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일기
김근아 글, 그림
220㎜×267㎜ | 양장 | 44쪽 | 2024년 7월 29일 | 19,000원 | ISBN 979-11-93138-47-2 77810
주제어 태양계, 삶, 여정, 철학, 우주, 행성
한줄카피 먼 우주의 존재가 남긴 놀랍도록 친숙한 기록
링크 http://www.goraein.com/portfolio/%ed%83%9c%ec%96%91%ea%b3%84-%ec%9d%bc%ea%b8%b0/
저 먼 우주의 존재가 남긴
놀랍도록 친숙한 기록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아주 독특한 대답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수성이었습니다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지구였습니다, 라고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말할 수 있겠지요. 혹시 당신이, 지구가 아닌 어딘가에서 왔다는 사실을 남몰래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외계인이 아니라면 말이죠. 하긴, 생후 몇 개월이 아니고서야 그 첫 탄생의 순간에 대한 기억은 이미 모두 잊혀졌겠지만 요. 그런데 여기,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수성이었던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사람이 아니라 어떤 ‘존재’라고 해야 할까요. 게다가 그 존재는, 우리 인간과는 달리 처음부터 언어를 구현할 줄 알았습니다. 그 언어로 기록을 남길 줄도 알았고요. 먼 훗날, 그가 태양계의 각 행성을 차례대로 돌아가며 지낸 평생의 기록이 지구인에게 발견됩니다. 그렇게 ‘태양계 일기’는 시작됐습니다.
푸른 별 눈부신 청춘과
붉은 별 눈 시린 해방
그는 수성에서 첫 걸음마를 뗀 것에서부터 시작해,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진짜 모험을 갈망하기 시작한 금성, 푸름을 밝히는 빛 같은 친구를 만나게 된 지구 등 각 행성에서 꼭 그 행성과 닮은 모양의 한 시기를 살아갑니다. 그의 기록을 따라가며 우리는 청춘을 지배하는 펄떡이는 생명력과 또 그만큼의 뜨거움을 지닌 고통을, 고통을 마주하는 인내와 인내 끝의 해방감을 차근차근 만나게 됩니다. 인생의 한 고비를 겪고 나서 이젠 모든 것을 다 알겠다고 생각한 순간 닥치는 고난과, 바로 그 고난이 선사하는 구원의 의미도 알게 됩니다. 고난은 우리를 지나간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눈을 뜨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안으로, 안으로만 도망치듯 파고들던 시선으로부터,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바깥 세계로 뻗어 나가는 눈길로의 해방은 곧 구원의 다른 이름이니까요.
주어진 시간의 몫을 다한 몸이 그리는 평화
하지만, 시간의 유한함은 예외를 두고 비껴가는 법이 없습니다. 노년의 버석거리는 몸은 우리가 한때 두려움 없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조차 무서워질 만큼 낯선 일, 늙어감이라는 온도가 풍기는 냄새가 견디기 힘들어질 만큼 애통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의,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광활한 우주 속 태양계의 행성들을 다 돌 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몸은 비로소 고요한 바다 위에 몸을 누입니다. 그 고요의 물결은, ‘이번에 주어진 시간 안에서 할 일을 다 했다’는 만족감입니다. 지나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피어오르는 그리움과 애틋함, 그에 저항하기보다, 시들어가는 몸과 마음을 모두 맡길 때 존재를 감싸오는 평화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정말 끝인 걸까요? 그의, 아니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인가요?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오래된 미래였습니다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지구였습니다. 눈앞에는 엄마 아빠,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모습이 낯선 불빛과 소리 속에서 어른거리고, 차갑고도 뭉근한 공기와 낯선 냄새가 열 달 동안 따뜻한 물 안에 폭 잠겨 있었던 작은 몸뚱아리의 감각을 날카롭게 깨웁니다. 그와 같은 감각은 이제 갓 태어난 몸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압도적이어서 세상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릅니다. 그런데 그 순간, 섬광 같은 기억이 이 지구에 내지른 첫 소리와 함께 이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그건,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감각, 아주 오래된 미래에 입장했다는 감각, 그러고도 이 모든 것이 살 떨리도록 낯설고 새롭다는 감각, 아니 기억입니다. 그때 어떤 목소리가 안으로부터 나지막이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네 작은 몸을 이룬 별빛들의 헤아릴 수 없는 죽음과 탄생, 그 반복 속에서 너는 이처럼 강렬한 첫 순간도, 앞으로 네가 마주하게 될 순간들도 결국엔 희미한 점 하나만큼의 무게로 잊게 될 거야. 그러나 이것만은 잊지 못할 거다. 잊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네가 네 몸으로 지나갈 모든 궤도는 이 우주에서 영원이라는 초침이 그릴 별자리로 영원하리라는 걸 말이다.’
경계 너머 영원을 이야기하는 작가, 김근아
전작 『아들의 여름』에 담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별 끝에서도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한 김근아 작가는 이번에도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 너머의 영원성에 대해 독특한 상상과 형식으로 그려낸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작품은 지극히 환상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또 한편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태양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우리와 수억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저 행성들과 꼭 닮은 모양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지, 우리의 기원은 해석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품고 있는 저 우주에 맞닿아 있는 게 아닌지, 와 같은 상상이 작가의 손끝에서 깊이감이 선명한 태양계의 풍경으로 담겼습니다. 그를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어떤 소속감과 안정감에는 중력을 거스르는 어떤 가벼움마저 내재해 있는데, 그 힘은 바로 어떤 예감으로부터 비롯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발 붙이고 있는 이 땅 위에서 봄 여름 가울 겨울이 흘러가듯, 수성에서 해왕성까지, 그리고 그 너머까지 흘러 흘러 닿아가는 발 없는 우리 영혼의 여정 역시 어김없는 운명의 초침 사이로 열려 있는 무한한 궤도를 따라 흘러갈 것이라는 예감입니다. 김근아 작가의 태양계 이야기가 선사한 이 낯설고도 친숙한 감각을 기억해 낸다면, 우리는 오늘 하루도 저 작은 별빛 하나에 순식간에 닿을 만큼의 눈부신 가벼움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 소개
글·그림 김근아
그림으로 종이를 채우고 글자들로 화면을 채워 나가면, 어느새 머리 위로 밤이 찾아와요. 그럼 꼭 밤하늘 위에 화성이 어디 있는지 애써 찾아보곤 하죠. 푸른 밤 위에 빛나는 붉은 점이 꼭 저 자신 같거든요. 그렇게 멀리서 붉게 빛나는 행성을 찾고 나면 저는 또 지구인 작가로서 지내는 하루하루를 다시 소중히 여기게 된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아들의 여름』, 그린 책으로 『안녕, 내 사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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