를 가리지 않는 인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언급된 ‘랜드마크72’는 박근혜 대통령도 2013년 9월 8일, ‘한복 패션쇼’ 참석차 방문하여 직접 워킹까지 선보인 곳이다. 당시 성 전 회장은 3차 워크아웃을 앞둔데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13년 5월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던 미묘한 시기였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실을 배제한 채 김한길 의원과의 인맥만 강조했다.
여야에 폭넓게 걸쳐있다는 성 전 회장의 인맥은 4월 17일, ‘비밀장부’ 발견 보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조선일보는 <여야 인사 14명 ‘성완종 장부’ 나왔다>(4/14. 1면, 강훈 기자)에서 여야 유력 정치인 14명에 대한 불법 자금 제공 내역이 담긴 ‘성완종 장부’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의 이름도 담긴 이 장부로 인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졌다”며 야당 수사를 부채질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장부에 대해 “듣도 보도 못한 얘기”라며 공식 부인했고 조선일보를 제외한 4개 신문사는 모두 검찰의 부인 소식을 전했다. 5월 20일 현재까지도 검찰은 ‘로비장부’의 존재 가능성을 염두하고 수색해 왔을 뿐 그 실체가 확인된 사실은 없다. 4월 26일, 다이어리(일정표)가 일부 발견되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18일에도 연이어 ‘로비장부’가 있다고 전제하는 보도를 냈다. <‘성완종 장부’에 野도 긴장>(4/18, 1면, 정우상 기자)는 새정치연합도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세우며 긴장했다”고 전했다. <檢, 일단 李·洪 수사 집중 물증 보강 후 전방위 확대>(4/18, 4면, 전수용 ․박상기 기자)는 검찰이 “여야 정치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내역이 담긴 ‘로비 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재차 ‘로비장부’의 발견을 강조하고서는 “검찰은 애초부터 수사 범위를 메모에 등장하는 친박 실세 8명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서 슬쩍 논점을 흐리기도 했다. 4월 21일, <메모 속 8인+여야·고위관료… 투 트랙 수사 가속도>(4/21, 3면, 전수용 기자)의 “여야 의원들이 포함된 14명의 ‘로비 장부’를 비롯해 국세청․금감원 등 관계(官界) 고위 인사 여러 명에게도 금품 로비를 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급을 마지막으로 이 정체불명의 ‘로비장부’는 조선일보 보도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21일 소환 조사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등 성 전 회장의 최측근에 대한 검찰의 집중 추궁에도 결국 ‘비밀장부’가 발견되지 않았음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증거도 없는 특사 특혜 의혹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조선일보
4월 한달 간 노무현 정부의 두 차례 성 전 회장 특사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량은 24건으로서 타사를 압도한다. 특히 조선일보는 △한 사람이 한 정권 아래 연이어 특사를 받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점 △법무부가 특사를 거부했는데도 사면권을 지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면을 재가했다는 점 △성 전 회장은 특사 사실을 알기라도 한 듯 상고를 포기했다는 점 △따라서 노무현 정권이 사면과 관련하여 성 전 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한 달 내내 반복했다.
게다가 이 논리를 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야권을 목소리를 인용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문재인, 盧정부 때 성완종 2번 특사 해명해야”>(4/14, 5면, 정우상 기자)는 “문 대표에 대한 공격은 13일 야당 탈당파에서 시작됐다”면서 ‘국민모임’ 측 관계자가 특사 특혜 의혹을 먼저 제기했다고 전했다. <“DJ 말도 안 먹히던 내 복권 문제 강금원에 전화하니 해결 되더라”>(4/16, 5면, 정우상․최연진 기자)는 성 전 회장의 두 번째 특사 당시 사면 복권 되었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당시 내가 복권된 것은 동교동계 몫이 아니라 강 전 회장이 시켜준 것”이라는 발언을 실었다. 노무현 정권의 특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의 의지대로 이뤄진 것처럼 묘사하는 대목이다. <野서도 “成 두차례 특별사면은 특혜” 목소리>(4/22, 4면, 김은정 기자)는 성 전 회장의 사면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이상민 새정치연합 의원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렇게 야권의 의혹 제기를 강조하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근거도 없는 특사 특혜 의혹 제기가 ‘물타기’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특사 특혜에 대한 근거는 지금도 확인된 바가 없다.
△ <조선일보> “친노․친이 정면승부” 관련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의 여론몰이와 더불어 정부․여당이 특사 특혜 의혹 제기에 가담하면서 그 진실공방이 ‘성완종 게이트’ 사건의 전부가 되어 버렸다. 조선일보는 이에 호응하듯 특사를 둘러싼 ‘친노 대 친이’의 대결 구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친노 이명박·이상득 거론하자… 친이 말도 안돼>(4/24, 5면, 김아진 기자), <이상득 成이 뭐 중요하다고…>(4/25, 5면, 정우상․조의준 기자), <노건평·강금원·이상득·원세훈 이름까지… 成, 여야에 다 청탁한 듯>(4/24, 5면, 이동훈․김아진 기자)는 각각 “친노․친이 정면승부”, “친노․친이 진영 간 충돌”, “친노․친이 전면전”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현 정권과는 관계 없는 전 정권 인사들의 진실공방 프레임으로 ‘성완종 게이트’ 사건을 몰아 넣고 있다. 두 번째 특사를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요청했다는 야당의 반박이 이상득 전 의원과 노건평 씨 사이의 ‘핫라인’ 거래 의혹으로 번졌고 조선일보는 이 국면을 자극적인 용어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사면 제도개선 요구, 특별사면 프레임 강화하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사설 <성완종씨 두 차례 특별사면 배경도 밝혀내라>(4/14)에서 “돈 있고 권력에 가까운 사람들만 이런 혜택을 누리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국민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낮을 수밖에 없다”며 사면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사설/‘권력의 뒷거래’ 드러난 특사, 더는 이런 일 없게 규제해야>(4/28)에서는 “박근혜 정부는 작년에 한 번 특사를 실시했으나 정치인, 고위 공직자, 기업인은 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 단 한 번의 특사를 가지고 현 정부를 옹호하더니 무절제한 특사권 남용의 방지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사설의 지적대로 사면 시스템이 문제라면 고치면 되고 그 책임을 근거도 없이 노무현 정권의 두 차례 사면에만 전가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박근혜 정부의 특사 내용은 ‘성완종 게이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증거가 없는 노무현 정권의 특사를 운운하며 박근혜 정권 불법 대선자금을 ‘특사 프레임’에 가두려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특사 관련 보도는 특히 4월 말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런 양상은 검찰이 공언한 야당 대선자금 수사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특사 제도로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직접적 증거로부터 드러난 박근혜 정권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단 2건으로 침묵하는 조선일보가 근거도 없는 특사 특혜 의혹을 똑같은 논리로 24건이나 보도한 것은 합리적인 언론의 자세라 보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뜻을 좇아 꾸준히 야당 수사를 부각시킨 점도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는 행태이다.
민언련은 박근혜 정부 불법 대선자금이라는 사상 초유의 정권 비리를 축소 보도하고 관련성이 없는 다른 사안을 부각시킨 조선일보 ‘성완종 게이트 물타기 궤변’ 관련기사 39건을 2015년 4월 ‘이 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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