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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정치 얘기하면 어때요?" | ||||||||||||
[기고] 나의 불치병 희망과 좋은 정치 그리고 사법부 개혁 | ||||||||||||
또 희망 이야기 입니다. 며칠 전 사무실 밖이 시끄러워 나가보니 좌빨판사와 대법원장 성토 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애국단체연합회인가 하는 단체가 주관하더군요. 갑자기 21세기에서 20세기로 날아간 것 같았습니다.
좌빨판사 성토 집회를 보며 1964년엔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가 한일회담을 하자 대학생들의 반대시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에서 시위 대학생들 구속영장을 일부 기각하자 공수부대원들이 총을 들고 법원에 난입하여 담당 양헌 판사를 협박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30대, 40대의 여성들이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그분들은 방금 집회를 마치고 전철을 타러 가면서 아이들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나누더군요. 좌빨판사들로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인데 말입니다. 하긴 대한민국 어머니들 자식사랑 종목에선 세계 최강, 금메달감이니 집회 중에도 집회를 마치고도 오로지 자식들 이야기를 할 밖에요. 오죽하면 바다 건너 미국 대통령 오바마까지 대한민국 교육열을 배우라고 했을까요. 정권의 법원 길들이기, 빌미준 건 없나 이렇게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건 사람만이 아닙니다. 짐승들도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겁니다. 연어는 바다에서 고향 강을 거슬러 올라 알을 낳고 죽지요. 그래서 어느 시인은 연어를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핏줄, 같은 유전자를 보존하려는 건 모든 생물의 본능이지요. 그런데 가끔 돈을 탐내 부모를 살해하거나 딸을 강간하는 인간도 있습니다. 인면수심이라고들 하는데 연어만도 못한, 물고기만도 못한 인간이 아닐까요. 흡혈박쥐는 다른 동물의 피를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그런데 매일 식사 후 집으로 돌아와 끼니를 거른 박쥐가 있으면 다른 박쥐들이 뱃속의 피를 토해 먹여준답니다. 자기 자식이 아니어도 말이에요. 이젠 자기 자식만 알고, 자기 자식을 위해서라면 이웃을 착취하고 해치는 범죄행위도 서슴치 않는 인간들은 흡혈박쥐, 뱀파이어 박쥐보다도 못한 인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오바마가 대한민국의 교육열을 본받으라고 했는데 수능시험(SAT) 문제를 빼돌리는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교육열까지 본받으라고 할지 궁금합니다. 대법원장의 지켜지지 않은 약속 취임한 지 4년이 지나 <사법 60년사>가 나왔는데 약속했던 통렬한 반성은 없답니다. 시작은 거창했으나 별 볼일 없다는 것인가요. 취임한 때와 60년사 발간 사이에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정권이 바뀌었지요. 그 외에 무슨 사정이 또 있을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을 어긴 당사자는 대법관으로 승진하였습니다. 신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증죄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는데 대법관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법부 스스로 정의와 법치주의를 지키지 못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조중동이, 검찰이 만만하게 보지 않으면 이상한 일 아닌가요. 사법부 스스로 권위 지켜야 사법부 스스로 권위를 지키지 않으면 안됩니다.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법원 난입과 총기 위협 등을 이겨낸, 그리고 1차, 2차, 3차, 4차 사법파동에 앞장선 판사들 덕분에 그마나 사법권 독립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사법 60년사>에 “민주주의와 사법권 독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용기와 기개를 잃지 않은 지사들의 노고와 희생”이라 표현한 극히 일부 판사들의 용기 덕분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1심에서 검사는 제출하지 않은 수사기록 3,000쪽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지요. 검사가 법을 어긴 것입니다. 지구라는 별, 인간 세상에서 형사재판을 하는데 법원의 명령을 검사가 거부하는 나라가 또 있나요? 변호인들은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해서라도 수사기록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변호인단은 재판부 기피신청까지 했습니다. 당연히 기피신청에 대한 비판, 비난도 있었지요. 기피신청이 기각되자 변호인단을 사임했습니다. 숨기고 있는 수사기록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고 검사의 위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법원 명령 거부하는 검사가 판치는 나라 새로운 변호인단이 구성되어 변론을 맡았습니다. 수사기록 3,000쪽 없이 진행된 재판은 피고인 전원 유죄, 중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사임한 변호인단이 검사들을 고소한 사건을 법원에 재정신청하자 검사는 비로소 3,000쪽의 수사기록을 법원에 제출하였고 이 기록이 항소심 변호인에게 공개되었습니다. 그러자 검사는 법원이 재정신청사건 기록을 공개한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을 위반하였다며 항소심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였습니다. 한 사건을 놓고 1심에선 피고인과 변호인이. 2심에선 검사가 재판부 기피신청을 한 희귀한 일이 벌어진 것이지요. 법원이 폐간처분집행정지 결정이 하자 정부는 무기정간 처분을 했습니다. <경향신문>이 다시 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이번엔 패소했고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폐간 및 정간의 근거인 미군정법령 88호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라며 구성조차 할 수 없는 헌법위원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서 시간만 끌었습니다. 기네스북 기록감, 대법원의 재판부 기피신청 그러는 사이 해가 바뀌어 4.19가 일어났습니다. 4월 26일 이승만이 대통령직을 내놓자 대법원은 몇시간 만에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경향신문>이 발행될 수 있었습니다. 분개한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지방법원 등의 판사들이 당시 조용순 대법원장 등 대법관 전원사퇴권고 결의를 하였습니다. 대법원장과 선관위원장, 선관위원이었던 대법관이 사표를 냈지요. 그런데 그걸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 시민이 <경향신문> 가처분 사건을 담당하였던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을 직무유기로 고발한 것입니다. 담당 검사가 무혐의 처분하자 법원에 재정신청까지 했습니다. 참 대단한 분이지요. 담당재판부는 대법관들이 이승만이 대통령 그만두겠다던 4월 26일 함께 모여서 합의한 것도 아니고 전화로 합의했고, 결정문도 사후에 서명한 사실까지 밝혀내서 준기소명령이 내려질 상황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법조사상 처음으로 대법관 전원이 직무유기죄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될 판이었습니다. 다급해진 배정현 대법원장 직무대행과 나머지 대법관 6명이 1960년 11월 7일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습니다. 세계 사법사상 대법관이 하급심 판사를 기피신청한 예가 있습니까? 결국 담당 판사가 스스로 회피하여 다른 재판부가 맡아 재정신청을 기각하는 것으로 결말짓고 말았습니다. 인혁당 사건을 사법살인이라 하는데 이 초유의 기피신청은 무어라 부를까요? 기네스북에 오르려면 이름이라도 지어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 문제는 정치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강남으로 진입해야 하고 강남에서 한번 밀려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들 생각하지 않나요. 힘들지만 아이들 학원 보내지 않고 대학까지 졸업시킨 분 주위에 많은가요. 그래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엊그제 유명한 경제연구소 소장인 김광수씨가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고 역설하며 정치판에 나서겠다고 인터뷰했더군요.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야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망각과 무관심 아닐까요. 용산 남일당의 다섯 분과 경찰관 한 분을 잊지 말고 나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이 세상에 관심 좀 가지면 어떨까요.술좌석에서 피해야 할 이야기로 종교, 정치를 꼽지요. 이 주제가 나오면 싸움으로 번지기 쉽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좀 싸우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중요한 정치 이야기 가끔 하는 것, 좋지 않을까요. 희망을 찾아 헤맵니다. 희망은 태생적인 불치병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황무지 척박한 땅에서 돌을 골라내며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농부처럼 열심히 정치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흔히 그들에게 “그래 대안이 뭔데?”라고 면박을 주곤 합니다. 그러나 대안을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너희들 능력 있어?”라고 묻습니다. 일할 기회, 능력 발휘할 기회를 주어 보았는가요. “정치란 더러운 것이여!” 이 아주 쉬운 한마디로 외면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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