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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 원 구
주택 : 444. 1――197×. 9. 10 수신 :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46번지의 1839 김불이 귀하 제목 : 재개발 사업 구역 및 고지대 건물 철거 지시
귀하 소유 아래 표시 건물은 주택 개량 촉진에 관한 임시 조치법에 따라 행복3구역 재개발 지구로 지정되어 서울특별시 주택 개량 재개발 사업 시행 조례 제15조, 건축법 제5조 및 동법 제42조의 규정에 의하여 197×. 9. 30까지 자진 철거할 것을 명합니다. 만일 위 기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 대집행법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강제 철거하고 그 비용은 귀하로부터 징수하겠습니다.
철거 대상 건물 표시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46번지의 1839 구조 건평 평 끝. 낙 원 구 청 장 |
어머니는 조각 마루 끝에 앉아 말이 없었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 그림자가 시멘트 담에서 꺾이며 좁은 마당을 덮었다. 동네 사라들이 골목으로 나와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통장은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방죽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머니는 식사를 끝내지 않은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두 무릎을 곧추세우고 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부엌 바닥을 한번 치고 가슴을 한번 쳤다. 나는 동사무소로 갔다. 행복동 주민들이 잔뜩 몰려들어 자기의 의견들을 큰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들을 사람은 두셋밖에 안 되는데 수십 명이 거의 동시에 떠들어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떠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1 . 이 글에서 사건 전개의 중심이 되는 갈등은 무엇인지 ‘~과~’의 대립 형태로 답하라.
<모범답> (구청의) 철거 계고장과 (행복동) 주민들의 저항.
2 . ㉠은 ‘어머니’의 행위로서, 이때 그녀는 절망적인 넋두리를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글 전반부의 내용을 빌려 그 ‘넋두리’를 20자(띄어쓰기 포함) 내외의 대화체로 표현하라.
“천국에 사는 너희놈들도 이 지옥에 살아 봐라.” (“이건 사람 사는 게 아냐. 이건 전쟁야 전쟁.”)
3 . 이 소설의 중심 내용을 거대한 사회 조직의 힘에 밀린 소시민의 애환으로 본다면, 이것을 암시적으로 보여 주는 문장을 후반부에서 찾아 처음과 끝 두 어절씩으로 답하라.
<모범답> 벽돌 공장의 ~ 마당을 덮었다.
[4-6]
(가)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을 아버지는 개천 건너 주택가에 사는 젊은이에게서 빌렸다. 그의 이름은 지섭이었다. 지섭은 밝고 깨끗한 주택가 삼층집에서 살았다. 지섭은 그 집 가정 교사였다. 아버지와 그는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 지섭이 하는 말을 나는 들었었다. 그는 이 땅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이제 없다고 말했다.……<중략>……
“아저씨는 평생 동안 아무 일도 안 하셨습니까?”
“일을 안 하다니? 일을 했지. 열심히 했어. 우리 식구 모두가 열심히 일했네.”
“그럼 무슨 나쁜 짓을 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법을 어긴 적 없으세요?”
“없어.”
“그렇다면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어요.”
“기도를 올렸지.”
“그런데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된 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 ㉡이제 이 죽은 땅을 떠나야 됩니다.”
“떠나다니? 어디로?”
㉢“달나라로!”
“얘들아!”
어머니의 불안한 음성이 높아졌다. 나는 책장을 덮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영호와 형희는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나는 방죽가로 나가 곧장 하늘을 쳐다보았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맨 꼭대기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바로 한 걸음 정도 앞에 달이 걸려 있었다. 아버지는 피뢰침을 잡고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자세로 아버지는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중략>……
내가 다시 눈을 떴다. 아주머니의 딸이 마루로 나갔다. 이내 대문 소리가 들렸다. 병원으로 의사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아주머니가 말했다.
“네가 집을 나가구 식구들이 얼마나 찾았는지 아니? 이 방 창문에서도 보이지. 어머니가 헐린 집터에 서 계셨었다. 너는 둘째치구 어번엔 아버지가 어딜 가셨는지 모르게 됐었단다. 성남으로 가야 하는데 아버지가 안 계셨어. 길게 얘길 해 뭘 하겠니. 아버지는 돌아가셨어. 벽돌 공장 굴뚝을 허는 날 알았단다. 굴뚝 속으로 떨어져 돌아가신 아버지를 철거반 사람들이 발견했어.”
(나) 그런데―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 다친 벌레처럼 모로 누워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는 두 손으로 가슴을 쳤다. 헐린 집 앞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버지는 키가 작았다. 어머니가 다친 아버지를 업고 골목을 돌아 들어왔다. 아버지의 몸에서 피가 뚝뚝 흘렀다. 내가 큰소리로 오빠들을 불렀다. 오빠들이 뛰어나왔다. 우리들은 마당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까만 쇠공이 머리 위 하늘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날아갔다. 아버지가 벽돌 공장 굴뚝 위에 서서 손을 들어 보였다. 어머니가 조각 마루 끝에 밥상을 올려 놓았다. 의사가 대문을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가 나의 손을 잡았다. 아아아아아아아 하는 울음이 느리게 나의 목을 타고 올라왔다.
4 . ㉠~㉢이 공통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지섭’이의 말을 빌려 한 문장으로 답하라.
<모범답> 이 땅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이제 없다.
5 . (가)의 내용으로 미루어 ㉣은 ‘아버지’의 어떤 행위를 뜻하는지 한 단어로 답하라.
<모범답> 자살
6 . (나)는 탈진한 상태로 귀가한 등장 인물(영희)이 뒤늦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얘기를 듣고, 아버지의 환영(幻影)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그 ‘환영’에 해당하는 대목을 찾아 처음과 끝 두 어절씩을 답하라.
<모범답> 헐린 집 ~ 들어 보였다.
[친해지기]
1. 이 작품의 주된 사건은 무엇인가?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빈민층인 난쟁이 가족의 집이 강제로 철거될 수밖에 없게 된 사건
2. 이 작품에 속에 등장하는 난쟁이 가족들의 처지를 가장 단적으로 표현한 말을 찾아보자.
☞지옥
3.난쟁이 가족을 비롯한 낙원구 행복동 사람들의 아파트 입주권을 받고도 입주권을 헐값에 팔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 입주권은 말 그대로 아파트가 지어진 뒤에 우선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권리이다. 아무리 입주권이 있더라도 돈이 없으면 아파트에 입주할 수가 없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 이들에게 입주권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령 입주권만 있으면 나중에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 하더라도 당장 철거되면 아파트가 지어질 때까지 살 곳이 없다. 그러니 당장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입주권을 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4. 이 작품의 화자는 자신과 가족의 빈곤한 삶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다음 구절을 참고하여 말해 보자.
☞화자의 말에 의하면 난쟁이 가족의 가난은 대물림되어 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게으르거나 불성실해서 가난해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선조 때에는 피지배 계층으로서 자신만의 재산을 가질 수 없었고, 자본주의 시대의 산업화에서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자본, 교육등)을 갖추지 못한 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에서 가난과 불평등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5.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 ‘난쟁이’가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할아버지도 난쟁이였어?”라는 구절과 연관하여 생각해 보자.
☞이 소설이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선명한 이분법적 대결 구도, 환상적인 공간의 설정과 함께 난쟁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등 동화적인 구도를 가지고 있다. “할아버지도 난쟁이였어?”라는 말은 ‘할아버지도 아버지처럼 무력하고 가난한 사람’이었느냐는 의미를 갖는 질문이다. 즉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무력하고 가난한 도시 빈민 계층을 ‘난쟁이’라는 육체적 결핍을 가진 존재로 상징화하여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