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마을…600여년 숨결에 명물 통인시장 북적

[제일송팀장.]

   서촌마을…600여년 숨결에 명물 통인시장 북적

   

최근 들어 국민들의 경제수준이 높아지고 웰빙(well-being) 붐이 확산되면서 여가생활을 즐길 때에도 질적으로 향상된 도시경관을 추구하는 욕구가 증가했다. 이런 추세의 일환으로 단지 화려하기만한 도시경관에서 벗어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경복궁의 서쪽 지역을 통칭하는 서촌의 도시경관은 현대적인 모습과 과거의 흔적들이 함께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어 인기가 높다. 서촌은 조선 시대부터 민가 밀집 지역이었고, 지리적으로 좋은 위치에 입지해 있다. 북서로 뻗어있는 인왕산과 북한산과 밀접한 탓에 예로부터 자연과 교류하며 생활했던 동네로 전해진다. 지금의 서촌일대의 마을은 수성동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물길을 따라 형성된 것이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조선총독부 관사, 동양척식주식회사, 친일파인 윤덕영과 이완용 별장 등의 시설들이 들어섰던 곳으로 알려졌다. 또 화가 이중섭, 시인 윤동주와 이상 등 근대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 공간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스카이데일리가 북촌 한옥마을에 이어 사라져가는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한 서촌을 취재했다.

 ▲ 서촌은 조선시대에는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근대에는 화가 이중섭·이상범·박노수, 시인 윤동주·이상 등의 예술가들이 살았던 곳이다. 서촌 일대 상권 위치도(위) 및 한 상점 전경. ⓒ스카이데일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약 200m 쯤 직진하면 좌측에 옥인길로 이어지는 자하문로 7길이 나온다. 이 골목으로 발을 들이면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마을 서촌이 펼쳐진다.

 

경복궁의 서쪽이라고 해서 서촌이라 이름 붙여진 이 동네는 통인동, 통의동, 옥인동, 효자동 등 13개동 일대를 총칭한다. 보통 경복궁 영추문에서 사직공원까지를 한데 묶어 서촌이라고 부른다.

 

1910년대 이후 주택 계획에 의해 대량으로 지어진 개량 한옥 600여 채와 미술관, 크고 작은 공방과 카페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서촌은 조선시대에는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근대에는 화가 이중섭·이상범·박노수, 시인 윤동주·이상 등의 예술가들이 살았던 곳이다.

 

서촌, 근대 예술의 숨결 느낄 수 있는 공간

 

 ▲ 액자공방 ‘애화’, 인형공방 ‘아트돌 스튜디오’ 등 서촌의 역사와 함께해 온 오래된 공방들과 가죽공방 ‘원더메이드’, 슬로우라이프 지향적 공간인 ‘포코그란데’ 등 최근 1~2년 사이 새로 생긴 공방들이 골목 구석구석에 입점해 있다. ⓒ스카이데일리

서촌에는 이상·이중섭·박노수의 가옥 등 근대역사문화재와 개량한옥, 옛 가옥, 60년 된 책방 등이 세월의 흐름을 거스른 채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액자공방 ‘애화’, 인형공방 ‘아트돌 스튜디오’ 등 서촌의 역사와 함께해온 오래된 공방들과 가죽공방 ‘원더메이드’, 슬로우라이프 지향적 공간인 ‘포코그란데’ 등 최근 1~2년 사이 새로 생긴 공방들이 골목 구석구석에 입점해 있다.

 

지난 5일 오픈한 ‘빵과 생강 상회’는 밀가루부터 설탕, 우유 등 빵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100% 유기농을 사용해 빵을 만드는 가게다. 이 빵집의 주인은 “서촌의 문화·예술적 배경이 좋아 이곳에 빵집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인 윤동주·이상·임화·노천명·이육사, 국창 임방울, 화가 이중섭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살며 예술 혼을 불사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근대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던 서촌에 가게를 열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70년된 고택이자 문화재인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은 해방 후 한국화 1세대로 알려진 박노수 화백의 생가로 선인들의 흥취가 배어있는 터에 위치해 있다. 이 가옥은 서울시 문화재자료 제1호로 지정됐으며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조금씩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옥인길 중간쯤에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이 보인다. 이곳은 해방 후 한국화 1세대로 알려진 박노수 화백의 생가로 선인들의 흥취가 배어있는 터에 위치해 있다. 지난 2012년에 별세한 박노수 화백이 자신의 집을 서울 종로구청에 기증했고, 종로구청이 이곳을 미술관으로 꾸몄다.

 

1939년경에 건축가 박길룡에 의해 지어졌다고 알려진 절충식기법의 이 가옥은 서울시 문화재자료 제1호로 지정됐으며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다.

 

현재 이 미술관에서는 박노수 화백 작고 1주기를 기념해 기획전시인 ‘수변산책展’을 진행 중이다. 보통의 미술관과는 달리 신발을 벗고 입장하는 것이 특이하다. 삐걱거리는 고택의 마룻바닥을 걸으며 그의 산수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산과 물을 단지 경치로 여기지 않고 자연의 본질을 꿰뚫어 담은 대작들과 드로잉화 6점, 작품제작 과정을 알 수 있는 에스키스작 6권, 작가의 가옥 역사를 소개하는 영상 3점 등이 전시되고 있다.

 

통인시장, 도시락 뷔페로 직장인·대학생들에게 인기 

 

 

 ▲ ‘도시락카페통(通)’은 시장 상인들이 직접 시장을 살리기 위해 낸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스카이데일리

 

기름떡볶이로 유명세를 얻은 서촌의 명물인 통인시장은 2005년 정부와 지자체의 대규모 아케이드 사업으로 현대화되면서 전통시장 본연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시장 상인들이 직접 시장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 지금의 통인시장이 완성됐다고 한다.

 

최근 통인시장은 새로운 메뉴로 주목을 받고 있다. 통인시장 2층 고객센터의 도시락카페에서 1개당 500원인 동전모양의 쿠폰을 산 뒤 도시락통을 받는다. 그리고 이 도시락 통을 들고 시장안의 가맹점에서 코인을 주고 원하는 반찬을 담는다. 이 새로운 시장통 뷔페는 광화문일대 및 근처 직장인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통인시장 안에 위치한 10평 남짓한 순두부찌개집은 직장인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가게 관계자는 “평일 점심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많이 찾고, 주말에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매출이 쏠쏠하다”고 말했다.

 

불과 1년 사이 월세 두 배로 뛰어… 상인들 우려 깊어져

 

 ▲ 서촌에는 이상·이중섭·박노수의 가옥 등 근대역사문화재와 개량한옥, 옛 가옥, 60년 된 책방 등이 세월의 흐름을 거스른 채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60년 된 대오서점 전경. ⓒ스카이데일리

옥인길 초입에 위치한 ‘라온’은 악세서리숍 겸 카페다. 8년째 옥인길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이 관계자는 “8년 사이 월세와 보증금이 2배 이상 올랐다”며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장사꾼들이 유입돼 이곳의 분위기가 점점 변해가는 것 같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서촌의 한 상인은 “박노수 미술관 근처에 여의도에서 온 20여평의 브런치 카페가 지난 3일 개업했다”며 “보증금 1억에 월세는 200만원이라는데 근처 가게의 임대료도 덩달아 오를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음식점과 카페, 공방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여 전부터다.

 

이 관계자는 “주요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박노수 미술관까지 이어진 옥인길 대로변의 10평 기준 보증금은 2000~3000만원, 월세는 100~120만원이며, 권리금은 2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는 “1~2년 전만해도 10평 기준 월세는 50~60만원 선이었다”며 “1년 사이 2배 가까이 뛰어 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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