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식 습득은 안전산행의 지름길
산행 인구가 늘면서 산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작년 북한산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주말 기준 하루 3~4건 정도의 인명사고가 빠지지 않고 발생했다. 경찰산악구조대가 상주하고 있다지만 광활한 국립공원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고들을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사고는 부주의와 위험에 대한 대처 미숙으로 발생하고 있다. 바꿔 말해서 적절한 준비와 안전산행 요령을 숙지하면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계절과 산행 유형별로 안전산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점검해 본다.
계절별 산행 요령
↑ 경남 무악산 초입에 만개한 벚꽃,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봄철이지만 의외로 봄철 산행은 녹록치 않다. 갑작스런 추위와 낙상사고 등 여러 가지 위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봄 3~5월
봄철 산행에서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는 3월이다. 겨우내 내린 눈과 얼었던 대지가 녹기 시작하는 이 때 1년을 통틀어 가장 많은 낙석·낙상 사고가 발생한다. 연중 기온변화가 가장 심한 탓에 낮에 녹았던 얼음은 기온이 내려가는 밤이면 얼어붙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 아이젠과 여벌 양말을 챙겨라
훈풍에 실려 온 봄기운으로 꽃망울이 틔는 도심과는 달리 산속에는 잔설이 녹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녹은 눈과 얼음으로 인해 등산로가 온통 진창길을 이루고 있기 일쑤다. 이럴 때를 대비해 아이젠을 반드시 챙겨가도록 한다. 미끄러운 곳을 지날 때에는 스틱이 많은 도움이 된다. 오랜 시간 눈길을 걸을 수도 있으므로 방수 등산화를 착용하고 여벌 양말을 챙기는 게 좋다. 젖은 발로 인한 물집과 동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보온의류와 비상식 휴대는 필수
낮 동안의 따뜻한 기온만 생각해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짧은 해가 서쪽 너머로 넘어가버리면 기온은 순식간에 급강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온의류 휴대는 필수다. 꼭 겨울용이 아니어도 장갑과 모자 등을 챙겨 가면 보온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산행 중 얼어붙은 구간으로 인한 지체로 예기치 않게 산행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비상식과 헤드램프도 빠뜨려선 안 된다.
여름 6~8월
휴가와 방학 시즌이 몰리는 여름철에는 장기산행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 한편 장마로 인한 폭우가 빈번한 시기이므로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여름철 산행사고의 대부분은 폭우로 인한 안전사고. 국지성폭우가 빈번한 요즘인 만큼 장마가 끝났다 하더라도 꼼꼼한 일기 예보 체크는 필수다.
↑ 여름철 산행에서 개울이나 계곡을 건널 때에는 가급적 수심이 얕은 곳을 골라 신속하게 건너야 한다.갑작스런 비가 내릴 때에는 수량이 급속히 늘어나므로 유의해야 한다. ● 방수대책과 의류관리를 철저히 하라
여름철 산행의 가장 큰 변수는 비다. 비가 내린 전후에는 가급적 계곡산행을 피해야하며, 우천 시 장비와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수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맑은 날씨라 하더라도 배낭과 내용물을 보호할 수 있는 배낭커버 휴대는 기본이다.
또한 장시간 우중산행에 대비해 배낭 속에 비닐 자루를 넣고, 그 속에 의류와 기타 물품 등을 수납하면 효과적이다. 전자제품이나 갈아입을 옷들은 별도의 방수주머니에 보관하는 게 좋다. 몸이 젖으면 순식간에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의 위험에 노출되므로 방수·방풍의는 물론 보온의류도 챙기도록 한다.
● 식품 보관에 특히 신경 쓰자
여름철은 높은 기온으로 인해 식품이 상해 버리기 십상이다. 또한 변질된 음식 섭취로 인한 식중독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식단을 짤 때 상하기 쉬운 음식은 가급적 제외하는 게 좋다. 인스턴트 또는 냉동건조 식품이라 해도 포장, 휴대, 보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수분손실이 많은 계절인 만큼 산행계획단계에서부터 꼼꼼한 식수 대책을 세우도록 한다. 또한 여름철에는 강한 햇볕으로 인해 피부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선크림을 바르는 게 좋다. 적당량을 자주 발라주는 게 요령이다.
가을 9~11월
온산이 붉은 빛으로 물드는 가을. 이를 즐기기 위해선 다른 철 못지않은 준비가 필요하다. 연중 산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지만 산간지방에는 일찌감치 첫서리가 내리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조냉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11월부에는 이른 한파의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겨울산행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일찍 출발하고 일찍 하산하라
가을철에는 짧아진 일조시간으로 인한 조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절기상 추분을 지나면 낮의 길이가 급격하게 짧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산행에 나설 때에는 되도록 일찍 출발하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하산을 마쳐야 한다. 또한 사전에 지형지물을 숙지하고 헤드램프와 손전등을 휴대해 만약에 대비한다. 유사시 섭취할 수 있는 비상식과 여분의 음료도 따로 챙겨두는 게 좋다.
↑ 산행도중 갑작스레 내리는 비는 안전산행을 방해하는 복병이다. 방수의류와 여벌의 옷 등을 휴대해 체온보호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 보온의류를 항시 휴대하라
방수·방풍의나 보온의류 등은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겨울보다 일교차가 심한 봄과 가을철에 더 요긴하게 쓰인다. 야외활동에 적합한 기온이 유지되다가도 날씨가 급변하는 현상이 빈번한 만큼 배낭 속에 이들 의류를 챙겨 가면 유사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겨울 12~2월
산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겨울이지만 많은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초겨울이라면 비교적 간단한 채비로도 산행이 가능하지만 적설량이 많아지는 한겨울이면 필요한 장비의 가짓수도 함께 늘어난다.
↑ 1382봉을 지나 소백산 비로봉으로 향하는 등산객들, 겨울철 산행 시 스틱은 보행 중 균형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 완벽한 산행준비를 하라
겨울철 산행에서 보온과 방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나라에 내리는 눈은 많은 습기를 머금고 있어 장시간 노출되면 금세 옷을 적셔버린다.
또한 능선에서 만나는 살을 에는 칼바람은 체온을 순식간에 떨어뜨린다. 따라서 겨울철 산행에 나설 때에는 방수·방풍이 가능한 겉옷과 보온을 위한 재킷, 우모복, 내의류 등이 필수다. 등산화는 방수와 보온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중등산화로 준비하고, 여분의 양말과 장갑을 챙겨뒀다가 젖었을 때엔 신속히 교체하도록 한다. 아이젠과 스패츠, 바라클라바 등은 노면이나 기상상태와 상관없이 겨울철 내내 배낭 안에 휴대해 만약에 대비한다.
● 땀 조절과 체력 안배에 신경 쓴다.
운행 중 땀을 과도하게 흘리게 되면 저체온증이나 동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몸을 움직이지 않을 땐 순식간에 식어버려 체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산행거리에 비해 시간을 여유롭게 잡는 게 좋다.
또한 레이어링(Layering·겹쳐 입기)을 적절히 활용해 체온을 적정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눈이 많을 경우에는 보행 자체가 무척 어렵고 체력 소모 또한 많아진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체력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체력분배가 뒤따라야 안전하고 쾌적한 산행을 담보할 수 있다.
유형별 등산요령
당일산행
가벼운 마음으로 별 준비 없이 산행에 나섰다가 호된 신고식을 치른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이는 제대로 된 산행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일산행의 기본 원칙은 해지기전 안전하게 하산을 완료하는 것. 이를 위해 알아야할 몇 가지 원칙들을 살펴보자.
먼저 산행에 나서기 전 꼼꼼한 산행코스 점검과 지형지물 숙지는 기본이다. 산행이 예기치 않게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헤드램프와 간단한 비상식, 그리고 여분의 음료를 항시 휴대하도록 한다. 산 위는 계절과 상관없이 평지보다 기온이 낮으므로 보온의류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길을 잃었다면 무리한 하산을 고집하기보다 알고 있는 지점이나 능선으로 되돌아간 뒤,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해야 한다.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을 때엔 119에 신고해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과도한 음주는 절대금물이다.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휩쓸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의 몸을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기 쉽다. 안전한 산행에도 방해가 되지만 대낮부터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일삼는 것만큼 꼴불견인 것도 없다.
종주산행
주능선이나 산과 산 사이를 잇는 능선을 훑어가는 형태의 산행을 가리킨다. 최근 많은 산꾼들이 도전하고 있는 백두대간과 정맥종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종주산행의 특징은 산행 거리가 길고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는 점. 샛길이나 인적이 드문 곳을 지나게 될 경우가 자주 생기므로 독도 능력은 필수다.
산행 중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도중에 탈출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탈출로 점검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므로 하산 후 대중교통 이용방법도 미리 알아둬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종주산행은 산에서 1박 이상을 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잠자리 해결은 필수선결 조건이다. 산행 대상지가 국립공원 내에 속해 있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대피소에 예약해둬야 이용 가능하다. 종주산행은 도중에 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초보자는 단독행을 삼가고 가급적 경험자와 동행하는 게 좋다.
암릉산행
↑ 암릉산행 도중 발생하는 사고의 결과는 때로 치명적이다. 따라서 적절한 장비를 사용해 안전을 담보해야 함은 필수다. 암릉산행은 기본적인 등반장비와 요령만 익히면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나 안전대책 없이 위험한 바윗길을 곡예하듯 오르내리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내놓은 통계에 의하면 암릉에서 발생하는 사고 횟수는 암벽등반의 그것을 훨씬 상회하고 있으며 그 결과도 치명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아무렇지 않게 전파하는 행위들이 날이 갈수록 눈에 많이 띈다는 점이다.
암릉산행 역시 암벽등반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교육을 이수한 후 적절한 안전장비를 착용한 채 나서야 한다는 걸 명심하자. 최근 단위 산악회와 등산장비 생산업체에서 주최하는 무료 등산학교들이 많이 생겨났으므로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산행은 산에서 내려오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무사히 집으로 귀가하기까지의 모든 여정 또한 산행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편안한 보금자리로 돌아가 산행의 피로를 풀고 싶은 건 모든 이들의 공통된 바람. 그러기 위해선 만용과 부주의를 항상 경계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
Tip 1 핸드폰 배터리 잔량을 항시 체크하라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핸드폰은 큰 도움이 된다. 산행 전 배터리 충전량을 확인하고 장기산행의 경우에는 예비배터리를 휴대하는 게 좋다. 골짜기 등 핸드폰 신호가 수신되지 않는 곳을 지날 때에는 전원을 꺼두는 게 좋다. 수신신호가 약할 경우 배터리 소모량이 늘어나 금세 방전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기온이 내려갈 경우 배터리는 수건 등으로 싸서 따로 보관한다. 낮은 기온 역시 배터리를 방전시키는 불청객이기 때문이다.
Tip 2 구조요청은 해가 있을 때 하라
산에서의 사고는 제아무리 고관대작이라 해도 비켜가는 법이 없다.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행 중 누군가가 사고를 당했다고 치자. 다행히 상태가 심하지 않아 자력하산이 가능하거나 응급치료만으로 해결될 상황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119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산에서 이뤄지는 구조작업의 특성과 2차사고 발생 예방 때문에 어두워지면 119헬기가 뜨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구조작업에 가장 중요한 타이밍을 놓칠 경우, 자칫 소중한 인명을 살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Tip 3 발디딤에 유의하고 가장자리를 피해라
산에는 언뜻 봤을 때 안전해 보이지만 위험을 숨기고 있는 곳들이 종종 있다. 내리막이나 절벽 가장자리 등이 좋은 예다. 암릉산행의 경우 가장자리로 다가갈수록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은 법이다.
하지만 이런 곳은 지반이 약하거나 흔들리는 바위들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많다. 무심결에 디뎠다가는 사고가 발생하기 딱 좋은 지형이라 하겠다. 낙엽이 살짝 덮인 등산로 아래는 진흙이나 결빙으로 인해 미끄러질 위험이 크다. 이런 곳을 지날 때에는 발 디딤에 유의하고 스틱을 사용해 균형을 잡으며 통과해야 낙상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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