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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시간 최현 집사님의 장례를 위해 모였습니다. 예기치 못한 슬픔을 당해 황망하기 그지없지만 이제는 고인을 이 세상에서 놓아드릴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대로 보내드리기는 너무나 아쉽습니다. 고인은 누구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많았을 것입니다. 손자들까지 풍족하게 먹이고 입히고 싶었을 것입니다. 교회와 성도를 맘껏 섬기고도 싶었을 것입니다. 육체의 가시 같은 질병으로 홀연히 떠나시기까지 어디에도 속마음을 드러내실 수 없어 고난 속에 깊이 사시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소망 없이 사는 사람은 고난과 고통을 참고 기다리지 못합니다 져줄 줄 모르고 남 앞에 나서길 원합니다 이길려고 애를 쓰다보니 함께 하기 보다는 남을 힘들게 만들고 이름 없이 섬기지 못합니다 인정 받고 싶은 욕심이 앞서 열심히 살지 못하고 되는 대로 대충 대충 삽니다 그러나 집사님은 하나님나라를 소망하고 사셨으므로 언제나 하나님 앞에 진실되고 사람 앞에 반듯했으며 자신에게 누구보다 철저하여 한평생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밧모 섬의 요한 사도가 소망을 품고 살다 환상을 보았듯 주님께 소망을 품고 사는 자의 복을, 비전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고난의 현실 너머 있는 영광을 보게 합니다 생명수 샘물을 값없이 주시고 하나님이 되어주시고 우리는 그분의 아들이 됩니다 집사님은 세상서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을 갖고 살지 않으셨습니다만 집사님의 비보를 듣고 저는 소설 속의 한 주인공을 떠올렸습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속의 알자르 부피에라는 양치기 노인입니다 아내와 자식을 모두 잃고 홀로 고독한 삶을 살았지만 사람들이 숯을 굽느라 나무를 다 베어버린 빈 땅에다 숲을 가꾸어 새와 사람이 사는 생명의 땅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자기 땅도 아닙니다 누가 시키거나 알아주지도 않았습니다 말을 다 잊어버리도록 고독한 삶이었지만 그에게 있었던 비전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소망이 그를 그렇게 이끈 것입니다 최현 집사님은 그런 소망을 가족과 이웃에게 묵묵히 심어 놓고 가셨습니다 자녀와 손자들에게서 그 소망이 느껴집니다 하나님과 대면해서 사신 고인을 가장 영예롭게 보내드릴 수 있는 일은 그의 삶과 죽음을 통한 메시지를 함께 듣는 일일 것입니다 가족에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분의 말씀이 들렸습니다 그분은 말씀하십니다 먼저 육체의 질병과 가난과 고난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은총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하나님 말씀을 사랑하고 순종하며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얼마나 무엇을 소유하기를 원합니까 집사님은 성경 쓰시기를 좋아하셨습니다 영정 앞의 성경책에 형광펜으로 그어진 구절 구절이 그의 삶을 주관하고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말을 앞세우지 않고 주어진 삶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고인과의 깊은 마음의 대화를 통해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집사님은 우리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소망을 품고 산 신실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는 앞서가신 그분의 메시지를 늘 기억합시다 우리 모두가 생명수 샘물을 마시는 하나님 자녀 되시길 축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