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의 허름한 모텔에서 잠을껜 우리는 또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서둘러 길을 나섭니다.
아침식사는 향일암 가는길 어디쯤 있을 기사식당에서 하기로 하고 네비처자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며 신나게 차를 몰아 갑니다.
어느덧 우리차량은 여수시내에 접어들었고 한참 엑스포 행사중인 이도시는 아침부터
관람객들의 차량으로 거리가 넘쳐납니다. 느릿느릿 겨우 북새통을 벗어나 여수시내에
있는 이순신광장-이곳은 전날 순천만에서 공연하던중 만났던 어느 청년이 꼭한번
가보라고 권했던 곳입니다- 을 한바퀴 돌아보고 저녁에 공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의 아쉬움만 남기고 차를 다시 돌려 오동도로 향합니다. 하지만 오동도 바로 앞에서
행사장을 통제하는 교통경찰의 제지를 받고 차를 다시 돌립니다. 엑스포 기간중엔
차를 끌고 오동도를 들어갈 수없다합니다. 이처럼 무더운날 걸어다닐 자신이 없더군요
차를 다시 향일암으로 돌립니다.
향일암 가는길엔 온통 갓김치 홍보글귀와 갓김치 파는 곳으로 넘쳐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갓김치로 유명한 돌산이네요.
아직까지 기사식당을 못찾은 우리는 대안으로 갓김치 정식을 먹어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향일암에 다가도록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였고 결국 향일암 주차장에
있는 허름한 휴게소에서 라면 한그릇으로 끼니를 때우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맙니다~~ ㅠㅠ
어찌 되었든 허기진 배를 라면으로 채우고 향일암을 오릅니다. 향일암 입구역시
온통 갓김치 일색이네요. 향임암에 오르니 시원스런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오르는 내내 흘렸던 땀이 조금은 식는 듯합니다.
대웅전에 엎드려 우리아들 수능 잘~ 보게 해달라고 사심을 빌어도 봅니다.
향일암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길을 남해의 보리암으로 잡습니다.
보리암으로 행하는 길목에서 갑자기 근사한 다리 하나가 눈앞에 나타나는데
얼마전에 임시 개통했다는 이순신대교입니다.
여수에서 광양을 가려면 80분을 돌아가야 했던 길을 10분으로 단축시켰다네요.
10분을 단축시킨게 아니고 10분으로 단축시켰다는 이 놀라운 사실..ㅎㅎ
그리고 또한 2,260미터라는 국내 최장의 현수교 이며 주탑의 높이가 서울남산타워
보다도, 63빌딩 보다도 높은 270미터 이며 주탑과 주탑을 잇는 케이블의 길이가 자그만치
지구를 두바퀴 돌고도 남는 길이랍니다.
이순신 대교를 지나니 오른편으로 넓다란 광양 제철소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차는 쉬지않고 달려 남해의 보리암에 도착합니다. 들어왔던 명성 그대로 보리암은
감탄을 절로 나게 합니다. 금산 정상 바로 아래 기암괴석틈에 자리잡은 보리암은
1박2일에서도 소개된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며 장엄한 일출로도 유명하지요.
명산에 절난다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내친김에 정상까지 올라가 발아래 탁트인 전망도 둘러보고 우리는 다시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통영으로 차를 몰아갑니다.
통영 중앙시장 앞에 위치한 광장이 바로 오늘 우리가 앵벌이 공연을 펼칠 곳입니다.
우리가 3년전 처음 무전 여행을 했을때 이곳에서 가장 많은 모금을 하였기에 기대를
많이 하는 곳입니다. 형님이 인근 모텔들을 다니면서 협상을 하십니다.
하지만 이곳은 바로 바닷가여서 그런지 숙박비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기본이 10만원이고 저렴한 곳이 6만원이라합니다. 결국 몇블록 뒷골목에
위치한 장급 모텔에 또다시 2만 5천원 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방을 잡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향일암에서 먹었던 라면 한그릇으로 버텨왔던 우리는
맛있는 김치찌게로 밥을 두공기나 먹고 공연을 준비합니다.
3년전 우리가 왔을적 달랑 한척이었던 거북선은 어느새 10여척으로 늘어났고
어둑 하기만 했던 광장은 이쁜 가로등으로 밝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가 않네요. 아직 초저녁이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우리는 공연을 시작합니다. 조금씩 사람들도 늘고 여기저기에서
박수도 터져 나오고 음료수도 사다주시고 모금도 제법 해주십니다.
하지만 왠일인지 3년전 같지가 않습니다. 그땐 우리주위로 수백명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우리를 당황하게 했었는데 말이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3년전 우리가 공연했을적엔 주말 저녁이었고 오늘은 월요일
저녁이네요. ㅎㅎ 이런~ 우리가 그것 까지 생각하지 못했군요.
하지만 그때 만틈은 아니어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호응도 해주시고
모금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떤 청년 하나는 자기도 홀로 여행중인데 마술을 하면서 여행을 한다하네요.
이또한 좋은 재주다 싶습니다.
3시간 정도의 공연을 마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져나갑니다.
그런데 광장 한귀퉁이에서 통기타 소리가 들려오네요. 저만치에서
두청년이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자연히 발길이 그리로 향했는데
콧수염에,귀걸이에 팔뚝의 시커먼 문신까지 살짝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함께 어울려 놀아볼까 생각하다가 형님 표정을 보니 아니다 싶어
그냥 인사만 나누고 헤어집니다.
늘 공연을 마치고 나면 소주한잔에 공연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곤 했는데
오늘은 부실한 먹거리 때문인지 아니면 유난히 더웠던 날씨 탓인지
피곤이 해파리 처럼 몰려와 그냥 잠자리에 들기로 합니다.
더운물도 나오지 않는 허름한 모텔, 덕분에 시원하게 찬물로 샤워하고
에어콘도 달려있었지만 털털털 돌아가는 선풍기에 밤새 몸을 맡기고
오늘도 두나그네는 행복한 여행 끝에서 달콤한 잠을 청해봅니다.
이제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인근에 있다는 동피랑 마을을 물어 물어 찾아듭니다.
동쪽벼랑의 사투리 동피랑, 이곳은 통영성 내 3포루중 동포루가 있었던 곳으로
통영시에서 이마을을 철거하고 동포루를 복원하려던 것을 시민단체가 나서서
"동피랑 색칠하기 전국 벽화공모전"을 열어 전국 미술대학생들과 개인등이
벽화를 그리면서 철거를 무산시키고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곳이랍니다.
골목골목 아기자기하고도 의미 있는 그림들이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또한 군데군데 위치한 한평 남짓 작은 카페들도 운치를 더해주네요.
이렇게 한바탕 눈을 호강시키고 통영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접어듭니다.
통영 어디쯤에서 아침식사을 했으면 하고 두리번 거리다 결국 고속도로에
들어서고 말았지요. 아침식사도 결국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순두부 찌게로
먹습니다.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세시간쯤 달리니
드디어 우리의 컨츄리홈, 천안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 했던가요.
이렇게 우리의 2012년도 3박4일 무전여행이 아쉬움속에 막을 내립니다.
이번 여행은 특별히 소리향과 함께여서 좋았고
형님이 여전히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함께여서 좋았습니다.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형님이 왜 좋으냐구요...
난 이렇게 대답합니다. 형님과는 공감되는 것이 많아서 좋다구요.
함께 사는 아내와도 가끔 마음이 맞지않아 다투는 경우가 많지만
형님과는 7년째 늘 공감하고 제가 간혹 실수를 해도 이해해 주시고
보듬어 주시니까요.
집사람이 우리 여행사진을 보며 말합니다.
누가 보면 둘이 사귀는 줄 알겠어...ㅋㅋ
형님~~ 사랑합니다~~ *^^*
첫댓글 두분의 무전여행 생각만큼 달달하고 낭만적이지많은 않은 부분도 있군요.....
고생도 쫌 하신듯하구요.....
그래서 더 추억이 되실런지도 모르지만요...
여기저기 관광명소들....
이저질체력에 차멀미심한 이몸은 쌤님 덕분에 자세한 설명으로 눈요기 잘했습니다...
저도 남해 한바퀴 잘돌았네요...
감사합니다....
담 무전여행 코스는 어디실런지 벌서부터 기대가 됩니다....
두 나그네님의 남해 무전여행이 올 해는 짦게만 느껴지네요~~서로 마음을 교감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다는 것이 쉽지는 않기에 두 분의 끈끈한 정으로 맺어진 모습은 참 보기가 좋습니다.. 두 나그네님의 우정이 오래도록 가셨으면 하는 바램을 해 보면서 올 해도 수고많으셨습니다~~*^_^*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같이 여행햇으면 하네요...
부럽당
나..두...
항상변함없이 함께해주는 찬규씨가곁에있어 힘이나고 행복함니다,,서로에부족함을채워주는 그것만으로 우리에인연은더욱 더소중하겟죠,,사진후기 올리느라 수고했슴니다,,고마워용,,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