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후 동승자가 운전해 현장 이탈…당초 운전자만 뺑소니 유죄"
[대구지법] "동승자는 교통사고후 미조치 혐의만 유죄"
2007-04-03 12:48:23
연인 관계에 있는 두사람이 나란히 차를 타고 운전해 가다가 사고를 냈다. 피해자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성이 자리를 바꿔 운전대를 잡고 현장을 빠져 나갔다. 무면허인 두 사람은 무면허운전 외에 어떤 죄책을 져야 할까.
대구지법 형사 3부(재판장 오세율 부장판사)는 3월28일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여)씨와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사고를 낸 A씨에겐 도주차량 혐의 등을 적용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B씨에겐 무면허와 교통사고후 미조치 혐의만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연인 사이인 A,B 두 사람은 2005년 11월9일 오전 6시40분쯤 A가 SM5 승용차를 몰고, 조수석에 탄 B는 방향을 가르쳐 주면서 경북 칠곡에서 왜관으로 가던중 칠곡 석적면의 광암교 사거리에서 엑스트렉 승용차와 부딪혀 운전자 성모씨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B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두 사람은 그러나 성씨의 구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서로 자리를 바꾸어 B가 승용차를 몰아 현장을 이탈, 도주차량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두 사람 모두 무면허상태였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A가 사고직후 차량에서 내리거나 피해상태를 확인하지도 아니한 채 B와 자리를 바꾸어 차량을 운전해 감으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A의 이러한 행위는 특가법상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B의 도주차량 혐의에 대해선, "조수석에 동승해 A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등의 역할을 한 것만으로는 B가 운전자인 A와 이 사건 차량의 운전행위를 함께 한다거나 운전업무상 공동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고,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는 B가 A에게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피고인들의 일관된 진술에 비춰보면, B의 업무상과실치상 행위는 인정될 수 없다"며, "B에게는 도주차량죄에 관한 구성요건 해당행위가 결여돼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도주행위에 가담한 동승자가 비록 운전자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종전 범행인 교통사고 발생사실을 인식하였다 하더라도 그 형사상 책임은 가담 이후의 범행에 대한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에 국한된다 할 것"이라며,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가 교통사고후 운전자와 공모해 도주행위에 가담했다고 하더라도 특가법상 도주차량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