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미래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특히 청소년기의 학교 교육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학벌, 학원교육의 시대에 요즘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학교마다 다양한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일보 천안·아산은 지역의 특색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아름다운 결실을 맺고 있는 초·중·고교를 찾아 소개한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수학 수업이 영어로…1석2조 수업방식
천안업성고등학교 2학년 3반 수학 시간. “sin(a+b)+sin(a-b) Simplify the problem using the sums and difference of angles for trigonometric function(삼각함수의 각의 합·차공식을 사용해 문제를 간소화 해봅시다)”. 수업을 맡은 윤영뢰 교사가 오늘의 수업 내용을 영어로 전달하자 한 학생들이 일어나 영어로 질문을 던졌다. “Are we using the sum theory of sin, tan, cos to solve the problem?(문제를 풀기 위해서 사인·탄젠트·코사인의 합의 이론을 사용해야 하나요)”. 윤 교사가 학생의 질문에 답했다. “Right, you can use sin(a+b), sin(a-b) that were derived form cos(a-b) of trigonometric function(맞습니다. 삼각함수의 cos(a-b)로부터 유도한 sin(a+b), sin(a-b)공식을 사용할 수 있어요)”. 문제 풀이가 이어지고…학생들은 sin(a+b)+sin(a-b)=2sinacosb라는 답안을 적어 냈다. 윤 교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Good job, most of you got the correct answer. If you got it wrong, please correct it(참 잘했습니다. 대부분 올바른 답을 냈군요.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세요)”.
다음 문제도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문제 풀이가 끝난 후 윤 교사는 다음 과정을 설명하고 수업을 마무리 했다. “Excellent. A lot of you got it right. We will try to solve practical problems later(훌륭합니다. 여러분 중 많은 학생이 이해했네요. 다음에는 실생활에 관련된 문제를 풀어 보겠습니다)”. 안성후(2학년)군은 “처음 영어로 수학공부를 할 땐 생소했지만 지금은 한국어보다 오히려 영어로 들을 때가 흥미롭고, 집중력과 문제를 쉽게 이해하고 풀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면서 “해석하는 부분에서 다소 시간은 걸리지만 어느 정도 적응한 지금은 한국어의 장황한 설명 보다 영어로 해석할 경우 간단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 신기하고 성취감도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천안업성고가 2010학년도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 합동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는 최민규 운영위원장과 김경미 학부모 대표를 포함해 충남도교육청 장학사와 충남도교육정보연구원, 도내 고교 교장과 담당교사 등 120명이 찾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영어로 진행되는 수학 수업을 비롯해 ‘사교육 없는 학교’ 프로그램을 지켜봤다. 이어 참석자들은 업성고의 학생선택형 교과프로그램을 참관하고 학교로부터 ‘학교교육의 신뢰회복을 통한 사교육없는 학교 만들기’에 대한 운영결과를 경청했다. 특히 이날 진행된 패널토의에서는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의 지속적인 추진과 학교교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여러 대안과 제언이 제시됐다. 타 학교에서의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뜻 깊은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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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성고에 가면 사교육 걱정 없다”
정규 과목으로 편성되지 않았지만 업성고는 주기적으로 수학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교과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인근 북일고 국제과나 충남외고에서만 있는 수업이 아니다. 대입 수능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영·수 수업을 따로 해야 한다는 일반고들의 편견을 업성고가 깨뜨린 것이다. 업성고가 수업을 진행해 본 결과 학생들의 집중도가 크게 향상됐다. 이날 수업도 오후에 진행됐지만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다. 격식있는 한국어와 달리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교사와 학생간의 친밀도도 높여 줬다.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영어수업을 받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외국어를 좋아하지만 수리영역은 큰 부담을 안고 있거나 반대의 경우를 갖고 있는 학생 모두 흥미를 갖게 됐다는 건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평소 수학에 관심이 덜 했던 안성후군도 이 수업을 통해 집중력과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업성고는 이처럼 학생 수준에 맞는 수업과 특기적성 발굴을 위해 끊임 없이 새로운 교육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업성고는 사교육비 걱정 없는 특색교육과정을 집중 운영하고 있다(왼쪽 표 참조). 방과후학교 UP Class, 멘토 교사를 활용한 팀 티칭, 사교육 없는 학교 Camp, 우수학생 튜터링 지도, EBS 수능특강 및 심야 자율학습, 선택형 교과 및 특기적성 프로그램 등이다. 이 가운데 학생 수준과 능력, 소질과 특기를 고려한 학생 선택형 보충학습인 ‘선택형 교과 및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학력을 높이고 사교육에 의한 학생과 가정의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밖에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로 선정된 업성고는 영·수 기초가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매일 2시간씩(교재 무료 제공) 지도한다. 철저한 수요자 맞춤형 교과과정으로 수강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처음엔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낮았던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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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성고 3학년 4반 권보군
“학교생활에만 충실하면 목표 이룰 수 있다”
권보군(사진)군은 올해 대입 수시에서 부산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에 합격했다. 중학교 시절 중위권에 머물렀던 성적이 고교 진학 후 상위권으로 크게 올랐다. 업성고의 특색있는 교육과정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업성고는 어떤 학교인가.
교재를 무료로 받아 공부할 수 있는 학교, 늦게까지 공부하면 무료로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주는 학교,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와 EBS방송시청, 심야 자율학습반, 캠프운영의 심층면접반, 우수학생 튜터링 지도반, 선택형 프로그램 등 특색있고 다양한 교육과정은 우리 학교만의 자랑이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님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사교육 없이도 개인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후배들에게 한 마디.
내신이 걱정돼 업성고를 택했다. 최상의 교육환경에서 2년 동안 장학생으로 나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는 곧 후배들에게도 주어지는 기회의 학교라고 말하고 싶다. 내신을 위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다면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고 꿈은 이루어진다고 확신한다. 내년부터는 내신의 비중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처음부터 실력 있는 학생은 없다. 업성고에서 원대한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업성고 강은선 교사 수기
“공교육으로 모든 학생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네? 업성고등학교로 발령났다고요? 그 학교는 어디에 있는 학교인가요? 이름이 ‘업성’이라고요? 뭐가 없어요? 학교주변에 아무것도 업성?” 2008년 개교한 신설학교 천안 업성고에 2009년 3월 2일자로 발령받은 제 마음은 설렘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혹시 수업시간에 태도가 불량하면 어떻게 하나 불안감을 갖고 첫 시간에 교실에 들어가 보니 교복을 단정히 입은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망울이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이름을 부르고 한 명씩 악수를 청한 그 순간부터 업성고 학생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의 선입관과는 달리 학생들은 인사성도 밝고 수업시간에 성실히 임했습니다. 학습에 큰 의욕이 없던 학생들이 점차적으로 공부에 관심을 갖고 시험을 잘 봤다며 저에게 자랑했을 때는 교사로서 보람감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실력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잠재가능성이 큰 우리 아이들을 보며 교사로서 더 노력하여 학생들을 이끌어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학교는 2009년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로 선정돼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학생들의 요구에 맞춘 강좌를 맡아 보니 학생들이 자율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실력도 높여 사교육비는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독서캠프’였습니다. 토요일마다 3시간씩 총 12번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수업료는 사교육 없는 지원비로 충당되었습니다. 여덟 명의 학생들과 동물농장(조지 오웰), 변신(카프카) 등을 읽고 독서골든벨, 책 포스터 그리기, 사회현실과 접목한 토론 등의 활동을 통해 정과수업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학생 모두가 참여하고 피드백을 받는 생동감 넘치는 수업이었습니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학생들의 독서흥미를 고취시켜서 보다 질 높은 독서교육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본인이 희망하는 강좌를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내신과 수능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업성고의 큰 장점입니다.
또 업성고의 자랑은 바로 교사들의 열정입니다. 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위해 전교직원이 수업공개를 하고 이를 DVD로 제작해 공유합니다.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고자 원어민 교사와 함께 회화 동아리를 만들어 영어워크숍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과별로는 협의회를 통해 학생 수준에 맞는 다양한 자료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뜨거운 열정이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유발시켜 실력향상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시내권과 조금 멀다는 것도 개교 3년차 학교라는 것도 이런 열정 앞에 무슨 장애물이 되겠습니까. 제 바람은 모두 자신의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모든 학생의 꿈에 공교육으로 날개를 달아주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마다 가슴속에 간직한 소중한 꿈! 꿈을 닮아가는 우리 업성인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여러분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님의 열정과 패기를 모아 실력UP, 자신감UP, 희망UP, UPSUNG(업성) 고등학교를 만들어갑시다. 늘 성실히 노력하는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워 저는 늘 교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 행복하고 기쁩니다. 우리의 내일은 어제보다 더 힘찰 것입니다. 모두 힘내세요.
업성고 노재거 교장
새로움과 열정으로 가득한 즐거운 학교
노재거(사진) 교장은 지난 9월 충남도교육청 인사발령에 따라 공모교장으로 부임했다. 천안시 최초 인문계고등학교 공모 교장이다. 4년의 임기 동안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좋은 학교, 선생님들이 신바람 나게 가르치는 행복한 학교, 지역사회가 공감하는 위대한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노 교장을 만났다.
<-개교 3년차를 맞았다. 내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고 올해 첫 대학 수시를 치렀다. 성과가 있었나.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학업성적평가 관리의 공정한 운영으로 지난해 학업성적관리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수준별 이동수업 등 영어교육에도 힘써 같은해 잉글리쉬업경연대회에서 에세이부문 금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사교육 없는 학교’로 선정돼 충남도 단위 운영보고회도 성황리에 마쳤다. 또 올해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 학교’를 운영하게 돼 공교육의 힘을 보여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내년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올해 첫 수시를 치렀는데 입학 당시 성적이 저조했던 아이들이 가천의과대, 부산대, 중앙대 등 전국 유명 대학에 432명(10월 말 현재, 중복합격 포함)이 합격했다.
-고교입시에서 지난해 미달 사태를 빚었다. 학생 유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지난해는 중학교 3학년 학생수 부족에 천안시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신설학교라는 점 때문에 고입에서 미달됐다. 올해는 학생유치를 위해 장학혜택을 크게 늘렸다. 우수 학생에게는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방과후학교 수강료, 학습지원비 지급, 자기주도적 학습용 노트북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담지도교사의 맨투맨 관리, 논술구술 프로그램 운영 등 체계적인 지도활동을 벌일 것이다. 신입생 모두 교육비 지원, 교재무료 배부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업성고만의 적성과 소실을 고려한 맞춤식 교육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 나가겠다.
-교통문제나 학생·학부모들의 관심부족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계획인가.
우선 교통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야자율학습 후에는 귀가차량을 무료로 운행한다. 올해에는 교문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을 만들었다. 버스 운행횟수도 늘렸다. 내년에는 진입로가 확장된다. 도심과의 물리적인 거리보다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의 내실화로 교육공동체의 공감과 신뢰를 얻어나가도록 하겠다.
-학력 신장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중인 교육과정은.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로서 기본학력 신장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영·수 기초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기초가 부족하거나 보다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학생수는 10~15명씩 4단계로 수준을 나눈다. 부담 없이 수준에 맞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만족도가 높아 흐뭇하다. 또 영·수 교재를 제작, 수업자료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학력신장과 직결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학교 역사가 짧다. 교육과정 운영이나 진로지도에 어려움이 없나.
개교 3년차 신설학교다 보니 누적된 진학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들이 한마음으로 다년간 다진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현장에 맞는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 학교 자체 진로적성 검사 및 진로교육의 실시, 진로지도 위한 책자를 계발, 명사초청 특강 등 알찬 프로그램을 수립·운영하고 있다.
-앞으로의 학교운영 방향에 대한 계획은.
학교 중장기 발전을 위한 학교발전기획단을 구성할 것이다. 진학·진로지도에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을 연차적으로 초빙할 것이다. 또한 진학지도 및 학습클리닉에 전문성을 갖춘 진로지도교사를 초빙, 학생들의 공부습관 정착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통학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우수학생의 수월성 교육을 위해 기숙사를 빨리 건립할 예정이다. 교직원의 역량을 모아 변화하는 학교, 좋아지는 학교, 떠오르는 학교를 실현하겠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천안업성고등학교 2학년 3반 수학 시간. “sin(a+b)+sin(a-b) Simplify the problem using the sums and difference of angles for trigonometric function(삼각함수의 각의 합·차공식을 사용해 문제를 간소화 해봅시다)”. 수업을 맡은 윤영뢰 교사가 오늘의 수업 내용을 영어로 전달하자 한 학생들이 일어나 영어로 질문을 던졌다. “Are we using the sum theory of sin, tan, cos to solve the problem?(문제를 풀기 위해서 사인·탄젠트·코사인의 합의 이론을 사용해야 하나요)”. 윤 교사가 학생의 질문에 답했다. “Right, you can use sin(a+b), sin(a-b) that were derived form cos(a-b) of trigonometric function(맞습니다. 삼각함수의 cos(a-b)로부터 유도한 sin(a+b), sin(a-b)공식을 사용할 수 있어요)”. 문제 풀이가 이어지고…학생들은 sin(a+b)+sin(a-b)=2sinacosb라는 답안을 적어 냈다. 윤 교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Good job, most of you got the correct answer. If you got it wrong, please correct it(참 잘했습니다. 대부분 올바른 답을 냈군요.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세요)”.
다음 문제도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문제 풀이가 끝난 후 윤 교사는 다음 과정을 설명하고 수업을 마무리 했다. “Excellent. A lot of you got it right. We will try to solve practical problems later(훌륭합니다. 여러분 중 많은 학생이 이해했네요. 다음에는 실생활에 관련된 문제를 풀어 보겠습니다)”. 안성후(2학년)군은 “처음 영어로 수학공부를 할 땐 생소했지만 지금은 한국어보다 오히려 영어로 들을 때가 흥미롭고, 집중력과 문제를 쉽게 이해하고 풀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면서 “해석하는 부분에서 다소 시간은 걸리지만 어느 정도 적응한 지금은 한국어의 장황한 설명 보다 영어로 해석할 경우 간단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 신기하고 성취감도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천안업성고가 2010학년도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 합동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는 최민규 운영위원장과 김경미 학부모 대표를 포함해 충남도교육청 장학사와 충남도교육정보연구원, 도내 고교 교장과 담당교사 등 120명이 찾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영어로 진행되는 수학 수업을 비롯해 ‘사교육 없는 학교’ 프로그램을 지켜봤다. 이어 참석자들은 업성고의 학생선택형 교과프로그램을 참관하고 학교로부터 ‘학교교육의 신뢰회복을 통한 사교육없는 학교 만들기’에 대한 운영결과를 경청했다. 특히 이날 진행된 패널토의에서는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의 지속적인 추진과 학교교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여러 대안과 제언이 제시됐다. 타 학교에서의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뜻 깊은 행사였다.
“업성고에 가면 사교육 걱정 없다”
정규 과목으로 편성되지 않았지만 업성고는 주기적으로 수학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교과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인근 북일고 국제과나 충남외고에서만 있는 수업이 아니다. 대입 수능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영·수 수업을 따로 해야 한다는 일반고들의 편견을 업성고가 깨뜨린 것이다. 업성고가 수업을 진행해 본 결과 학생들의 집중도가 크게 향상됐다. 이날 수업도 오후에 진행됐지만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다. 격식있는 한국어와 달리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교사와 학생간의 친밀도도 높여 줬다.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영어수업을 받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외국어를 좋아하지만 수리영역은 큰 부담을 안고 있거나 반대의 경우를 갖고 있는 학생 모두 흥미를 갖게 됐다는 건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평소 수학에 관심이 덜 했던 안성후군도 이 수업을 통해 집중력과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업성고는 이처럼 학생 수준에 맞는 수업과 특기적성 발굴을 위해 끊임 없이 새로운 교육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업성고는 사교육비 걱정 없는 특색교육과정을 집중 운영하고 있다(왼쪽 표 참조). 방과후학교 UP Class, 멘토 교사를 활용한 팀 티칭, 사교육 없는 학교 Camp, 우수학생 튜터링 지도, EBS 수능특강 및 심야 자율학습, 선택형 교과 및 특기적성 프로그램 등이다. 이 가운데 학생 수준과 능력, 소질과 특기를 고려한 학생 선택형 보충학습인 ‘선택형 교과 및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학력을 높이고 사교육에 의한 학생과 가정의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밖에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로 선정된 업성고는 영·수 기초가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매일 2시간씩(교재 무료 제공) 지도한다. 철저한 수요자 맞춤형 교과과정으로 수강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처음엔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낮았던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업성고 3학년 4반 권보군
“학교생활에만 충실하면 목표 이룰 수 있다”
-업성고는 어떤 학교인가.
교재를 무료로 받아 공부할 수 있는 학교, 늦게까지 공부하면 무료로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주는 학교,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와 EBS방송시청, 심야 자율학습반, 캠프운영의 심층면접반, 우수학생 튜터링 지도반, 선택형 프로그램 등 특색있고 다양한 교육과정은 우리 학교만의 자랑이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님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사교육 없이도 개인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후배들에게 한 마디.
내신이 걱정돼 업성고를 택했다. 최상의 교육환경에서 2년 동안 장학생으로 나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는 곧 후배들에게도 주어지는 기회의 학교라고 말하고 싶다. 내신을 위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다면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고 꿈은 이루어진다고 확신한다. 내년부터는 내신의 비중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처음부터 실력 있는 학생은 없다. 업성고에서 원대한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업성고 강은선 교사 수기
“공교육으로 모든 학생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이름을 부르고 한 명씩 악수를 청한 그 순간부터 업성고 학생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의 선입관과는 달리 학생들은 인사성도 밝고 수업시간에 성실히 임했습니다. 학습에 큰 의욕이 없던 학생들이 점차적으로 공부에 관심을 갖고 시험을 잘 봤다며 저에게 자랑했을 때는 교사로서 보람감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실력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잠재가능성이 큰 우리 아이들을 보며 교사로서 더 노력하여 학생들을 이끌어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학교는 2009년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로 선정돼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학생들의 요구에 맞춘 강좌를 맡아 보니 학생들이 자율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실력도 높여 사교육비는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독서캠프’였습니다. 토요일마다 3시간씩 총 12번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수업료는 사교육 없는 지원비로 충당되었습니다. 여덟 명의 학생들과 동물농장(조지 오웰), 변신(카프카) 등을 읽고 독서골든벨, 책 포스터 그리기, 사회현실과 접목한 토론 등의 활동을 통해 정과수업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학생 모두가 참여하고 피드백을 받는 생동감 넘치는 수업이었습니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학생들의 독서흥미를 고취시켜서 보다 질 높은 독서교육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본인이 희망하는 강좌를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내신과 수능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업성고의 큰 장점입니다.
또 업성고의 자랑은 바로 교사들의 열정입니다. 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위해 전교직원이 수업공개를 하고 이를 DVD로 제작해 공유합니다.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고자 원어민 교사와 함께 회화 동아리를 만들어 영어워크숍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과별로는 협의회를 통해 학생 수준에 맞는 다양한 자료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뜨거운 열정이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유발시켜 실력향상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시내권과 조금 멀다는 것도 개교 3년차 학교라는 것도 이런 열정 앞에 무슨 장애물이 되겠습니까. 제 바람은 모두 자신의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모든 학생의 꿈에 공교육으로 날개를 달아주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마다 가슴속에 간직한 소중한 꿈! 꿈을 닮아가는 우리 업성인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여러분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님의 열정과 패기를 모아 실력UP, 자신감UP, 희망UP, UPSUNG(업성) 고등학교를 만들어갑시다. 늘 성실히 노력하는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워 저는 늘 교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 행복하고 기쁩니다. 우리의 내일은 어제보다 더 힘찰 것입니다. 모두 힘내세요.
업성고 노재거 교장
새로움과 열정으로 가득한 즐거운 학교
<-개교 3년차를 맞았다. 내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고 올해 첫 대학 수시를 치렀다. 성과가 있었나.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학업성적평가 관리의 공정한 운영으로 지난해 학업성적관리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수준별 이동수업 등 영어교육에도 힘써 같은해 잉글리쉬업경연대회에서 에세이부문 금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사교육 없는 학교’로 선정돼 충남도 단위 운영보고회도 성황리에 마쳤다. 또 올해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 학교’를 운영하게 돼 공교육의 힘을 보여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내년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올해 첫 수시를 치렀는데 입학 당시 성적이 저조했던 아이들이 가천의과대, 부산대, 중앙대 등 전국 유명 대학에 432명(10월 말 현재, 중복합격 포함)이 합격했다.
-고교입시에서 지난해 미달 사태를 빚었다. 학생 유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지난해는 중학교 3학년 학생수 부족에 천안시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신설학교라는 점 때문에 고입에서 미달됐다. 올해는 학생유치를 위해 장학혜택을 크게 늘렸다. 우수 학생에게는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방과후학교 수강료, 학습지원비 지급, 자기주도적 학습용 노트북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담지도교사의 맨투맨 관리, 논술구술 프로그램 운영 등 체계적인 지도활동을 벌일 것이다. 신입생 모두 교육비 지원, 교재무료 배부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업성고만의 적성과 소실을 고려한 맞춤식 교육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 나가겠다.
-교통문제나 학생·학부모들의 관심부족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계획인가.
우선 교통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야자율학습 후에는 귀가차량을 무료로 운행한다. 올해에는 교문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을 만들었다. 버스 운행횟수도 늘렸다. 내년에는 진입로가 확장된다. 도심과의 물리적인 거리보다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의 내실화로 교육공동체의 공감과 신뢰를 얻어나가도록 하겠다.
-학력 신장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중인 교육과정은.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로서 기본학력 신장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영·수 기초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기초가 부족하거나 보다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학생수는 10~15명씩 4단계로 수준을 나눈다. 부담 없이 수준에 맞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만족도가 높아 흐뭇하다. 또 영·수 교재를 제작, 수업자료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학력신장과 직결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학교 역사가 짧다. 교육과정 운영이나 진로지도에 어려움이 없나.
개교 3년차 신설학교다 보니 누적된 진학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들이 한마음으로 다년간 다진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현장에 맞는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 학교 자체 진로적성 검사 및 진로교육의 실시, 진로지도 위한 책자를 계발, 명사초청 특강 등 알찬 프로그램을 수립·운영하고 있다.
-앞으로의 학교운영 방향에 대한 계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