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문화
장항선 연변의 촌락들은 괴어있는 웅덩이 같다. 싱싱한 바람이라고는 없다.몇 해를 묵은 총선거 벽보가 진흙벽에 고즈너기 남아 잇다. 자연마저 수런거리는 풍경은 아니다. 기차를 내려 읍내로 간다. 20분 거리에 먼지가 대단하다. 「예산은 야당촌이라서 ... ... 」 나중에야 어느 시인의 농담을 듣고 실소 했다. 일요일에도 문화원은 활짝 열려있었다.(예산에서 1966년 4월 8일 금요일 중앙일보 최종율 기자)
책상 둘, 연탄난로 하나, 나무 벤치 하나, 그리고 의자 두어개로 조그만 방은 가득 찼다. 예산 문화원의 무보수 사무국장인 박병하씨가 제자리에 한성기씨가 한쪽에 비켜 앉아 있었다. 지나가는 참인 듯 청년 몇이 앉았다 일어선다. 그날은 일요일 오후였다. 요일이 없는 문화원은 이처럼 늘 문화 살롱의 구실을 한다. 예산문인들의 동인지인 육성도 바로 이곳에서 편집된 것이었다. 육석은 워낙 4집까지 나왔었다. 5년전 그것이 정간된 후 작년 가을 5집을 발간한 것이다. 그때의 체취는 지금 남아 있지 않다. 옛 동인들이 대부부분 향리를 떠난 때문이다. 행수를 아끼는 시인들은 많아도 향리를 애톳이 지키려는 문인은 드물다. 대개는 도회지에서 머물러 생활하기를 원한다. 창작생활은 무슨 불문율 같은 그 정석에 거슬려 생활하는 문인은 하나, 둘 손에 꼭기도 힘든다. 괴어있는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못견뎌하는 사람들이 지방의 문인들이다. 육석 제 5집도 말하바면 그런 문인들의 호흡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후기를 읽어본다.
「현실 참여라기보다 도피랄까 ? 6,7년의 공백속에 젊은 고뇌들의 긍기낀 대화가 어떠한 양상으로 방응될지 두렵기만하다. 」
작년 가을 예산문인들의 시화전이 열렸을 때 5백여명의 시객이 몰려들었다. 한성기씨의 개인시집은 2천여권이나 팔렸다. 50대의 주부시인인 서창남여사나 중학교장인 김붕환씨는 지방에서 연거푸 두권의 자작시집을 발간했다. 육석의 동인가운데는 현직 결찰서장인 박순도씨나 양조장 주인인 이상호씨도 포함되어있다. 박병하씨가 내보이는 예산의 시인명부속엔 모두 26명의 이름이 담겨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무엇인가 문학에의 열정같은 것에 넘쳐있는 사람들이다. 한번도 원고청탁이라고는 받아 본 일이 없는 무명의 시인들이다. 그러나 쉽게 체념하지도 실망하지도 않는다. 그들나름으로 다방의 벽에 혹은 문화원의 한 모퉁이에 작품을 걸어 놓고 만족한다.
「나는 한낱
어항속 인물
언제고
바깥세상이 그리우
푸드등 날아가고픈
심경 」
올해 48세의 민중당 당원이기도 박창식씨는 시화전을 벌인 이 자리에 이런 작품을 내걸었다. 대개의 심경들은 이런 취향에 젖어 있다.
「나직이 하늘을 향해 그리고 먼데 도시를 향해서」 한성기씨의 시한 구절, 지금 그는 지방신문의 지국을 경영하며 근근 생활하고 있다. 서울의 많은 문우를 두고도 그는 묻혀 산다. 「삶음 낙망 절망... ... 」이라는 더웁디 어두운 누구의 작품도 있다. 출석부를 부르다가 문득 어느 아이의 얼굴에서 어두운 빛을 발견하고 「담임교사는 땅의 그늘을 읽는다. 눈물을 읽는다.」는 교장의 시 한편.
대개는 생활의 현실이 창작의 동기가 된다. 그러나 그것은 한결같은 단조로움이며 피곤감마저 주는가보다 작품의 내일한 흐름은 그것을 애기한다. 「도무지 자국이 없습니다. 불혹속에사니까요. 침전과 폐쇄와 ... ... 」 한성기씨는 이런 마라을 하다말고 육석은 살랑거리는 작극이라고 말한다. 육석의 뜻은 ? 동인들은 그 명칭에 불만들이다. 그러나 향토의 조그만 전통이나마 아끼고 싶어 옛이름대로 따랐다는 것이다 연(軟)과 강(强)의 뜻이란다. 그것이 무엇인가 ? 우주의 원리라고 말하지만 흥미없는 대화라는 표정들이다. 그들은 곧 다른 명칭으로 동인지를 엮어낼 셈을하고 하고 있다. 비용은 찬조금이 80%를 차지한다. 그래선지 문학지에 걸맞지 않게 외과의원에 무슨 다방에 토지개량조합등 잡다한 광고가 첫 페이지부터 드리찼다. 그저 부조리한 제도에서 탈피구를 찾는 현대의 지성들이 보다 나은 차원등 향해 무수히 외치고 있음을 헤아려 주기 바란다 인상적인 후기의 맺음이다.
동인 명부
한성기, 서창남, 이희철, 김붕환, 박병하, 김기학, 박창식, 한경구, 배태인, 이재인, 박세모
박순도, 이상호, 김희수, 이상숙, 이항복, 이화령, 최영도, 신영숙, 최창호, 이건영, 김유태
안종갑, 김용운, 이기용.
대학이 끝나다
배태인
먼 지리산골 시골놈이
기껏 시를 쓰는 공부와
시ㄴ것 쓰기위해 올라왔다가
끼니를 건너뛰는 좋은 연습만
배웠습니다.
또
술을 마구 들이켜는 사람들의
겁 없는 행동을
본 뜨면서 인생이
철학이, 사랑이, 배움이
엇인가를 알려 하자
대학생활은 드디어 막이 내리고
있읍니다
이러한 나의 젊은 날을
나의 일기를
뒤적이며
내일과 내일의 요원한 레루를
이마팍에 달고
재산목록 제일호인 파카이십일은
저당처분 시켜버리고
겨우 긴 머릿속의 비듬과
자르지 않은 수염들과 싸구려