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전화를 걸고 말없이 끊는 행위를 반복하더라도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裵淇源 대법관)는 야간에 여성에게 17차례에 걸쳐 전화를 한 다음 말없이 끊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모씨(49)에 대한 상고심(2004도7615) 선고공판에서 지난달 25일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제65조1항3호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음향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반복적으로 음향을 보냄으로써 이를 받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케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때 상대방 전화기에서 울리는 ‘전화기의 벨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 아니므로, 반복된 전화기 벨소리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케 하더라도 위 법조항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 2002년7월 알고 지내던 여성 김모씨가 남편의 외도로 고민하는 것을 보고 김씨가 남편의 내연녀로 지목한 장모씨 집에 17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고 장씨가 전화를 받으면 곧바로 전화를 끊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백만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대법원 형사1부(주심 李揆弘 대법관)는 지난달 17일 자신의 목사부임을 반대한 장로의 집으로 8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고 아무말없이 끊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양모씨(48)에 대한 상고심(2004도8026) 선고공판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