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많은 날엔 가벼운 옷을 입고 와야지. 그럼 날 수 있다니까.”
정방사 주지스님은 물안개 자욱한 청풍호반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앞이 탁 트인 이곳 암자가 구름 타고 다니는 제비형이라며 이런 곳에 오래 살다 보면 마음도 뜨는 법이라고 했다.
충북 제천 597번 도로. 청풍호,금수산에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음 들뜬 나들이객을 맞으려 호수 따라 벚꽃망울이 터질 준비를 했다. 이곳 제천길은 봄나들이로 좋다고 했다. 드라마 ‘왕건’ 세트장,수상 경비행기,유람선…. 그동안 청풍호반의 구경거리는 이런 것들이었다. 이번 봄나들이에는 호반 벚꽃 드라이브와 웰빙이 조화를 이뤘다. 1박2일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널렸다.
청풍호 숨겨진 조망 포인트=분위기 잡으려면 정방사,ES리조트가 좋다. 이른 아침 혹은 석양에 이곳에 들른다. 82번 지방도에서 청풍대교를 건너기 전 능강계곡으로 좌회전. 외진 호숫길에 접어들면 능강리 산자락에 스위스 전통가옥인 샬레풍의 집들을 만날 수 있다. ES리조트. 회원에게만 숙박이 허용되는 이곳은 예쁜 산책길과 200여동의 별장. 사슴목장,숲속카페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카페 앞에서 알 품는 암탉도 진기한 정경. 리조트 내 찜질방에서는 통유리를 통해 호수를 바라볼 수 있다. 곳곳이 감상 포인트지만 해질 무렵,이곳 야외나무데크에서 호수를 본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정방사 역시 월악산 자락 아래 스며드는 청풍호반을 감상하는 장소로 손색이 없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암자 툇마루에 앉아 풍경소리 들으며 호수를 조망할 것. 주지스님하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거나 암자 뒤편에 숨겨진 바위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를 마셔본다.
약초염색,참숯 웰빙마을=정방사에서 5분 남짓. 약초 내음 가득한 마을을 만난다. 약초 테마마을로 알려진 하천리 산야초마을이다. 허브체험처럼 약초 관련 체험이 가능하다. 이곳 제천 금수산자락은 전국 희귀한 약초의 보고이기도 하다. 마을에서는 약초염색을 직접 할 수 있으며 한방 약초 족욕도 가능하다. 약초차 시음,약초밭 산책,족욕,한방음식,구들방 1박 등이 어우러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약초 베개,약초 스카프 등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
약초냄새가 사라질 때쯤이면 숯연기 가득한 참숯가마를 만난다. 상천참숯가마는 제천시가 관리하는 참숯가마찜질 체험장으로 제천,횡성 인근의 숯가마들과 비교하면 시설이 깔끔한 편. 황토찜질 외에 샤워시설과 숙박할 수 있는 황토방도 갖추고 있다. 숯에 직접 구워주는 목살을 반드시 먹어볼 것. 이용료는 수건 1장과 찜질복을 포함해 6,000원.
호수,벚꽃 드라이브=597번 도로에 들어서면서 한적한 벚꽃 드라이브는 시작된다. 장회나루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4월이면 벚꽃이,가을이면 단풍지대로 탈바꿈한다. 이번 주말(15∼17일)에 벚꽃이 절정이다. 양곱창 같은 구불길이 13㎞ 이어진다. 옥순대교앞 전망대에서 심호흡. 다시 삼거리 지나 좌회전하면 장회나루(단양) 가는 길이다. “충주호,청풍호반의 나루터 중 장회나루 전망이 최고”라는 이곳 주민의 말처럼. 봉우리 사이로 호수를 오가는 유람선의 정취가 여유로운 곳이다.
라이브카페,약초시장=청풍호를 바라보며 라이브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 딱 두 곳 있다. ES리조트 내 뮤직바 ‘루나예나’와 남제천IC와 청풍리조트 사이에 위치한 호숫가의 콘서트. 그윽한 중년이라면 루나예나가 좋고 2030세대라면 호숫가의 콘서트를 찾는다. 통기타 가수 김진권씨가 운영하는 호숫가의 콘서트는 이동원 김국환 등의 가수가 직접 찾기도 한다. 오후 7시30분부터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며 주말에는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돌아오는 길에 제천역 인근 약초시장에 들르는 것도 좋을 듯. 약초의 고장답게 60여개의 약초상점이 늘어서 있는 게 특이하다. 들어서는 순간 약초냄새가 가득하며 저렴하게 약초를 구입할 수도 있다.
발췌: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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