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장에서 돌아올 시간이 가까워지면 할머니는 돌담 위 따뜻한 가을 햇살 속으로 손을 넣어 애호박 하나를 고르셨다. 그런 날 저녁 밥상 에는 호박에 갈치를 넣은 조림반찬이 올라 기다리는 저녁 내내 입안에 군 침이 고였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차가운 윗목에서 작은 독상을 받고 하나 뿐인 어린 손주만 할아버지 상에 함께 앉아 고만고만한 고모들의 부러운 시샘을 받으며 하얀 갈치 살을 발라냈다. 시골마을 풋내 나는 밥상에는 비 린 반찬만큼 귀한 것이 없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신평 장터에서 사십 리 길을 걸어온 갈치 한 마리를 할머니는 애지중지 아껴 소금 독에 묻고 할아 버지 독상에만 한 토막 올려놓아 고모들의 밥상에는 갈치가 달아나며 남 긴 흰 비늘과 호박뿐이었다. 그런 저녁이면 고모들은 괜히 심술을 부려 마 당 가득 찾아오는 고추잠자리도 잡아주지 않고 잠자리에서 막내 고모는 할머니의 젖을 가로채고 만지지 못하게 했다. 가을달은 내가 잠든 뒤에야 슬그머니 떠오르고 오줌잠에 배부른 꿈을 깨 툇마루에 서면 크고 깊은 마 당에도 더 크고 깊은 고모들의 잠 속에도 가을 달빛은 갈치 비늘인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