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00m급 14개 고봉 완등에 도전 중인 김재수(金在洙·49·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 대장이 8월 19일 저녁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로 귀국했다. 김 대장은 지난 7월 18일과 8월 3일 각각 파키스탄 히말라야의 가셔브룸2봉(8,035m)과 1봉(8,068m)을 연속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김 대장은 안나푸르나(8,091m) 하나만 등정하면 14좌 완등을 마무리짓는다.
“14좌 완등은 고미영씨와
김 대장은 지난 봄 초오유(8,201m)에서 예상치 못한 고행을 겪었다. 초오유는 김 대장이 1993년 등정에 성공했으나 네팔 쪽 등로로 입산을 신청하고 불법 월경해 티베트 쪽으로 등정해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가셔브룸 원정 때문에 너무 급히 서둘렀어요. 5월이 되어야 봄이 오는데 아직 겨울이나 다름없는 4월에 정상 공격에 나섰던 거죠. 그래도 그렇게 강추위가 닥칠 줄은 몰랐어요. 그때 코와 발가락에 동상이 왔던 겁니다.”
김재수 대장은 2007년 봄 에베레스트 등반으로 고미영씨와 인연을 맺은 이후 지난해 여름 고미영씨가 등정 후 하산길에 사고를 당한 낭가파르바트 등반까지 함께 해냈다. 가셔브룸은 지난해 도전하기로 계획돼 있던 고봉이었다.
-
- ▲ 김재수 대장이 가셔브룸2봉을 등반하다 설사면에 앉아 쉬고 있다.
-
“발가락과 코가 완전히 낫지 않은 상황에서 가셔브룸 원정에 나서자 주변에서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 했어요. 저 역시 미친 짓이다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8,000m 고봉을 오르려면 발가락 하나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무리라 얘기하지만 그건 아니에요. 할 만하다 싶으니까 하는 겁니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김재수 대장은 “한동안 멈췄던 8,000m 고봉 등반을 다시 하게 한 사람이 고미영씨였는데 그녀 없이 등반을 하다 보니 착잡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김 대장은 “특히 가셔브룸을 등반하면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나올 때면 고미영씨가 저기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고 아쉬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김 대장은 “14좌 완등에 대해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며 “그렇지만 나를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주인공이 사고를 당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밀어주는 후원사에 보답하고자 빨리 끝내려는 것”이라 말했다.
“2007년 봄까지 4개밖에 못 올랐어요. 그런 제가 14좌 완등에 도전하게 된 것은 도와달라는 고미영씨의 제안 때문이었고, 지금도 계속 그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는 것은 코오롱스포츠가 저를 믿고 밀어주기 때문입니다.”
김재수 대장은 9월 6일 또다시 히말라야를 향해 출국한다. 지난 봄 실패한 초오유에 재도전한다. 그리고 내년 봄 지난해 가을 실패한 안나푸르나에 도전, 14개 거봉 완등 레이스를 끝낼 생각이다.
김 대장은 중창 제조업체인 백산실업을 2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중견 실업가이기도 하다. 백산실업 제품은 국내 등산화 중창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그렇지만 그의 꿈은 엉뚱하다.
“등반이 모두 끝나면 상업등반대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오르고픈 열정은 뜨거운데 홀로 도전할 능력이 없는 이들을 도와주는 거죠.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조금 능력이 못 미친다고 처음부터 포기한다면 희망이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들과 함께 다시 고산을 오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