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스타일 코디네이션이 중요해지면서 스타일의 중심이자 멋내기의 핵심인 구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남자들은 쇼윈도에 진열된 구두를 미동도 하지 않고 7~8분 동안 바라보는 이탈리아 남자들만큼 구두를 페티시즘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다. 차라리 주식 시황이라면 모를까. 그런데, 신사용 구두와 달리 로퍼는 심리적 거리가 가깝다. 사람과 구두가 일체가 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이 편안한 착용감이라면 로퍼는 그 조건에 가장 맞는다. ‘게으른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한 로퍼는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고 발등에 아무렇게나 걸치고 나가면 되는 신발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원래는 실내용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발끝 마무리의 긴장감이 약해 슈트 스타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재킷부터 티셔츠, 청바지, 반바지 등과 함께 멋스러운 산책용 구두로 이보다 좋은 신발은 없다. 가죽 로퍼를 하루 종일 신었을 경우에는 저녁에 구두 속에 신문지나 흡수지를 넣어 놓아 땀으로 인한 신발 내부의 습기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가죽 로퍼는 얼룩이 묻었을 때 천에 가죽 전용 로션을 묻혀 닦으면 되지만 스웨이드 소재는 부드러운 고무지우개로 조심스럽게 문질러 지워야 한다. 고가의 악어가죽이나 뱀피 소재라면 일반 가죽 크림이 아닌 전용 크림으로 닦아야 한다. 편안하고 쾌적한 로퍼를 신고 길을 걷노라면 미국의 뮤지컬 배우 프레드 애스테어가 부른 “구두여, 나를 천국으로 데려다 주오” 라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지 않을까?
(위부터)다크 초콜릿 컬러의 심플한 쇠가죽 로퍼에는 에어존과 에어 밸브 기능이 있어 발을 쾌적하게 유지해준다. 21만5천원 스톤플라이. 부드러운 브라운 컬러의 스웨이드 로퍼. 길고 슬림한 디자인으로 포멀한 의상에도 잘 어울린다. 40만원대 토즈. 짙은 크림색에 브라운 가죽 패치가 곁들여진 송아지 가죽 소재의 로퍼.발등에 찍힌 심플한 로고가 살짝 보이도록 팬츠 길이를 맞추자. 30만원대 테스토니. 화이트 컬러의 가죽 모카신은 면 치노 팬츠, 데님, 반바지 등 여름을 위한 모든 팬츠와 잘 어울린다. 19만8천원 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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