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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 제31회차 산행
■ 산행구간 : 한나무재~석개재(눈길산행)
■ 산행일자 : 10. 3. 27 ~ 3. 28(눈, 흐림)
■ 산행거리 : 22.3Km(누적거리 432km)
■ 참여인원 : 9명
(문석기, 한건희, 오충렬, 백승호, 최광춘, 이상희, 도경숙, 이선혜, 하다현)
---차량 이동조치 : 박희섭
ㅇ 폭설과 잦은 눈으로 인해 지난해 연말 낙동 구간종주 산행이 있은 후 지금까지 산행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3월 마지막 주를 기해 이산맥은 드디어 낙동의 기지개를 폈다. 물론, 일기는 좋지 않았다. 목요일부터 강원도와 경북 산간 일원에 대설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는 기상대의 발표가 있은 후라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구의 날씨는 구름이 조금 끼었고 기온은 평년과 같아 대구 인근의 높은 눈은 내리지 마자 다 녹아 큰 걱정이 되지 않았고 경북 북부지역 쪽도 마찬가지 이겠거니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모든 산행 준비와 시산제 준비를 한 후 부랴부랴 집결장소인 범어동 하늘채로 향했다.
ㅇ 오랜 만에 하는 산행이라 대원들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불영계곡 소광리 마을까지 가려면 길이 멀어 서둘러 출발을 했다. 길은 멀지만 동해안을 따라 불영계곡으로 가기로 한 것은 오충렬 전회장이 직장 행사가 있어 중간지점인 영덕 풍력발전소 인근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후 2시 쯤 예정대로 오충렬 전 회장을 만나 동해의 해안선을 따라 북진하니 그동안 좋았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하였고 얼마 못가 가늘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울진 조금 못가 영주방향인 불영계곡으로 접어드니 빗줄기는 조금 더 굵어지기 시작하였고 여성대원들은 비가 오면 산행은 어떻게 하는지 연신 물어대지만 지금까지 미뤄온 산행이라 어쩔 수 없이 꼭 산행을 해야 한다며 오늘 산행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일깨워 준다. 비도오고 시간도 제법 되니 대원 모두는 허기가 도는지 간식이라도 조금 먹어야 한나무재에서 산행을 할 수 있지 않겠냐며 뭐든 먹기를 원한다. 하는 수 없이 계곡 휴게소 식당에서 컵라면과 소주로 간식을 하고 곧장 소광리로 향했다. 박희섭 대원에게 소광리 한마무재로 찾아오는 자세한 방법을 문자로 작성해서 보내줄려고 하니 벌써 통화불능지역이다. 발송 문자가 되다 보니 발송예약도 되지 않는다.
ㅇ 소광리 마을에서 조금 더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니 자수정광업소 최종 안내지점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우리는 세광교를 지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길은 하얗게 변하기 시작한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아직 다 녹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차를 세워놓고 산행준비를 끝낸 후 차가 미끄러져 내려가지 않도록 핸들을 약간 제쳐놓고 산행을 시작하니 시간은 오후 5시 30분이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구름만 가득 끼인 채 작은 계곡에서 나는 물소리만 요란하기만 했다.
ㅇ 눈 쌓인 임도를 따라 약 50분 가량 오르니 한나무재가 나타난다. 절개지 형태로 형성된 한나무재의 서쪽 부분에 매달려 있는 표지기를 따라 오후 6시 20분쯤 마루금에 오르니 바람이 세차게 분다. 아직은 랜턴을 꺼내지 않아도 충분히 산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들 한나무재까지 오르는 도중 너무 많은 힘을 뺀 탓인지 말이 없다. 그저 무거운 배낭을 맨 체 앞만 보고 걷는다. 눈이 오고 난 후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이라 조심조심 한발한발을 내디뎌보지만 내심 길을 잃지 않을 까하는 조바심도 생긴다. 오후 7시를 넘기니 어느 새 사방은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모두들 랜턴을 꺼내 머리에 걸친다. 지금부터 야간산행이다. 불빛은 하얀 눈에 반사되어 더 밝게 빛난다. 약 50분 정도 앞으로 나아가니 헬기장으로 보이는 넓은 평지 나타난다. 우리는 여기서 잠깐 가픈 숨을 가다듬고 다시 길을 나선다. 이어지는 낮은 철쭉가지의 진행방해는 때론 성가시기도 하다. 방심하면 바로 빰을 후려치는 무서운 놈이기에 신경이 바짝 쓰인다. 이마에도 어느 듯 땀이 흘러내린다. 내리막길은 낮에 녹았던 눈이 질퍽해지면서 더 미끄럽다. 약간만이라도 방심하면 쫄라당이다.
ㅇ 8시 20분, 우리는 꽤 넓은 평지에 도착했다. 아마도 헬기장이지 싶은데 바닥에는 눈이 덮여 확인 할 수 없다. 시간도 시간이니 만큼 대원들은 밤도 되었고, 특히 눈길이라 길찾기가 쉽지 않으므로 오늘은 여기서 1박을 하고 내일 아침 일찍 기상을 하자고 한다. 만장일치로 배낭을 내리고 이산맥 텐트를 친다. 오늘은 텐트치기가 쉬었다. 평지이기도 하지만 팩을 쓰지 않아도 텐트를 고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상희 대원은 우리가 텐트를 칠 동안 주변에 있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모아 모닥을 피우기 시작한다. 눈에 덮여 처음에는 불을 피우기가 쉽지 않았지만 작년 한해동안 이산맥이 유난히 모닥불을 많이 피워본지라 눈에 젖은 나뭇가지지만 쉽게 모닥불을 만들 수 있었다. 텐트조도 등을 피워 텐트안에 매달므로써 설치작업을 마무리한고 모닥불로 모여든다. 어느새 얼었던 몸은 모닥불의 열기에 의해 달아오른다.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저녁을 겸해 간단한 요기를 한다. 묵과 양주를 준비해온 이상희 대원은 벼른 듯이 배낭에서 꺼내어 한잔씩 돌린다. 따뜻한 불도 있고 술과 안주도 있으니 부러울게 없다. 영덕을 지나 불영계곡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약간의 요령을 피웠던 여성대원들도 정말 산행을 하기 잘했다며 입이 짝 벌어진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한잔하는 이 기분 누가 알랴. 양주가 떨어지니 오충렬 전회장이 이번에는 고량주를 내어놓는다. 모두들 너무 좋아 함성을 질러본다. 산속 깊은 곳에서 이렇게 소란을 떨어으니 아마도 주변의 야생 동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멀리 도망이라도 쳤지 싶다. 밤도 조금씩 깊어가고 가지고 온 술도 떨어지니 내일 걱정이 된다. 오늘 조금 일찍 산행을 끝냈으니 내일 아침은 일찍 일어나 산행을 서둘러야 된다며 모두 취침을 서두르니 시간은 밤 10시가 못되었다. 밤하늘에 있어야 하는 상현달은 오늘은 구름땜에 보이지 않는다. 조금 아쉽지만 모닥불로 대체하고 잠을 청해 본다.
934봉 헬기장에서 흰 눈위에 모닥불 피워놓고~~
모닥불에 담배 한개피~~(오충렬 전회장)
ㅇ 한밤에는 진눈깨비가 많이 내렸는지 텐트 위 움푹 파인 곳에는 물이 가득 고여 있다. 어제 밤 동안 사각사각 소리가 나더니 그게 진눈깨비가 내리던 소리였나 보다. 꿈에서도 텐트 곁을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 땜에 잠을 설쳤는데(물론, 비몽사몽이었지만...). 새벽 5시 30분, 어느 듯 텐트 밖은 훤하였고 진눈깨비도 멈춰있었다. 배낭과 등산화는 밤에 잠에서 깨어난 이상희 대원이 우의로 잘 덮어 놓아 비에 젖는 것은 면할 수 있었으나 눈의 습기가 등산화 안쪽으로 스며들어 눅눅해진 부분이 기온이 떨어지니 딱딱해졌다. 갑자기 등산화 시는 것이 싫어졌다. 차가운 등산화 속으로 발을 밀어 넣자니 한기가 드는 기분이다. 한기를 없애고자 어제 피운자리에서 다시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열기로 인해 쉽게 불은 피워졌다. 불이 있으니 대원들이 또 모닥불로 모여든다. 역시 불은 사람들을 모으는 역할이 있나보다. 여름에는 낭만, 겨울에는 따뜻함을 안겨주는 그런 고마운 불 말이다. 도경숙 대원이 준비해온 떡국과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다시 배낭을 꾸린다. 아침 시간은 왜 이리 잘 가는지... 벌써 시간은 7시를 넘는다. 서둘러 주변 정리를 하고 모닥불 화기를 완전히 눈으로 덮어 제거한 다음 기념촬영을 한다. 모두들 컨디션은 최상인 것 같다.
비박지를 정리하고 석개재를 향하여 출발하기 전의 힘찬 모습
ㅇ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이지만 오늘도 낙동의 마루금을 힘차게 밟아보자며 대원들은 마음 속으로 굳은 결심을 다져본다. 등산길은 좋지만 간간히 나오는 조릿대는 대원들을 성가시게 만든다. 연속되는 강설로 인해 조릿대는 비스듬이 누워 등산길을 지워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얼굴을 후리치기 때문이다. 조릿대 뿐만이 아니다. 싸리나무도 이에 질 새라 앞길을 막는다. 약 1시간 반 정도 앞으로 진행하니 910봉이 나온다. 여기서 여성 대원들 세분은 910봉을 알리는 표지기를 뒤로 하고 기념촬영을 해 본다. 주위를 둘러보니 조망도 좋다. 하지만 개스가 많아 주변을 구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등산길은 북으로 전진하면 할 수록 눈이 더 깊어진다. 걱정도 조금 더 더해진다. 왜냐면, 오늘의 산행준비상태는 60점도 안되기 때문이다. 등산화가 특히 문제다. 코어텍스가 아닌 신발이기에 신경이 무척 쓰인다. 벌써 발다박의 느낌이 촉촉해오는 느낌이다. 스패츠도 꺼놓았다가 도로 집어넣고 왔는데... 후회가 막심하다. 나 혼자 같으면 걱정이 조금 덜한텐데 오늘은 하다현 까지 동행하지 않았는가? 이쯤 되니 집사람한테 미안하기 그지 없다.
헬기장을 지난 후 처음으로 만난 임도
ㅇ 910봉을 지나니 좌측에는 물소리가 요란히 들려온다. 임도도 보이고 하니까 아마도 달전으로 빠지는 계곡인가 싶다. 계곡 아래쪽 제법 넓은 평지를 내려다 보니 인터넷에서 많이 본 속새 밀집 서식지가 보인다. 속새란 놈이 이렇게 생겼구나라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걷고 있는데 이상희 대원이 앞을 보라고 한다. 정말 큰 새다 싶어 자세히 보니 수리매다. 하늘을 머문 상태에서 비행을 하며 먹이감을 찾고 있는 듯 했다. 날개를 쭉 편 상태로 공중을 선회하며 한참동안이나 머물렀다. 하늘을 의식하며 앞을 걷자니 이제는 참나무에서 기생하는 겨우살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마치 새 둥지를 틀어놓은 듯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온 사방이 겨우살이다. 귀한 약재로 쓰인다고 하니 남쪽 지방에서는 찾기가 어려운데 이곳 낙동의 마루금에서는 쉽게 보인다. 그러니, 아마 이곳도 얼마 있지 않으면 약초꾼들이 싹쓸이를 하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앞을 진행해서 그런지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는 헬기장터가 보이지 않는다. 시간상으로는 지나쳤을 시간인데 말이다. 완만한 능선길을 오르니 조릿대 밭이 또 나타난다. 띄엄띄엄 시그널이 붙어져 있어 길 찾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주의를 하지 않고 진행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몇 번이고 지도를 꺼내놓고 재어 보며 산행을 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1136봉 못 미쳐 오르막을 시작하는 안부에서 우리는 막걸리 한통을 비운다. 너무 반가운 것이라서 문석기 고문님은 냄비에다 막걸리를 다 따러 돌려가며 마시라며 건넨다. 약간 시큼하면서 탁 쏘는 막걸리 특유의 자릿한 맛은 이 곳 낙동 마루금의 눈 밭 가운데 아늑한 곳에서 마시니 더욱 꿀맛이다. 냄비 바닥까지 핥을 정도로 깨끗하게 냄비를 비우니 이제 약간 살맛이 난다.
1136봉 오르기 전 조릿대밭에서 막걸리 한냄비...^^
ㅇ 45도 이상의 가파른 언덕길을 올려 보니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햇살이 드는 양지쪽을 택해서 오르막을 쳐 본다. 낙엽 밑에는 얼음 덩어리라 미끄럽다. 한 번 미끄러지면 1미터 이상은 후진이다. 후진도 후지이지만 힘을 다 빼 놓고 만다. 몇 번 미끄러짐을 거듭한 끝에 정상을 올랐지만 아직 정상 밑이다. 정상은 100미터 전방 암릉이었지만 아래에서 올려 보니 제대로 보일 리가 만무 하였다. 길도 눈으로 덮여 구분이 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정상을 일단 오르고 난 다음 독도를 하자 싶어 모두들 바위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 아래로 내려 보니 오른쪽으론 임도가 선명하게 보였고. 저 멀리 2시 방향으로는 삿갓봉재가 보였다. 있는 힘을 다하여 암봉을 오르니 삼각점과 산꾼인 희.준이 붙인1136봉이란 표지기가 선명하게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사방은 낭떠러지였고 바위에 눈이 덮여 있어 위험했다. 하지만 올라왔으니 앞을 보고 진행해야만 했다. 1136봉 바로 앞쪽에는 1130봉이 둥그렇게 보인다. 고지는 바로 앞인데 접근하기에는 여간 어렵지 않다. 암릉을 간신히 빠져 나오니 우회길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길도 만만치 않다. 음지쪽이어서 눈이 수북이 쌓여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스틱과 나뭇가지를 의지해가며 조심해서 나아갔지만 몇 번이고 미끄러진다. 힘이 여기서 다 빠지는 느낌이다. 천신만고 끝에 1130봉에 오르니 전망이 좋다. 전망을 감상도 잠시. 길을 재촉해야만 했다. 시산제도 지내야 하니까 좋은 곳이 나오면 자리를 펴 시산제를 하기로 하고서 삿갓봉재를 향해 발을 내 디뎠다. 내리막길은 조릿대로 인해 더 미끄러웠다. 인도를 우측에 두면서 약 30분 정도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니 또 임도가 내려 보인다. 발자국을 보니 먼저 간 대원들은 이 곳을 내려간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우리도 이곳을 내려갔는데 밑 부분이 마사토로 되어 있어 모두 미끄러져 임도 옆 도랑으로 넘어졌다. 등산화 속으론 모래흙이 들어오고 바지는 넘어진 자국이 선명히 찍혔다. 임도는 양지 바른 곳이라 너무 따뜻했다. 우리는 여기서 시산제를 지내기로 하고 상을 차려 2010년 경인년의 시산제를 올렸다. 음복과 함께 제수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나니 시간은 2시 30분을 넘긴다.
1136암봉에서 독도에 열중하고 있는 대원들~~
시산제 제수진설...
ㅇ 임도를 따라 줄 곧 걸으니 삿갓봉재가 나온다. 여기가 경북 울진과 봉화 그리고 강원도 삼척을 가르는 경계지점이다. 여기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임도를 따라 약 101분 정도 걸으니 또 표지기가 나온다. 여기서 계속 임도를 따라 진행하면 삼척시 가곡면 덕풍계곡 용소폭포가 있는 용소골로 내려가게 된다. 우리는 이곳에서 표지기를 따라 등산로로 계속진행하여 마침내 1110봉에 이르게 되었다. 우린 여기서 독도상 큰 착오를 일으킨다. 용소골 용소폭포로 향하는 등산로 표지가 나 있고 그리고 지도정치를 해보니 틀림없이 용인등봉이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행 속도를 조금 늦추어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행하면서 계속 지도 정치를 해보니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리고 나와야 되는 묘봉 갈림길도 나오지 않았다. 용인등봉에 이르는 길은 독도를 하기에 여간 힘들지 않았다. 조릿대가 등산길을 덮어버린 가운데 눈까지 쌓여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래도 정확한 지도정치와 오랜 산행 경험으로 슬기롭게 길을 찾아 나갔다. 간간이 보이는 표지기가 큰 역할을 해주었다. 오늘 만큼 표지기가 반가운 때는 없었다. 표지기 하나하나가 꼭 은인같이 느껴졌다. 삿갓봉재에서 약 3시간여 만에 용인등봉이라는 팻말이 잇는 곳에 도착했다. 평소 같으면 2시간 이면 충분했을 거리다. 용인등봉을 확인한 우리는 이제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왜나면 시간이 오후 6시를 넘겼기 때문이다. 어두워지면 길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체온도 떨어져 칼로리 소모가 많이 되기 땜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삿갓봉재에서 잠시동안의 짜릿한 휴식...
용인등봉으로 오독도를 한 지점(1110봉...문지골6폭포 안내표지)
ㅇ 6시 20분, 묘봉을 우회하여 1110봉에 오르니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눈에 덮인 등산로를 감각에 의지하며 그리고 간간이 나타나는 표지기를 이용하여 등산로를 찾아 내리막 눈길을 미끄러지듯 내려가다 보니 어느 듯 989봉이 나타난다. 주위도 이젠 제법 어둑해져 랜턴 없이는 앞을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모두들 여기서부터 랜턴을 착용하고 마지막 남은 사과로 영양을 보충한 뒤 완만한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약 15분가량 전진한다. 완만한 안부가 나오고 곳 바로 임도가 나타난다. 지도를 보고 위치를 확인해 보니 임도는 아마도 석개재로 이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모험을 한번 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두에게 능선 길로 계속 진행을 할 건지 아니면 분명하지는 않지만 시간과 체력을 감안하여 임도를 택할 건지를 결정하도록 했다. 모두들 만약 임도가 석개재로 이어져 있지 않으면 910번 도로가 나오면 그 도로를 따라 석개재로 오르면 된다는 생각으로 어렵지 않게 임도를 선택했다. 임도는 북서쪽으로 곧게 잘 나 있어 모두들 걷는데 어렵지 않게 보였다. 임도를 따라 약 10분쯤 진행하니 진행방향 쪽으로 불빛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반갑게 불빛을 보며 이제 다 왔구나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러나 문석기 고문님은 후미에 처져 보이지도 않는다. 오늘따라 많이 힘드시는 모양이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석개재에 도착하니 시간은 이미 많이 흘러 오후 8시다. 임도는 석개재까지 약 2km정도는 돼 보인다.
묘봉을 우회하면서 잠시 휴식~~
ㅇ 석개재에 도착하니 대구에서 온 K2산악회가 아직까지 회원들이 도착하지 않아 조바심을 태우며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K2산악회는 통리에서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중이란다. 우리도 고생을 많이 했듯이 아마도 K2산악회도 눈 덮인 등산로를 러셀을 해가며 그것도 독도를 겸해가면서 산행을 하자면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리라. 서둘러 배낭과 스틱 등 장비를 정비하여 박희섭 대원이 울진 서면 소광리에 주차해 놓은 차량을 어렵게 석개재에 옮겨놓은 차량에 싣는다. 시동을 걸어 차를 데워 보지만 쉽게 데워지지가 않는다. 막간을 이용해서 박희섭 대원에게 고맙고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는다. 그냥 마음속으로만 고마움을 전하고 우리는 차를 출발시켜 석포를 경유하여 봉화 방면으로 차를 몰았다. 예전 같았으면 산행을 끝내자마자 하산주를 하자며 난리를 쳤을 텐데 오늘은 조용하다. 너무 피곤한 탓일까? 시간도 많이 흘렀고 주유도 할 겸해서 석포면 대현리에 들러 주유를 하고 주유소 인근에 있는 식당(시골밥상, 054-673-4459, 김복임)에서 청국장으로 저녁을 해결한 뒤 대구에 도착하니 시간은 새벽 1시 30분이다. 시간도 늦었으니 대원들을 일일이 집으로 모시고 마지막 종착점 진천동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2시를 넘었다. 정말 힘들고 추억에 남을 눈속 산행이었지만 모두들 무사히 귀가를 했으니 이 모두가 오늘 산신제에서 우리가 축원했던 신의 가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석개재에 도착한 오후8시의 모습...앞쪽이 이산맥승합차, 뒤쪽이 K2산악회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