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 元 先 生
우리가 우리의 생애를 이야기하고 살아있는 동안의 행적과 생각했던 것을 반추하게 한다는 것이 우리의 늙음을 자인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삶에 꿈을 가꾸기보다 지나간 날에 대한 추억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그런대로 삶의 아름다운 한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시간이 지나며 내 인생에 무언가를 더 보탠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면서 하나씩 지워 나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살면서 내 주위에 퇴적된 찌꺼기들을 하나씩 제거해 보자는 생각이지요. 어디서 받았던지 기억도 나지 않는 조그만 선물들을 집에 오는 젊은이들에게 나누어 준다든지 서류함에 들어있는 File 들을 하나하나 헐어서 휴지로 없앤다던지 회답하지 못한 친구에게 회신을 한다든지 오래가지고 있던 것들 중 별 쓰임새가 없는 것들을 하나씩 버려 나가 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나 자신을 미련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자는, 그렇게 함으로서 마음과 몸을 가볍게 해 보자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내 마음의 군더더기를 떼어 낼지 혹은 더 많은 회한만 쌓아 나가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보고 있습니다. 군살을 다 빼고 내 마음속에 있는 모든 때를 벗겨낼 수만 있다면 나도 도가에서 이야기하듯 한 마리 학이 되어 유유자적 할 수 있겠으나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겠지요. 열심히 버린 뒤 마음과 몸이 좀 가벼워 질 것인지 기대를 갖고, 마치 남의 일처럼 지켜보려 하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생론 잘 읽었습니다.
五舟 황성혁 드림.
첫댓글 五舟님의 말씀 고맙습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열심히 버리려고 노력하는 자세에서 불자의 모습을 또 한번 연상하게 합니다...가을이 깊어지면서 나무는 낙엽을 자꾸 버리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