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넷 멀티 번개, 계족산 나들이 잘 다녀왔습니다.
대전에서 산다라 류민영이 맞아주었고,
서울 김세진과 인천 조향경은 영등포 역에서 만나 기차타고 대전에 내려갔습니다.
옥천에서 김혜영이 대전역으로 버스타고 왔습니다.
네 명이 만나 급행버스 2번을 타고 와동으로,
와동에서 장동 산림욕장으로 가는 마을 버스를 갈아 탔습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산림욕장,
초입에서부터 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산다라의 명령에 따라
모두 신발을 벗고 황토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넓은 평상이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요,
각자 소박한 도시락을 준비하자고 했는데
역시 산다라의 푸짐한 음식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산다라는 와동에서 버스 갈아탈 때 정류장 옆에서 야채 파시는 할머니께
상추를 한 봉지 샀습니다. 직접 키우셨다는 상추, 향이 좋았습니다.
향경 선생님은 직접 만든 마늘쫑, 오징어채, 김치참치볶음, 계란말이, 소세지부침을 준비했고
혜영은 아침 일찍 손수 만든 유부초밥,
저는 식빵과 쨈을 가져왔습니다.
식사 후 과일 먹으면서
편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 나눴습니다.
커다란 나무 아래 그늘 진 평상 위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
저는 책사넷에 관해 이야기 했습니다.
인천 책사넷 번개모임을 6월 안에 조향경 선생님 집에서 한 번 진행해보기로 했고,
대전 책사넷 번개모임도 류민영 선생님이
숙희, 승도, 동훈, 홍경숙 등과 상의하여 진행해보자고 했습니다.
2시가 넘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잘 만들어진 황토길을 걸으며 이야기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다,
위로 향해있는 계족산성 가는 거친 길을 택하여 올랐습니다.
15분 정도 오르니 돌로 촘촘하게 쌓아올린 산성이 나왔고
산성을 돌아 위로 오르니
앞에는 대전 시내가, 뒤에는 대청댐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산을 타고 올라와 인사하는 시원한 바람~ 아, 좋다~!
조금 더 걸으니
품이 넉넉한 커다란 나무가 있었습니다.
올 해 가장 뜨거웠다는 날, 강렬한 햇빛 잘 막아준 나무 밑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다시 산다라의 안내로 걸었습니다.
풀 향기 가득한 길이 나오더니
곧 잘 생긴 나무가 곧게 자란 길로 바뀌었습니다.
길이 아래로 향했고 다시 황토길.
산다라가 이번에는 도룡용이 산다는 작은 연못으로 안내했습니다.
맑은 물에서만 사는 도룡용,
자세히 보고 싶어 잡으려 했지만
저는 몇 번 시도해도 잡지 못했던 도룡용을
향경 선생님은 단 한 번에 잡아 올렸습니다!
올챙이 처럼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작고 귀여운 앞 뒷 다리가 있습니다.
겁에 질린 눈망울,
용아 잘 자라요~
다시 근사한 평상에 앉아 남은 음식을 먹고 또 이야기.
혜영이와 농촌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는 작년에 변산 공동체와 산들바다 공동체를 방문했을 때 들었던
젊은 유기농 와 약 치며 농사짓는 늙은 농부,
두 분의 입장과 갈등에 대해 들려줬습니다.
결국 사소한 일로 다툼이 있어 인사 조차 않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마을에 살 수 밖에 없으니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다시 인사하고 화해했다는 이야기.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에는 시 낭송도 했습니다.
혜영이가 박노해 시인의 '참사람이 사는 법'을 낭송했고,
산다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낭송했습니다.
저는 지금 읽고 있는 책 '간디의 물레' 중 한 구절을 읽었습니다.
혜영이의 시를 산다라가 미리 준비한 한지에 멋있는 글씨로 옮겼습니다.
섬세한 산다라, 고마워요.
이렇게 자주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시도 읽으면 좋겠습니다.
사는 곳이 다르지만 그 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힘이 됩니다.
다시 버스 타고 돌아왔습니다.
산다라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인천으로 가는 향경 선생님을 배웅했고,
혜영이는 대전역에서 서울가는 저를 배웅했습니다.
#
혜영이가 낭독한 시.
<참사람이 사는 법>
박노해
손해 보더라도 착하게
친절하게 살자
상처 받더라도 정직하게
마음을 열고 살자
뒤처지더라도 서로 돕고
함께 나누며 살자
우리 삶은 사람을 상대하기보다
하늘을 상대로 하는 거다
우리 일은 세상의 빛을 보기보다
내 안의 빛을 찾는 거다
#
산다라가 낭독한 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첫댓글 자연에 감사하고 사람에 감사할 수 있었던 어제 일이 하나로 연결되어 생각이 납니다. 삶에 대한 여유와 방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 잘 정리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계족산^^ 예전 혜림이와 함께 걷던 그곳에서 할아버님들이 나눠주신 사과한조각이 생각나네요^^ 대전에서 멀리 떨어져 살면서 반가운 지명을 들으니 더욱 설레입니다. 다들 안녕하시죠?^^ 보고싶습니다.
보고싶습니다. ^-^
지난 주에 도종환 시인의 시선집을 읽었는데,
천천히 소리내어 음미하며 읽으니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생각이 일며 제 삶을 성찰하고 또 다짐하게 되더군요.
아름답습니다. 마음이 절로 움직입니다.
캠프 때, 자율활동 시간에 시낭송 모임 해보고 싶습니다.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그러니 어렵다고 다 도울 일도 아니요, 돕는다도 다 좋은 일도 아니지 않을까...
그렇군요.
황톳길 걸을 때, 산 오를 때, 계족산성 지날 때, 가는 곳마다 느낌이 달랐던 계족산 산행. 오늘 만났어도 한참을 알고 지낸 사람 마냥 편안한 이들과 함께 여서 더 없이 좋았어요.
혜영씨~우리동네 뒷산을 다녀갔군요~ 참, 아쉽네요. 진작 알았더라면 얼굴이라도 보았을텐데.. 혹, 계족산쪽에 올 일이 또 생긴다면 연락주세요. (011-9814-9722)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산 근처에 사세요? ^^ 계족산 참 좋았어요. 다음에 갈 때는 연락하고 갈게요.^^ 저의 연락처는 010-4425-8264예요~
어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여기저기 글 보니 잘 지내고 있는거 같네요. 계족산은 우리 집에서 3분거리에 있어요~ 다음에 봐요~^^
한지에 적은 '참 사람이 사는 법' 벽에 걸어놓고 늘 본다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겠네요.. 자연과 사람.. 좋다!
밀양에서, 또 계족산에서 세진 선생님이 들려준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더욱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세진 선생님~ 계좌번호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