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기차’ 타고 떠나는 향기로운 낭만여행
와인트레인, 글자 그대로 와인열차다. 한국철도공사와 (주) 와인코리아가 공동 출자해 만든 와인트레인은 기존의 새마을호 객실 4량을 고급스럽게 리모델링해 운행하는 이색테마관광열차. 현재 서울~영동 간 부산 ~ 영동 간 열차가 운행 중이다. 와인트레인의 종착지는 언제나 충북 영동. 우리나라 최대 포도 산지인 영동은 영동군 매곡면과 황간면, 학산면 일대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알알이 영근 새콤달콤한 포도를 맛볼 수는 없지만, 와인기차객실에 들어서면 보랏빛 향기를 먼저 느낄 수 있다. 탱글탱글 익어가는 포도송이와 와인으로 치장되어 있는 객실 내부는 그야말로 포도터널이자 와인 토굴. 어디 눈으로만 만족할 수 있겠는가. 와인코리아(주)가 만든 ‘샤토마니’란 이름의 와인도 마음껏 시음할 수 있으니 이름하야 와이너리투어의 시작이다.
포도의 고장 영동 ‘와인 센세이션’ 이 불다! |
이색테마관광열차인 와인트레인의 객실 내부. 와인토굴을 연상시킨다
‘와이너리투어’ 란 유럽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여행테마로 이름난 와인제조농가를 돌며 와인제조공장을 둘러보고 와인시음까지 하는 여행. 국내에서는 영동이 거의 최초인 셈이다. 굳이 와인을 마시지 않더라도 객실에 들어서면 벌써부터 달콤 시큼한 향에 취하는 듯 하다. 눈으로 먼저 맞은 와인향을 이제 코와 입으로 느껴볼 차례. 와인트레인에 탄 승객들은 총 4가지 종류의 와인을 시음하게 되는데 드라이 와인, 누보와인, 스위트와인, 끝으로 복분자로 만든 복분자와인이 그것이다. 시음 후에는 본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선택하여 여행 내내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것이 특징. |
취향에 맞는 와인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와인기차는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인기가 좋다
“평소에 와인을 즐기지는 않아요. 하지만 기차를 타고 마시는 와인은 좀 색달라요. 차창 밖 풍경도 바라보며 마시는 와인의 그 맛은, 뭐랄까. 참 낭만적인 것 같아요.”
기자와 함께 동행한 이들은 서울 연희동에 사는 노부부(이종방 씨·남,69세/이병희 씨·여,68세)였다. 그들의 말처럼 감미로운 재즈선율, 색소폰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마시는 와인 한 잔은 평소 표현에 인색했던 사람도 ‘사랑합니다’ 또는 ‘고맙습니다’ 라고 자신의 진심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만들 어 준다. 일상탈출의 로망인 ‘기차 여행’ 에,‘와인’이라는 낭만적 요소가 조합을 이루는 와인트레인은 그야말로 추억의 성찬.
오감을 충족시키는 황홀한 ‘와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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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눈으로 즐기고, 코로 즐기고, 맛으로 즐기는 것이에요.”
와인트레인의 소믈리에는 와인을 받으면 우선 잔을 기울여 색깔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빛에 비춰보았을 때 맑고 영롱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좋은 와인이라고. 그리고 잔을 흔들어 코로 향을 맡는다. 마지막으로 와인 한 모금을 입 안에 넣고, 휘파람 불 듯 혀끝을 굴리며 맛을 음미한다. 이렇게하면 다채로운 와인의 맛이 감겨온다는 것. 그리고 상대와 건배를 할 때는 와인잔의 다리 부분을 잡아 상대의 잔과 가볍게 부딪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렇게 조심조심 다뤄야하는 와인이니, 그를 마시는 것은 마치 연애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하나보다. 와인은 가볍게 마시는 술로 알려져 있다. 허나 와인도 술이다. 와인을 주는 대로 벌컥벌컥 마셨다가는 취하기 십상. 유행가 가사처럼 곤드레만드레 취하는 일은 없도록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영동에 도착하면 폐교를 활용한 와인제조공장으로 가 와인 제조과정을 둘러보고, 오크통에 담겨 지하토굴에서 숙성중인 ‘샤토마니’ 를 맛 볼 수도 있다.
깊고 깊은 어둠 속, 세월을 숙성시키는 와인토굴 |
영동 와이너리 투어의 핵심은 바로 와인토굴. 매천리 산기슭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국내에서 유일한 와인 토굴을 만날 수 있다. 폭과 높이 3~4m, 길이 56m 의 와인토굴은 일제강점기 때 탄약 창고로 쓰던 동굴이었다. 일본인들의 강제에 의해 우리 선조들이 직접 손으로 판 토굴로 이용해서 만든 것으로 영동에만 90 여개에 달한다. 묵직한 철문을 열고 토굴 안으로 들어가 보면 서늘한 기운이 온 몸을 엄습하는데, 1년내내 섭씨 12 ~ 14도의 온도와 80%의 습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이는 바깥기온의 영향을 받지 않아 와인 저장고로는 최적의 조건. 3개의 토굴은 와인저장고로 쓰이는데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는 약 15만 병의 와인과 100 여개의 오크통이 빼곡히 줄지어 서있어 이국적인 느낌도 든다. 이 오크통에 담긴 포도가 숙성되는 냄새가 감칠맛나게 토굴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병위에는 조금 지저분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먼지 같은 것이 쌓여있다. 바로 포도곰팡이.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 오크병마개와 함께 시나브로 세월을 숙성하고 있는 셈이다.
국악의 고장 영동에서 난계의 음률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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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고장 영동은 난계 박연 선생의 흔적이 곳곳에 배여있다(난계국악단지 모습)
와이너리투어로 영동의 맛을 느꼈다면, 이제는 그 멋을 즐길 차례. 토굴에서 나와 심천면으로 향하면 난계국악단 지를 만날 수 있다. 영동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 난계 박연 선생. 조선초 기의 문신이자 음악가로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칭송받았다. 난계국악박물 관은 바로 박연 선생의 음악적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건립되었다. 60여 종의 전통 국악기를 전시하여 쉽 게 접할 수 없는 국악기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으며, 난계 생애, 국악 연표, 국악기 제작과정 등 국악 관련자료도 전시되어 있다. 또한 국악실은 국악기들을 관악기와 현악기, 타악기별로 모아 놓아 국악과 난계 선생의 업적을 이 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척에 있는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은 국악기 체험코너, 공연장, 체험전수실, 개 인 연습실, 영상세미나실 등으로 꾸며졌다. |
향긋한 솔향이 가득한 송호리솔밭
국악기 체험코너에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 등 8 가지 국악기를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하였고, 체험전수실은 정통국악기를 직접 다룰 수 있게 하였다. 이곳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국악의 곱고 맑은 소리를 들으며 악기의 특성과 종류를 더듬어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 외에도 난계사, 난계생가 등 박연 선생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향긋한 솔향을 맡으며 무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겠다. 수령 300년 이상 된 아름드리 소나무 수백그루가 모여 시원한 숲을 이룬 송호리솔밭도 영동의 자랑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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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알GO~갑시다! 와인이 점차 대중적인 주류로 통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와인이 고급술이라는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는 듯 하다. 그래서일까. 와인잔 앞에 서면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곤한다. 맥주를 따르듯 45 도로 꺾어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반듯이 세워서 받아야하는지 난감하기만 하다. 또한 한꺼번에 다 마셔 버리면 매너에 어긋나는 것인지,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서 소믈리에가 말하는 와인상식을 살짝 들어보도록 하자. 일단 와인을 받을 때는 와인 잔이 테이블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아래쪽 다리부분을 살짝 잡아주는 것이 좋다. 또한 와인을 따르는 양은 잔 기준 2/5, 2/3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와인잔을 잡을 때는 와인아랫부분 즉 다리부분을 드는 것이 좋겠다. |
《여행 팁》
◈ 와인트레인 타는 방법
현재 서울~영동(화ㆍ토요일)간, 부산~영동(목요일)간 열차를 운행 중이고, 이용요금은 왕복 열차 요금과
점심·저녁 식사, 이벤트 비용을 포함해 7만 ~ 8만 원 선이다.
와인열차의 예약은 코레일(http://www.korail.com/경북남부지사 영업팀 054-429-2004)이나, (주) 와인코
리아(http://www.winekr.co.kr/ 043-744-3211∼5)에 신청해야 한다. 인터넷 또는 전화로 예약.
◈ 난계국악박물관, 국악기체험전수관, 난계사 가는 방법
경부고속도로 → 옥천IC → 심천면 고당리 → 난계국악박물관
→ 난계 국악박물관 자세히 보기
◈ 천태산 영국사 가는 방법
경부고속도로 옥천I.C. → 4번 국도 → 이원면 → 50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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