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이야기
펄 컴퍼트 벅(Pearl Comfort Buck, 1892년6월 26일 ∼ 1973년3월 6일)의 작품 ‘大地’의 내용 중에 필자로 하여금 가장 가슴 아프게 장면이 하나 있다. 한 나라 전체가 凶年이 들어서 마을 사람 전체가 기근(饑饉)에 허덕이는데 한 집의 굴뚝에 연기가 솟아올랐다. 마을 사람들은 그 집에서 몰래 먹을거리를 혼자 먹는 줄 알고 憤氣를 삭지지 못하고 부엌문을 박차고 쳐들어갔다. 무슨 음식을 혼자 맛있게 끓여먹었을까? 펄펄 끓는 솥뚜껑을 열어봤더니 그 집 아낙네는 흙을 끓이고 있었다. 누런 진흙을 끓여 그 속에서 무슨 영양소가 있어서 먹으려 하였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草根木皮로 연명하였다는데 그들은 산이 없으니 껍질을 벗겨먹을 나무도 없었으리라.
漢字를 조금 공부한 사람은 이 漢의 오른쪽 글자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게 된다. 嘆, 歎, 難, 灘에서도 보이는 데 참으로 궁금하다. 먼저 마찬가지로 衡의 부수 行을 뺀 글자가 魚인데 魚의 발이 灬인 경우는 예서체이고 발이 大인 것은 오히려 해서체이다. 모든 한자가 기본적으로는 해서체를 취하지만 다 해서인 것은 아니다. 漢의 오른쪽 글자가 혼자 쓰이는 것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漢자가 나오면 가슴이 답답하게 되는 것이다. 그 글자는 애초에 혼자 쓸 수가 없다. ‘노란 진흙 堇근’이 본래 글자이고 이 노란 진흙은 ‘노란 黃황 + 진흙 土토’의 결합자이다.
堇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전서에서는 漢이나 僅이 같은 형태이나 예서부터는 [근]의 음으로 형성되는 글자는 발이 土로 가고 음이 [근]이 아닌 [한], [탄] 음일 때는 발이 大이다. 漢은 진흙탕 물이 내리 흐르는 한수(漢水)이다. 누런 진흙이 물에 씻겨 흘러가는(八) 것을 나타내려고 했을까? 아니면 본래 ‘누를 黃황’의 발 모양으로 돌아가려고 했을까? 하여튼 전서에서는 같으나 예서부터 달라지는 경우가 있고 한 세대를 넘어 전서는 같으나 해서에서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글자의 변형을 미리 알면 한자는 아는 만큼 눈에 보인다.
그 누런 한수를 토대 세운 나라가 문화를 꽃피운 漢나라이다. 北은 黃河요 南은 揚子江인데 그 두 큰 강을 이을 듯 말 듯 대륙의 中原을 흘러 洞庭湖를 이웃하고 양자강과 합치는 강이 漢水이다. 前漢시대에 잠시 ‘黃水’로 불려진 것으로 보아 ‘黃’이 이 글자들을 맨 앞에서 이끌어 간다. 黃이 갈래자이다. 이 누런 진흙땅을 두고 이민족끼리 혹은 다른 작은 국가끼리 泥田鬪狗를 벌려 흥망성쇠를 되풀이하며 문화를 꽃피운 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피 빛 쏟아내던 강물이 말없이 누런 물결치며 흘러간다. 堇은 진흙을 나타내므로 이 글자와 결합하는 글자는 진흙에 빠져 고생하는 이야기의 글자이다. 마치 그 역사적인 전쟁에서 아무 죄 없는 병졸들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고통과 공포 속에서 이 관련 글자들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이제 먹을만한 세상이 되었는데 돈에 눈이 어두워서 멜라민(*식물의 비료에 쓰임)을 우유 및 각종 식품에 첨가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니 펄벅의 대지에 나오는 주인공의 흙끓여 먹던 시절이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 자 료 실 '쾌속한자' =================================
*갈래자
0·堇(회의 : 노란 진흙, 진흙 길, 조금, 흙 바르다, 때 근; 土-총11획; jǐn,jìn,qín)은
( ←黃) +土이다. 누른 빛깔(黃)의 흙(土)을 나타내어 ‘진흙’이라는 뜻이다.
54·勤(형성 : 부지런하다, 일하다, 근심하다 근; 力-총13획; qín)은 진흙 밭(堇)은 흙이 끈기가 있어서 농사를 짓는 데 많은 힘(力)이 드므로 더욱 힘써서 ‘일하다’, 힘써 일하는 것을 나타내어 ‘부지런하다’는 뜻이다. *勤務, 勤勞, 勤續, 勤實, 勤怠, 出勤, 退勤, 缺勤, 通勤
33·僅(형성 : 겨우, 간신히, 거의, 조금 근; 人-총13획; jǐn,jìn)은 사람(亻)이 질퍽거리는 진흙(堇) 길(땅)에 발이 빠져 ‘간신히, 겨우’ 걷는다는 뜻이다.
*僅僅 : 겨우, 僅少 : 아주 적음
43·謹(형성 : 삼가다, 공경하다, 경계하다, 금지하다, 엄하게 하다 근; 言-총18획; jǐn)은 말(言)을 조심하기를 질퍽거리는 진흙(堇)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듯이 ‘삼가다’는 뜻이다. *謹愼, 謹身, 謹嚴, 謹啓, 謹拜, 謹上, 謹封, 謹賀, 謹賀新年
22·槿(형성 : 무궁화나무, 우리 나라의 다른 이름 근; 木-총15획; jǐn)
22·瑾(형성 : 아름다운 옥, 붉은 옥 근; 玉-총15획; jǐn)
21·饉(형성 : 흉년이 들다, 흉년 근; 食-총20획; jǐn)은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어 진흙(堇)을 끓여 먹어야(食) 하던 것을 나타내어 ‘흉년이 들다’는 뜻이다.
*펄벅의 ‘대지’가 문득 생각난다. *饑饉
11·覲(형성 : 뵈다, 보다, 만나보다, 겨우 근; 見-총18획; jìn), 菫墐䈽厪廑慬斳殣漌瘽蓳螼
*모양 갈래자
67·漢(형성 : 한수, 은하수, 사나이 한; 水-총14획; hàn)의 음부
는 ‘진흙 堇근’의 변형이다. 양자강의 상류로 진흙(堇)으로 되어 있는 강물(氵)의 이름이 ‘한수’이며, 한수 유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나라가 ‘한나라’라는 뜻이다.
*漢水, 漢江, 漢字, 漢文, 漢詩, 漢學, 漢族, 漢陽, 銀漢 : 은하수, 快漢, 惡漢
44·歎(형성 : 탄식하다, 한숨 쉬다, 읊다, 감탄하다, 기리다 탄; 欠-총15획; tàn)은 세상을 살아가다가 진흙(
←堇)에 발이 빠지듯이 어려운 일을 당하여, 하품(欠)할 때처럼 입을 벌리고 ‘탄식하다’는 뜻이며, 다른 사람이 어려운(
←難) 일을 거뜬히 해내는 것을 보고 입을 떡 벌려(欠) ‘감탄하다, 기리다’는 뜻이다.
*歎息, 歎願, 恨歎, 感歎, 悲歎
·嘆(형성 : 탄식하다, 한숨 쉬다 탄; 口-총14획; tàn)은 말(口)로 자기의 딱하고 어려운(
←難) 처지를 나타내어 ‘탄식하다, 한숨 쉬다’는 뜻이다. *歎息, 恨歎, 悲嘆
*2차 갈래자
54·難(형성 : 어렵다, 재앙, 근심, 난리, 꾸짖다, 나무라다, 힐난하다, 성하다, 구슬이름 난; 隹-총19획; nán,nàn,nuó)은 진흙(
·攤(형성 : 펴다 탄; 手-총22획; tān), 癱*⯀ььΧʔꘘ
*難點, 難題, 難堪, 難攻不落, 難關, 難局, 家難, 困難, 避難, 險難, 難色
11·儺(형성 : 역귀 쫓다, 절도 있게 걷다, 공손한 모양 나; 人-총21획; nuó)
22·灘(형성 : 여울, 물가, 소금밭 탄; 水-총22획; tān)은 물살(氵)이 세게 흘러 건너기 어려운(難) 곳을 나타내어 ‘여울’이라는 뜻이다. ·攤(형성 : 펴다 탄; 手-총22획; tān), 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