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매칼럼] 윤승병 / 편집국 경제부국장
경제위기의 ‘공포의 3차 오일쇼크’ 고통분담으로 극복하자
2008.07.11 00:01
우리나라 경제가 바야흐로 오일쇼크를 맞이하고 있는 형국이다. 투기자본이 흔들어대면서 에너지 위기가 훨씬 당겨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충분한 준비기간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의미가 없다. 이제는 그간의 미래 대체에너지에 대한 준비 소홀과 에너지 의존형 산업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댓가를 치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월 배럴당 88달러이던 국제유가는 이후 급등세를 지속하며 벌써 133달러 선까지 치솟자 주유소와 물가가 비상이 걸렸다. 석 달여 만에 무려 유가는 50%나 폭등했다. 이젠 오일쇼크 수준으로 평가되는 150달러 돌파도 얼마 남지 않았다. OPEC 의장은 올해 유가가 170달러 선에 접근하고, 내년에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유가가 평균 150달러를 기록할 경우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2.5%로 추락하고, 물가상승률은 8.9%로 뛰고, 180억달러 정도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며, 평균 200달러에 달하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경상수지는 212억달러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초고유가 대응 에너지절약 대책’을 발표했다. 에너지 불감증이란 우려 속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유가로 인해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비상계획의 시행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당초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150달러를 넘어설 경우 위기 관리조치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15일부터 실시하기로 앞당겼다. 이번 대책은 정부·지자체·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모든 차량에 대해 홀짝제(2부제) 실시와 함께 관용차 운행 30% 줄이기, 공공시설의 야간 조명과 심야 시간대의 가로등 소등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승용차 요일제(5부제), 대중목욕탕 격주 휴무, 유흥 음식점 야간 영업시간 단축, 간판 조명 자제 등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유가가 170달러를 넘어서면 민간부분에 까지 위기 대응 시스템을 동원 할 것으로 보여 유가로 인한 위기가 점점 피부에 와 닿고 있다.
이는 정부가 작금의 초고유가 사태를 '3차 오일쇼크'로 인정한 셈이고,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유가 대란은 국제유가가 140달러를 넘어서고, 국제 증시가 끝없이 추락할 때부터 예고 되어 있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긴급조치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우리는 1970년 중반과 1980년대 초반의 1·2차 오일쇼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때 경제성장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물가는 30% 가까이 올라 과연 살아남을 지, 아니면 파국의 덫에 걸려 끝장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3차 오일쇼크'의 전조 역시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석유수출국 관계자는 170달러, 골드만삭스는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수입유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제발 이쯤에서 진정되기 바랄 뿐이지만 낙관보다는 비관쪽이 우세하다.
우리 경제는 이미 석유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충격 속에 성장률은 떨어지는 반면에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는 징후가 여러 지표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러는 한편 전반적으로 오일쇼크가 경제를 짓누르면서 투기게임의 환상은 사라지고 거품붕괴의 부메랑에 노출돼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버블세븐 지역의 인기 있는 아파트마저 안 팔린다는 소식이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긴축으로 물가를 잡는다지만 무려 630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가계들의 금리부담이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를 더 위축시킬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제 우리 정부와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오일쇼크 극복 방안은 허리띠 졸라 맬 각오로 많이 아끼고 덜 쓰는 일 밖에 없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은 행정적으로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은 물론이고, 유류세를 인하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오일쇼크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크던 작던 자신부터 실천하는 것이 급선무다.
경제는 심리다. 지금은 어렵지만 다 같이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 경제는 회복될 수 있다. 정부 여당이 지금 할 일은 국민에게 이런 믿음을 주는 것이다. 난국을 헤쳐갈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해 심리를 안정시키고 이해를 구하는 게 최우선이다. 앞 다퉈 위기론을 설파하기에 앞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는 심리이자 소통'이다.
무엇보다 에너지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국민의 협조가 중요한 만큼 정부는 산업계와 국민들에게 에너지 위기의 실상을 알리고 절약정신을 호소해 나가는 한편, 기업과 국민들도 고유가의 비상시국을 넘기기 위해 절약 캠페인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