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 속 주인공 아나킨 스카이워커(다스 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는 부자지간이다. 두 주인공은 같은 스승 오비완 케노비에게 도제식 교육을 받았다. 같은 스승을 둔 부자지간 그리고 서로의 적이라는 구도는 영화를 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도제식 교육은 멘토와 멘티 관계다. 학교의 스승과 제자, 군대의 사수와 부사수, 직장에서의 선배와 후배관계가 이와 비슷하다. 우리의 전통문화 계승자 대부분도 멘토와 멘티 관계다.
멘토라는 호칭은 오디세우스의 친구 이름인 ‘멘토’에서 유래 됐다고 한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집안 일과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그의 친구 멘토에게 맡긴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무려 10여 년 동안 멘토는 텔레마코스의 선생이자 친구,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 역할을 하며 그를 잘 돌봐주었다. 이후로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멘토는 멘티에게 매우 영향력 있는 존재감이 된다.
■멘토링 우수사례
필자는 지난 33회 칼럼에서 ‘후배 육성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얘기를 했다. 이번에는 후배 육성을 위해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우수사례를 소개한다.
필자가 존경하는 선배 S상무는 영업현장에서 지점장과 단장으로 25년 넘게 잔뼈가 굵으신 분이다. 여전히 영업현장에서 80여명 지점장의 리더로 계시지만 임원이라는 권위 보다 지점장 개개인에게 친형 같은 선배로 존경받고 있다. 그 선배에게도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지만 좀 더 아픈 존재감은 있다. 막내가 그런 존재감이다.
신임 지점장으로 발령받은 후 1년간은 매우 소중한 시기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지점장으로 롱런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런 것을 잘 알기에 1년차 지점장 육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멘토와 멘티 지점장 제도를 만들었다. 같은 지역단에 근무하는 선배와 후배를 멘토와 멘티로 엮었다.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선배 지점장은 멘토다. 멘티인 신임 지점장은 멘토에게 질문하고 상담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 멘토에게는 멘티를 코칭하고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멘토와 멘티 관계를 공식화해 준 것이다. 매일 긴밀한 소통을 하게 만들었고 멘토 지점과 멘티 지점은 한 배를 탔다는 의미로 두 지점 각각의 목표를 더한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되게 만들어 공동시상을 전개한다. 명절 전에는 각 지역단의 멘토와 멘티 지점장이 한 자리에 만나 서로 회포를 풀었다. 필자도 초대되어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 자리에서 멘토와 멘티가 감사의 선물을 준비하고 나누는 장면을 목격했다. 선물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건네주는 모습에서 필자도 감동을 받았다.
■후배사랑, 선배존경
하고 있는 일에서 시간이 지나면 경험치가 쌓이고 시행착오가 줄어든다. 우리는 이런 것을 ‘노하우’라 한다. 노하우가 잘 쌓인 사람은 같은 일을 하는 초보자 보다 여유가 있으면서도 우수한 성과를 낸다. 그래서 노하우는 경쟁력이고 자부심이다. 또, 노하우는 소중하기 때문에 공개하거나 전수해 주는 것이 꺼려짐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생각했다면 그것은 짧은 생각이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나만의 것이라 생각한 노하우는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거나 전혀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었음을 자주 경험한다. 대학교수인 필자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교수가 받는 스트레스 중 하나가 후배들의 약진이다. 새로운 학문으로 무장된 후배들이 과거에 머물고 변화를 수용 못하는 선배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선배 지점장은 멘토가 되어 후배 지점장을 코칭하지만 그러면서 멘토도 멘티에게 배운다. 필자는 지난 4년간 후배 지점장을 코칭하면서 그들을 코칭한 것 이상 배웠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래서 필자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후배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제 멘토와 멘티의 뜻도 바뀔 수 있다. 멘토와 멘티는 서로 코칭하고 가르침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사실 진정성 있게 후배를 사랑하고 선배를 존경하면 이렇게 구구절절한 설명도 필요 없다.
민병성 대표 (주)K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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